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6, 베트남

베트남 유랑기. 사파. #5 나도 하노이에서 좀! 쉬고싶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2. 25.

하노이로 돌아왔지만 오늘 저녁에 또 다시 후에로 떠나야만 했다. 당연히 11일날 오는 친구때문이었다. 함께 하롱베이와 하노이 관광을 하기로 했기에 나 혼자 하노이 관광을 할 수가 없었다.

하노이에서 사파로 갈때는 오전 6시까지 버스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지만, 사파에서 하노이로 도착하면 아침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참으로 난감했다.

몇 명의 외국이들은 오늘 하노이에서 다낭 비행기를 탄다며 호텔 호객꾼을 물리치고 어디론가 향했다. 전혀 이곳이 어딘지 모르는 나로서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단 혼자 있기에는 위험해보였다. 비행기를 탄다는 그들을 따라가서 위치를 물어보니 GPS어플을 켜서 보여줬다. 호안끼엠과는 한참 멀었다. 오토바이를 탈까했지만 일단 걷기로 했다.


길을 걸을수록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점점 음침한 곳으로 향했다. 좀 더 들어가니 차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뒤로 돌아나오는 찰나에 아침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현지인을 만났다. 새벽 3시반 부터 누가 먹을 사람이 있나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가 호안키엠 호수 위치를 물으니 한 곳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가린킨 곳으로 가니 아는 길이 나왔다. 서양애들의 GPS 오류였다. 버스 내린 곳이 호안키엠 호수 바로 옆이었는데 돌고 돌아 30여분 만에 호안키엠으로 돌아왔다.



일단 해가 뜰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다아보다가 첫날 사파행 버스표를 구매한 여행사로 갔다. 대로로 나와 길을 걷는데 3명의 오토바이를 탄 여자들이 다가왔다. 어느덧 나의 발걸에 속도를 맞춘 그녀들은 나를 부르면서 '섹스, 섹스'라 외쳤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매춘부였다. 그러나 관심이 없었다. 갈길을 가려는데 3대가 일렬로 서더니 길을 막아버렸다. 위험을 직감했다. 그래봤자 여자인데 여차하면 치고 도망갈 생각을 했다.

그녀들은 오토바이에 앉은채로 끈질기게 섹스를 요구했다. 슬슬 짜증이 났는데 내가 앞에 여자랑 이야기하는 틈을 타 손이 훅 내 바지 주머니로 들어왔다. 소매치기였다. 나는 절대로 여행 중 주머니에 물건을 넣지 않기에 걱정이 없었다. 내가 화를 내며 손을 뿌리치니 다짜고짜 반대쪽 주머니로 손이 향했다. 이젠 대놓고 소매치기하겠다는 뜻이었다.

바로 가방을 건물 뒤로 밀착시키고 보조가방을 들고 가만히 매춘부들을 쳐다봤다. 나름대로 매서운 눈빛이었다. 삼인의 매춘부들은 큰 헤꼬지보다는 섹스 아니면 소매치기가 목적인 듯 했다. 완벽한 방어 자세를 취하니 이내 사라졌다.


술 먹고 취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소리지르며 질주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드디어 여행자 거리에 들어왔다.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 신변이 더 중요했다. 

투어회사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2시간 동안 인터넷 뉴스를 보며 시간을 떼우니 해가 뜨고 있었다. 대략 6시면 사람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짐을 챙겨 여행사를 둘러봤다. 그러나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비싼 가격을 부르는 투어회사에 앉아 표를 살것처럼 하고는 주인이 올때까지 시간을 떼우는 방식을 썼다. 손님이니 선풍기도 틀어주고 정수기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도 마시며 떨어진 체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호안키엠에서 한시간정도 책을 보며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운동하느라 바빴다. 일요일 아침 7시였지만, 해가 중천에 뜬거마냥 분주했다.




슬슬 가게 문들이 열리기에 여행사를 돌다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버스티켓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힘들었기에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덥고, 벌겋게 달아오르는 양팔 때문에 겅러다니기 힘들었다. 잠시만 햇볓을 쐬면 피부가 벗겨질 듯 아팠다. 호안키엠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끄러워졌다. 공안들이 한두명 오기 시작했고, 어떤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앞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어떤 장면을 계속 찍으려 시도했다. 공안은 그녀의 카메라를 제지하면서 몸싸움을 하더니 점차 격렬해져갔다. 

그녀는 물러날 줄 몰랐다. 끝까지 어떤 장면을 찍으러 하다가 결국 그녀는 공안에 체포당했다. 작은 버스에 그녀를 감금하고 공안 3명이 다그쳤다. 물론 무슨 말이 오고가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어느새 공안이 도로를 통제하기 싲가했고, 버스안에서도 끊임없이 몸싸움을 하던 여자는 버스에 탑승된 채로 공안과 함께 어딘가로 이송되었다. 

주변 베트남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괜히 여행객인 내게 불똥이 튈까하여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시 호안키엠 한쪽에서 쉬는데 이번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한 손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고 쉿~ 제스쳐를 취했고, 다른 한손은 나오라는 듯이 손을 팔랑팔랑거렸다. 분명 나에게 하는 손짓이이었다. 뭔가 큰일이 있나 싶어 자리를 피하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 옆에 있던 노인을 체포했다. 노인은 극렬한 반항을 했지만 장정 두명을 이길 수는 없었다. 10여초간의 몸싸움 끝에 할아버지는 장정 두명에게 팔이 잡힌채 작은 지프차에 태워졌다. 그들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늘 무슨 날인가... 두 번의 독특한 광경을 목격했다.






호안키엠 호수가 싫어졌다. 지도를 켜서 근처 강이 있음을 보고 향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었다. 근처 로컬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좀 더 멀리 걸어가보기로 했다. 여행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쪽으로 향하니 현저하게 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웬만한 식사는 30,000동이었고, 쿠키도 아주 저렴했다. 친구가 오면 함께 이곳을 구경하기로 하고 더운 날씨를 피해 여행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곳에서 할게 무엇이 있으리... 





근처 카페로 가서 콜라를 하나 시켜놓고 2시간을 버텼다. 눈치를 주지는 않았지만 내가 눈치가 보여 나왔다. 

계산을 하는데 28,000동이 나왔다. 30,000동을 주고는 잠시 딴생각을 하는데 그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 2,000동은 팁으로 달라는거구나' 고개를 돌려 나가려는데 그들이 2,000동을 주었다. 2,000동을 받으려한건 아니었는데... 팁이라고 주기도 애매하고 안 받기도 애매했다. 서로 묘한 표정으로 돈을 주고 받았다.




어느정도 시간을 보내 투어버스에 앉아 픽업이 오기를 기다렸다. 5시쯤 버스 픽업꾼이 왔고 그를 따라 사파를 갈 때 기다렸던 길 한복판으로 왔다. 현지인들 또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호이안행 버스티켓을 230,000동에 구매했다. 호이안에서 하노이로 올 때 참고하면 되겠다 싶었다. 

내가 타기로 한 버스는 카멜 버스였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던 듯 했다. 나와 현지인 한명은 신카페 버스를 타게 되었다. 같은 가격이면 신카페 버스가 물도 주고 퀄리티도 좋기 때문에 군말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12시간의 지루한 버스여행을 빨리 보내기 위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숙면을 취했다.


2016. 06. 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