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정의 마지막 날이었다. 히로키는 6일간 약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운전했으니 죽기 직전의 피곤함이 눈에 보였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쉬웠다. 나오미와 히로키는 아직도 에토샤에서 사자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았지만, 그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면 사자를 볼 확률이 높다기에 꼭두새벽부터 짐을 챙겨 이동을 시작했다. 어차피 오후에는 빈트훅을 향해 달려야했기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제는 에토샤의 입구 근처만 구경한거라면 오늘은 반대쪽 입구 끝까지 달려 사자를 찾아보고 그때까지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길을 그대로 따라 빈트훅 가는 길로 나가기로 했다.
이게 왠걸. 어제보다 동물이 더 없었다. 그 흔한 가젤, 얼룩말, 와일드비스트조차 안 보였다. 그나마 기린 한마리가 얇은 다를 지탱해 나뭇잎을 먹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실망을 넘어 무료함에 지쳐갈 때쯤, 히로키가 자신이 이끌리는데로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참으로 감이 좋았다. 어디 넓은 대지로 가니 동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런 곳에 사자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한바퀴를 돌아봤지만 사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겠나 이미 에토샤의 반대쪽 입구까지 온 것을.
우리는 그 길로 에토샤를 빠져나왔다.
참으로 긴 거리를 운전하여 6일만에 빈트훅에 되돌아왔다. 차의 반납은 내일까지였기에 오늘은 휴식을 취하고 내일 차를 반납 후 바로 남아공을 넘어가기로 하였다. 마트에 들러 오랜만에 장을 보았다. 대충 삶은 파스타면에 토마토 케첩으로 만든 소스가 전부였던 밥상은 토마토와 양파가 가득든 파스토라 바뀌었으며, 은박지도 없어 겉은 시커멓게 타고 속은 하나도 익지 않은 감자 역시 뜨끈한 물속에 보글보글 잘 끓고 있었다. 가난하기 그지 없는 밥상에서 조금 덜 간나한 밥상으로 바뀐 것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마자믹 남은 중요한 작업은 정산이었다. 히로키는 정확하게 1/3하기를 원하였지만, 운전의 수고비는 돈으로 정산할 수 없는 큰 노동이었다. 내가 조금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하여 정산을 마쳤다.
우리는 오랜만에 충분히 포근한 도미토리 침대에서 누울만 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텐트촌에 텐트를 쳤고, 나는 그 옆에 차안에서 침낭을 덮고 꿈의 세계로 빠졌다.
역시나 마지막까지 렌트카여행이었다.
2014.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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