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머리 한복판에 있을때 쯤에야 힘바부족이 모여사는 오푸오에 도착했다. 힘바부족은 몸과 머리카락에 붉은색 진흙을 바르고 사는 부족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나미비아에 오면 들르는 곳이지만, 빈트훅에서 한번에 오는 버스도 없고, 투어프로그램도 따로 없기 때문에 렌트카 여행자가 아니면 상당히 오기 힘든 곳이다.
예전에 정글의 법칙에서 나온 힘바부족이 바로 이들인데, 프로그램에서는 완전 오지마을에 사는 것처럼 소개했지만 전혀 아니다. 시내에 번듯한 마트안에서 장을 보는 힘바부족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숙소를 구하기위해 돌아다니니 지낼만한 곳이 3곳 있었다. 첫번째 간 곳은 가격이 싸지만 주방이 없었고, 두번째 숙소는 값이 비싸지만 주방이 있었다. 세번째 숙소는 겉에서 볼때 상당히 노후화된 숙소처럼 보였지만, 안쪽은 예쁜 정원까지 조성되어있는 고급호텔이었다.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주방이 중요했기에 두번째 방문했던 숙소에서 묵기로하였다. 허나 오늘 운이 없게도 사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주방문을 잠궈놓고 가서 주방을 쓸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똑같이 주방이 없다면 값이 더 저렴한 첫번째 숙소가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첫번쨰 숙소로 가서 주방이 없어 값이라도 깍아달라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작은 냄비와 버너를 하나 구해주었다.
사실 나도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굉장히 아껴썼는데 히로키 나오미 커플은 나보다 더 지독했다. 어제 그 맛없는 파스타를 먹었기에 오늘은 조금 돈을 써서 괜찮은 질에 저녁식사를 원했지만 그들의 목표는 여전히 근검절약이었다. 야채를 푸짐하게 넣어 파스타를 먹고 싶었지만, 양파 두개가 끝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 차에 탔는데 현지인 한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신을 오푸오 가이드 소개하며 조잡하게 생긴 가이드증을 보여줬는데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투어가격을 싸게 해준다기에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시세파악을 위해 물어보니 3부족 투어가 300나미비안 달러, 2부족 투어가 200나미비안 달러, 1부족 투어는 150나미비안 달러였다. 인터넷에서 알아아본 시세보다 훨씬 저렴했기에 그와 함께 2부족 투어만 진행하기로 하고 점심식사가 끝난 후인 오후 3시쯤에 우리 숙소로 오라하였다.
밥을 먹고 혹시나하여 숙소 입구로 가보니 이미 그가 와있었다. 그는 자신이 안내를 하겠다며 자동차키를 요구했다. 렌트카이기에 사고가나면 복잡하여 우리가 운전을 한다했으나, 우리는 길을 찾을수 없을 것이라며 끝끝내 열쇠를 받아 운전석에 앉았다.
첫번째 부족 투어는 힘바부족.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기에 딴 곳으로 가려하니까 사람들이 작은 집에서 한두명씩 나왔다. 가이드가 인사말을 알려주어 인사를 하고 통역을 통해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내 팔을 휙 잡아끌더니 작은 소녀 옆에 세우고는 손을 잡게 했다. 아무리 나이를 높게 잡아도 15살이 안되보이는 소녀 옆에서 사진을 찍고나니 이제부터 포토타이이라며 사진을 찍으라는데 도저히 사진기에 손이 가지 않았다.
무슨 사진찍히는 기계를 만나러 온 것도 아니고 카메라만 들이대면 하던 일을 멈추고 포즈를 취했다. 똑같은 자세, 똑같은 표정, 눈은 카메라에 있지만 영혼은 없었다. 백번 찍으나마나한 사진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갔으면 저토록 빠르게 즉각적인 포즈가 나오나 싶었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한 15분 후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할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오라하여 따라 들어가니 몸과 머리에 바르는 진흙은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한참을 만들어 자신들의 몸에 바르다 우리의 얼굴에 마구 발라줬다. 이제서야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이 풀리며 웃기 시작했고, 점차 여유로운 표정이 나왔다. 그제서야 다시 사진기를 들었다.
두번째는 하카오나 부족이었다.
이들은 힘바부족 사람들보다 표정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사진기를 꺼내면 포즈를 잡는 것은 똑같았다. 부족의 여아이는 머리에 실을 묶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는 아직 첫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 하였다. 조금 더 여유있게 자신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그들과 시간을 보낸 후 마트에서 사온 작은 선물들을 전달 후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나오미는 몸이 좋지 않다며 밥을 먹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히로키와 나만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로의 컨디션을 고려해 일정을 조절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2014.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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