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고, 일찍 일어나도 기분이 좋다.
캇캇마을과 함롱산을 무리해서 다녀왔기에 오늘은 느즈막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사파시장을 구경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에 붙어있는 테라스에 나가 오전의 햇살을 즐겼다.
나는 이 테라스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특별히 멋스럽지는 않았지만 아주 아늑했다. 한쪽에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고, 사진을 구경하거나 일기를 썼다. 가끔씩 책을 보기도 했지만 그다지 오래보지는 않았다. 예전 여행에서는 책을 자주 봤지만, 인터넷이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접속되는 순간 책은 멀어졌다. 다음 여행부터는 아주아주 재밌는 책이 아니라면 들고가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
여유있는 베란다 시간을 보내던 중, 아래를 보니 옆방여자가 보였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2~3분 후 오토바이에 앉았다. 아무래도 오토바이를 빌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딱 봐도 초보였다. 무서워서 출발을 못하고 있었다. 참 여행 욕심 많은 그녀는 당일날 해야겠다 마음 먹은 것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모두 다하는 성격이었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소수민족 투어를 가고 싶다했는데 그 때문에 오토바이를 빌리려는 듯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빌리지말라고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어떤 판단을 하나 한참을 두고 봤는데 결국에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무리해서 빌려 탔다면 필히 사고가 났었을 것이다.
이 이후로도 3시간이나 탱자탱자 베란다에서 햇살을 즐겼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에 어제 점심식사를 했던 사파 광장 옆 식당 밀집 지역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기대를 안했지만 아주 맛있었다. 독특하게 Pho에 토마토를 넣어줬는데 확실히 감칠맛이 더했고, 약간의 느억맘 소스를 추가하니 풍미를 높혔다. 시큼한 향의 다양한 허브들은 맛의 깊이를 더욱 끌어올렸다. 오랜만에 맛보는 아주 기분좋은 식사였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 떠나기 전까지 이 곳에서 식사를 모두 하기로 결정했다.
어제 함롱산 꼭대기에서 사파호수를 봤을 때는 상당히 크다 느꼈지만 막상 걸어보니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략 30여분이면 다 돌 정도의 크기였다.
목적지를 사파 시장으로 두고, 구석구석 골목을 돌아다녔다. 경제성장률이 5%이상대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답게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 중이었다. 사파가 이정도라면 하노이, 호치민시티 같은 곳은 더욱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 분명했다.
작은 사원도 들리고, 뭐가 그리 뿔이났는지 가게의 주인끼리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장면도 목격했다. 사파 호수를 멀리 벗어나 1시간여를 걸었지만 시장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시장을 물어보니 어이 없게도 바로 앞에 있었다. 시장 건물 앞에 버스가 수십대 서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버스터미널이라 생각하고 지나간 것이었다.
주말이면 근처 보따리 장수들이 와서 북적북적한 시장이 된다했지만 시장안은 너무나 횡했다. 건물 안 시장보다는 뒷 편의 야외 시장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을 끈것은 개고기였다. 개고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있으면 먹기는 하는 사람이기에 개고기에 혐오를 느끼지 않지만 이 곳 개고기는 비주얼적으로 혐오스러웠다. 개를 통으로 구워팔았는데 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 개목을 잘라 일렬로 전시 판매하는 모습은 조금 징그러웠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서 보지는 못했다. 불에 그을려진 몸뚱아리를 눌러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확실히 개대가리들 앞에서 쫄았다.
사파 시장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도 아무도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되는지 정중하게 물어보면 시장 상인들은 언제나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사지않고 갈 사람이지만 그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도 뭐라 타박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숙여 인사하면 항상 온화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참으로 기분좋은 소통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를 발견하여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캐리어를 끌고 거리를 방황하는 두명의 동양인을 만났다. 이들은 내가 호수 초입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었는데 아직도 캐리어를 끌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약 2시간 30여분이 지난 후에 돌아온 건데 아직도 길거리에 있다니, 무슨 일이 있음에 분명했다. 딱 봐도 한국인이 분명한 그들앞에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있었다. 먼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생각이었고 말을 걸지 않으면 그냥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한 3분 앉아있으니 남자한명이 쭈볏쭈볏 걸어왔다. 큰 용기를 냈는지 목소리까지 떨렸다. 내가 '먼저 한국사람이세요?' 하고 물어보니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그의 여자친구 역시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숙소를 찾는 중인데 길을 모른다며 도움을 청했다. 자신들이 봤을 때도 한국 사람 같은데 행색이 너무 편해보여 현지에서 사는 한국인으로 생각하고 다가왔단다.
나는 남자에게 주소를 알려달라하니 문자메시지로 온 주소를 보여주었다. 당장 핸드폰을 들고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길을 몰랐다. 그냥 함께 길을 찾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약 10군데의 호스텔에 들러 호스텔 위치를 물어본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호스텔에 들어가면 환한 얼굴로 연신 고맙다 이야기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니 조금은 뿌듯했다.
'다른 사람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있으면 나중에라도 꼭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 부끄럽기도 했고, 그런말을 하지 않아도 그럴 사람들로 보여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와 옆방 여자가 돌아왔나 문을 두들겨봤지만 조용했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려했는데 아무래도 혼자 먹어야할듯 했다.
호수의 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어슬렁어슬렁 호수를 도는데 낮에 호스텔을 찾아준 커플을 다시 만났다. 그들 역시 반가워하며 함께 사파의 야시장을 구경하고 과장에서 열린 음악공연을 즐겼다. 아쉽게도 당일치기로 온 사파였기에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라며 부랴부랴 자리르 떴다.
인사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다.
2016.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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