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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104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0. 18.

오전 10시로 예약된 케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부터 짐을 쌌다. 탕아저씨를 한번 더 보고 떠나고 싶었지만 9시 면회에 참석하면 비행기 시간에 맞출수가 없었다.

내가 떠날 시간에 그의 형이 왔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은 어찌 알았는지 삶은 계란 몇개와 과일, 음식을 싸주었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정문 옆 응급실 문앞에서는 긴급하게 환자가 들어오고, 현지인 아줌마와 아이들이 오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물이 남일 같지 않았다.


나는 병원에서 떠나며 울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울면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일어날꺼야. 걱정하지마.' 라는 말을 수십번 연습했지만 Hiroko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주륵주륵 주체할 수 없이 계속 흘렀다. 수십번 연습했던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모얄레에서 조금만 더 빨리 병원으로 이송시켰다면, 케냐 운전수의 졸음운전을 확인했더라면, 어거지를 써서라도 한국병원에서 수술을 빨리 받게 했더라면, 아니 좀 더 전으로 돌아가 함께 에디오피아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단 하루라도 늦게 출발하거나 일찍 떠났더라면.

모든 '했더라면'이란 후회 범벅이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것도, 다시 여행을 하는 것도, 9시 면회를 참석하지 못한 것도. 모든 것이 미안했다.


자리에 더 있으면 주저 앉아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와 형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는데 나의 울음이 Hiroko의 슬픔을 더 하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입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부채감을 없애주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이 보였다. 

한참을 울고 있으니 '괜찮다며 조심히 여행을 마무리하라'는 말로 나를 달래주었다.


탕의 형이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주었다. 고개를 돌리고 계속 우는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누가 누굴 달래주고 있는것인가... 그에게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해요'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내 등을 토닥여주었으며 지금까지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나를 꼭 끌어앉아주었다. 

몇 분후 버스는 도착했고, 그렇게 우리는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한채 헤어졌다.



병원에 있는 동안 여행을 이만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왜 길을 다시 떠났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다. 

정말 무섭기는 했다. 목숨을 담보로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뿐 아니라, 더 무서웠던 것은 이런 사고 후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이 알았을 때의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만약 모얄레에서 내가 뒤에 걸어가고 있었더라면 병원에 누워있던 것은 나였을 것이었다. 그 때, 누가 나를 도와줬을 것이며, 누가 우리 집에 연락을 해주고, 누가 우리 부모님께 이 상황을 설명했을까.

그러나 무엇인가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다시 여행의 길로 끌어당겼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을 계기로 변했다. '여행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지, 그런거 다 일일이 신경쓰면서 다니면 그 곳은 어떻게 가'라는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사고는 아무런 예고없이 찾아온 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낮에는 그림자를 보고 다녔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매번 뒤를 돌아볼 수는 없으니 누가 내근처에서 뭔 짓을 하고 있나 그림자로 살펴본 것이다. 잠시동안이라도 헬멧을 쓸까 생각했지만 구입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타자라 기차에서 내린후 음포시에서 헬멧을 쓰고 다니는 여자를 보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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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혹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여,

위험과 스릴은 다르다. 위험천만한 일이 있었다고 여행이 재밌는 것은 더욱 아니다.

죽음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


2014. 03. 21



간단히 정리하는 에티오피아 여행.


- 에티오피아 루트.



<A : 아디스아바바, B : 아와사, C : 아르바민치 D : 진카, E : 디메카(정확한 위치를 모름), F : 콘소, G : 모얄레, H :아와사, I : 아디스아바바>


- 여행 경비.


여행: 17만원

병간호: 11만원


아디스아바바 - 나이로비 비행기 : 28만원(Hiroko가 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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