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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6, 베트남

베트남 유랑기, 하노이. #11 그의 첫 마디는 역시나.

by 지구별 여행가 2017. 4. 16.

하노이의 아침은 분주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다면 모두 에어로빅 체조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국민이 아침잠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거니는 커플도 많았으며, 많은 가족들이 그늘에 앉아 하노이의 더운 열기를 피하고 있었다.

일단 숙소를 구해 빨리 쉬고 싶었다. 사파에서 만난 형님이 성당쪽 숙소가 저렴한 편이라는 말을 믿고 성당쪽으로 향했다. 확실히 안쪽으로 들어가니 다닥다닥 붙어있는 호스텔이 보였다.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고 몇 곳을 들어가봤으나, 이게 왠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몇번이나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 호스텔에 들어가 방값을 물어보는려는데 현지인 한명 역시 방을 구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좀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찾는 듯 보였다. 친구와 같이 보낼 것이기에 트윈베드룸을 물어봤지만 방은 없었다.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오니 그녀가 먼저 말을 건내왔다. 내가 알 수 없는 어느 도시에서 일 떄문에 잠시 하노이에 머무는 그녀가 함께 방을 알아보자 하였으나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헤어진 후 다시 성당근처를 배회했다.





어떤 아주머니가 길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입구에 게스트하우스라 쓰여있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약 10여분간 더 방황해봤지만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아까 나에게 손을 흔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방을 구경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전혀 영어를 못했기에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내가 다른 방을 보고 싶다했지만 전혀 이해를 못하고 계속 가지 못하게 내 가방 내려놓기를 강요했다. 순간 기분이 나빠서 나가려는데 잠시 기다리라는 몸짓을 하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쿵쿵쿵' 아주머니 한명이 내려왔다. 그녀는 영어가 능숙했다. 다행히도 원하는 방을 말 할수 있었고, 그녀가 소개시켜주는 방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저렴했으며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이라 친구와 시끄럽게 이야기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을 듯 하였다. 이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으니 두 분의 아주머니 표정이 밝아졌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라하였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겨우 비행기를 탔다는 말을 듣고서야 편하게 침대에 누웠다.

비행기 도착 예정시간은 두시였다. 친구는 비행기 탑승도 무서워했으며, 이 곳까지 혼자 오는 것은 더욱 무서워했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야만했다. 하노이기차 역에서 공항행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슬슬 걸어서 움직였다. 중간에 중독성 강한 냄새를 풍기는 밥집에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역으로 가 버스를 탔다. 저렴한 가격에 셔틀버스가 운행하니 참으로 편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40여분을 기다려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그는 소리를 지르며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시발... 덥다'

그를 달랬다. 곧 적응이 될것이고, 이는 아무런 문제도되지 않을것이라고. 허나 그런 말을 하는 나도 더워서 미쳐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그에게 로컬 버스로 하노이의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며 시내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했지만, 그는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셔틀버스를 타고 싶어했다. 그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 타자마자 바깥구경은 접어둔 채 잠이 든 그를 보니 조금 뭔가 아쉬웠다.






아주 자랑스럽게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숙소를 보여주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더 깨끗한 숙소를 원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어쩌겠나 돈을 이미 지불한것인데. 더운 날씨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호안끼엠 호수라도 한 바퀴 걷자하니 따라나왔다. 하지만 방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역시나 '와... 시발 덥다.'라고 나지막히 읖조렸다. 내 귀로 흘러들어왔지만, 모른척했다.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 호안끼엠 호수와 성당을 구경하고 금방 방으로 들어왔다. 저녁식사겸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맥주거리로 나오니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졌다. 그러나 날씨는 여전히 습하고 더웠으며, 사람들이 많아져 열기가 더 뜨거운 것 같았다. 

넓은 길 가운데로 들어가니 일렬로 간이 상점이 있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에너지가 느껴지며 기분이 좋았지만 친구는 인파에 치이는게 싫었나보다. 길의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중간에 방향을 돌렸다. 눈에 보이는 목욕탕의자에 앉아 반미에 맥주를 한잔씩하였다. 우리가 자리를 잘 못 잡았는지 인파가 많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였지만, 이렇게 베트남에서 보니 조금은 기분이 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한방울씩 떨어졌다. 스콜형 비였다. 처마 밑에 잠시 피하니 그 많던 사람들이 어느새인가 싹 없어졌다. 잠시 비가 그치면 쭉 뛰었고, 다시 내리면 근처 식당 처마 밑으로 피했다. 3~4번 정도를 반복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쳤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목욕탕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숙소로 돌아와 미리 사둔 맥주와 함께 공항에서 친구가 챙겨준 미니 양주를 마시며 피곤한 하루의 회포를 풀었다.


2016.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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