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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나미비아 빈트훅. #139 아프리카의 마지막 나라, 남아공으로

by 지구별 여행가 2017. 4. 18.

우리가 렌트한 차의 외관은 지옥에서 막 탈출했다고 믿을만큼 더러웠다. 6일동안 비포장 도로만을 운전했고, 그 누구도 외관이 더럽다고 닦지 않았다. 자기 차가 아니었기에.

그렇기에 차를 반납하는 오늘, 휴지란 휴지는 다 꺼내 차를 닦았다. 말 그대로 아침부터 개고생이었다. 휴지 쪼가리들로 닦으면 얼마나 닦이나 하겠지만, 적어도 심각하게 더러운 곳들은 꼭 닦아야 차를 반납하러 갔을 때 뒷탈이 없을 것 같았다. 너무나 작다고 생각했던 소형차가 오늘따라 엄청나게 커보였다. 닦아도 닦아도 더러워보이는 곳이 계속 나왔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반납하기로 했다.




힐튼 호텔에 도착하니 렌트카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근처 직원에게 물어보니 곧 있으면 온다하였는데 약 40여분을 기다려도 만날 수가 없었다. 빨리 반납을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일은 진행이 안되고 배는 고프고, 죽을 맛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다른 직원이 뛰어와 미안하다며 차를 끌고 어떤 곳을 가보라며 지도에 X자로 표시해주었다. 진작 말해주던가.


지도의 표시된 곳은 실제 렌트카 회사인 듯 하였다. 성의없게 표시된 지도위의 점 하나만을 보고 가기에는 길이 너무 복잡하였다. 근처에 도착하여 한쪽에 주차를 하고 뿔뿔이 흩어져 회사를 30여분간 찾은 끝에, 지도의 표시된 곳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곳에서 발견되었다.

운전을 하여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계기판에 트렁크가 닫히지 않았다는 표시가 계속 떴다. 아무리 세게 닫아도 잠시만 불이 꺼질뿐 계기판의 경고등은 꺼질 줄 몰랐다. 잠시 내려 종이 한장을 껴놔 임시방편으로 경고등을 껐다. 이렇게 또 양심을 팔았다.

차가 상당히 더러워서 걱정했지만, 렌트카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찌그러진 곳이나 상처가 없는지 체크도 안하고 차를 받아갔다. 그냥 종이에 우리의 사인 한장을 받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나오는 길에 렌트한 첫 날 타이어 펑크난게 기억이 났다. 차를 계약할 때 타이어 보험도 들었는데, 우리가 타이어 수리를 했기에 돈을 돌려달라하니 새타이어를 사야만 보상을 해준다하였다. 아나, 그럼 진작에 말하던가 해야지... 그럼 바로 새타이어 사는거 아닌가. 허나 우리도 트렁크 사이에 종이를 껴놨으니 할 말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오전 10시가 넘어 아침식사는 물건너갔다. 숙소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설렁설렁 걸어서 움직였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남아공케이프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나왔다. 히로키는 버스시간이 5시라하였지만, 내 기억속에는 4시였다. 5시에 도착하여 혹시라도 버스를 놓치는 것보다야 4시에 가서 한시간 버스를 기다리는게 낫다는 판단에 다 함께 3시반까지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정답은, 4시였다.




짐을 싣고 타려는데 검표원이 우리의 이름이 없다고 하였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영수증을 보여주니 돈을 송금하고 확인 전화를 했는지 물었다. '우리는 당연히 전화를 걸었지만, 너희가 전화를 받지않아서 메일로 보내놓았고,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그냥 왔다.'라니 언제 전화를 했는지 물었다. '오늘'이라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일요일날은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하였다. 

아니, 그럼 일요일날 출발하는 버스는 일요일날 절대 표를 살 수 없다는 말인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나 싶었다.

우리도 살짝 화가나 이메일은 보내지 않았냐고 역정을 내니 우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메일은 받지 않는단다. 그럼 이메일 주소를 보내지 말던가, 전화번호랑 이메일 주소를 같이 보내줘놓고는...

어쨋든 돈을 낸 영수증은 확실한 물증이었기에 우리를 안태울 수는 없었다. 말투와 다르게 행동은 까탈스럽지 않았기에 괜히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다. 바로 버스에 탑승을 시켜줬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동안 버스는 케이프타운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도착시간은 한참을 지나있었다. 배를 쫄쫄 굶어가며 창밖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국가와는 다르게 선직국의 느낌이 물씬 났다. 건물들도 정갈했으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이게 선진국의 기준은 아니지만 백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2시쯤 케이프타운에 도착했지만 호객꾼들은 없었다. 캣앤뮤즈로 가는지만 물어봤는데, 확실히 이 숙소가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나미비아에서 돈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100랜드를 나오미 부부에게 주었다. 그들만큼 여행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여행객이 주변에 없었기에 숙소를 어디로 묵는지 물어보니 파인랜드라는 곳이란다. 무려 도미토리가 80랜드, 캠핑은 50랜드란다. 이런 싼 가격을 찾은 것도 놀라왔지만, 케이프타운에서 캠핑장을 찾은 것이 더욱 대단했다. 그들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기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안도부부와는 볼 수가 없었다. 페이스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겼다. 


파인랜드까지는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만 했는데 호주와 플랫폼의 구조가 너무나 비슷했다. 흡사 호주에 온 느낌이었다. 순간 외국인 노동자로 살던 브리즈번이 떠올랐다. 파인랜드 역에 내리면 바로 에코빌리지란 작은 동네가 나오는데 그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집에 짐을 풀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딴 곳에 살기 때문에 그녀의 집에 방문을 하니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하지 않았다하니 잠시 후 숙소로 건너가겠다며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행자들은 아니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어찌나 배려심들이 넘치는지 사람들 한명 한명이 다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간단히 파스타와 양파를 사서 배를 채우며 생각해보니 2,500랜드를 출금한 것은 너무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일 동안 어떤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돈을 쓸까 머리를 굴리는데 주인 아주머니인 헬렌이 방문했다. 그녀에게 나는 도미토리방을 배정받았고, 히로키 부부는 역시나 텐트를 폈다. 

그가 텐트를 치는 것을 도와주며 그 옆에서 알짱거렸다. 이 친구들이 언제 렌트를 할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희망봉에 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사실 차를 렌트해서 이들과 1/3을 하는게 가장 편안한 방법이였으며, 저렴하기도 하였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전부 부담하는 것보다 내가 껴서 돈을 부담해주는 것이 물질적으로 상당한 도움이기에 마다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는 너무 숟가락을 얹어놓는 것처럼 보이기에 내일 무엇을 할지 물어보니 케이프타운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 하였다. 음... 이틀 밖에 시간이 없는데... 일단 내일까지는 상황을 보고 렌트를 하자 해야겠다 싶었다.  괜히 그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마음에 내일 아침에 보자하고는 일찍 방으로 들어왔다.


2016. 04. 27 ~ 28



간단히 정리하는 나미비아 여행.


 - 나미비아 여행루트



< 1 : 빈트훅, 2 : 세스림, 3 : 스와콥문트, 4 : 케이프크로스, 5 : 오푸오, 6 : 에토샤 >


 - 여행 경비

 

 나미비아 : 3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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