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일어나니 미국여자가 짐을 싸고 있었다. 꽤 부끄러워했다. 그녀의 어젯밤 파트너인 남자는 이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고, 그녀 역시 곧 자리를 뜨니 대각선 건너편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젯밤 새벽에 들어와서 짜증을 냈던 여자였다. 그녀의 국적은 캐나다라하였지만 얼굴과 발음은 아랍계에 가까웠다.
아침에 내가 자고 있던 사이의 일을 설명해줬다. 간략히 이야기하면 어젯밤 섹스파트너였던 남자는 이탈리아 남자였는데, 미국여자에게 함께 호이안을 떠나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했단다. 허나 미국여자가 단칼에 거절을 하면서 그는 곧장 체크아웃을 했다하였다. 캐나다 여자는 어제 아주 짜증이 났다며 나에게도 짜증을 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잠을 푹 자야한다며 나갈 떄 불을 꺼달라는 말을 하고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호인안의 야경은 베트남 여행을 대표할만큼 유명한 풍경이지만, 그것만이 호이안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외곽으로 유명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오행산, 일명 마블 마운틴이다. 호이안보다는 다낭과 훨씬 가까운 이곳은 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호이안과 다낭을 연결하는 버스가 이 곳을 지나치기에 시간을 내어 다녀오기로 하였다.
호이안 구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버스터미널에서 1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터미널로 향했다. 현지인은 가격이 20,000동이었지만, 외국인은 30,000동을 받았다. 20,000동으로 해달라 애교도 부리고 화도 내봤지만 절대 안깎아주었다. 30여분을 달려 도로 한복판에 나를 떨어뜨려주었다. 나와 함께 내린 승객들은 베트남 여자아이들이었는데 대략 초등학생, 중학생쯤으로 보였다. 앞으로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는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거나 웃으면 여자아이들은 얼굴을 감싸쥐고 앞으로 마구 뛰어갔다.
딴길로 빠지지 않고 오행산 매표소로 갔다. 입장료를 내려는데 사진 몇장을 주며 30,000동이라 하였다. 입장료를 15,000동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올랐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 15,000동은 사진 값이라 하였다. 필요도 없는 사진은 돌려주고 15,000동을 돌려받았다. 유명한 관광지인만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한국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주로 동굴을 구경했는데 하나 같이 웅장하고 대단했다. 꽤나 동굴이 많았기에 약 2시간에 걸쳐 구경 후에 오행산을 내려왔다.
시내로 돌아와 어제 발견한 식당에 다시 가서 점심을 먹었다. 기다리는동안 집의 내부를 잠시 구경할 수 있었는데 베트남에 가게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부분 베트남의 집은 2~3층으로 집을 지었는데 1층은 거실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개방적인 공간이기에 이 공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게로 운영하는 듯 했다. 집에서 지내면서 낮에 장사를 하는 것이었기에 에너지를 쏟아 가게를 운영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소일거리로 하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외곽에는 저렴한 식당이나 값싼 장신구를 파는 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한낮의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바다 근처라서 습기가 가득했다. 도저히 걸어다닐만한 날씨가 아니라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3~4시까지 에어컨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나름 바다옆 도시인데 바다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지도를 보니 대략 4Km정도 떨어져있었는데 충분히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해변이름은 모르고 그저 바다를 보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생각해보면 2016년 첫 바다 구경이기도 하였다.
역시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잠시 당구장에 들러 당구를 구경하고 어디선가는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놓고 노래를 불렀다. 시내 외곽을 따라 작은 천, 호수 야자나무가 조화롭게 서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쳐 해변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다내음을 맡으니 물에 안들어갈 수가 없었다. 짐이 있으니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가족에게 짐을 맡기고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너무 행복했다. 깊이도 깊지 않아 놀기 참으로 좋았다. 언제 가족이 떠날까, 혹시라도 내 짐을 들고 도망갈까 싶어 계속 눈은 짐을 보고 있었다. 약 20여분이 있으니 가족들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나 또한 슬슬 추워져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바다로 올 때에 비해 돌아갈때는 축축하게 젖은 옷 때문에 힘들었다. 싸이클을 잡아 탈까했지만 그냥 걸어서 돌아왔다. 너무나 힘들어 숙소에 도착해 입구에 털썩 주저앉으니 한쪽에 4대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색도 똑같고 종류도 똑같았다. 분명 대여해주는 자전거였다. 이런... 빌려서 타고 올껄.
저녁식사를 위해 역시나 같은 식당으로 갔다. 이미 주인은 식사를 마쳤는지 가족들이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자리를 내어주면서 간식도 먹고 가라하셨다. 대화는 전혀 안통했지만 서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간식까지 먹고 나서야 일어났다.
두명의 사람이 도미토리를 빠져나가니 방이 조용했다. 맥주를 혼자 마시기에 딱 좋았다.
2016.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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