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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남아공 케이프타운. #140 5시간의 고통, 드레드락.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4. 26.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우중충했다. 화창한 날씨의 케이프타운 전경을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오늘 테이블마운틴을 올라가지 않는다면 이후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히로키는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 하였기에 나혼자 테이블마운틴을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시내로 향하는 트램에 몸을 실었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곧 보슬비가 내렸다. 장마처럼 화끈한 비는 아니었지만 옷을 적시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언제 비가 한바탕 쏟아질지도 몰랐고, 젖은 몸으로 테이블 마운틴에 올라가 케이프타운 전경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등산은 포기했다. 시간이 붕 떠버렸지만 케이프타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아보고 오지않아 딱힐 할게 업었다.

문뜩 '드레드락'이 떠올랐다. 예전부터 드레드락을 너무나 하고 싶어서 호주에서부터 약 1년반가량 머리카락을 길러왔는데 이 기회에 한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하러가기전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프리토리아나 요하네스버그에서 갈 수 있었는데 프리토리아로 가는 버스티켓을 구매하고 혹시나 버스가 연착되는 경우에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내려 공항으로 가면 되었다. 두곳이 값은 똑같이 500랜드, 매표소 직원은 엄청나게 싸가지가 없었지만 이 곳이 다른 버스회사에 비해 저렴했기에 두말없이 참았다.


남아공을 떠날 때 환전을 대비하여 환전소를 찾다가 호객꾼을 만났다. 아주 적극적으로 내 팔을 끌고가던 그는 한 건물로 데려갔는데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기에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일단 따라갔다. 두 명이 타면 꽉 찰 정도로 작던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니 아주 번듯한 환전소가 있었다. 간단히 환율만 알아보고 나오면서 혹시 미용실을 추천해줄 수 있겠냐 물으니 바로 밑에 층이 미용실이라며 좁디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갔다.

정말 동네 미용실이었다. 여행자가 올만한 곳은 아닌듯 모두 현지인이었고, 눈동자를 흘겨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드레드락을 하고 싶다 이야기하고 가격을 무려보니 무려 150랜드. 거진 공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군데를 알아보고 오겠다고하니 별 말을 하지 않고 보내주었다. 

길을 돌아다니며 드레드락 머리를 한사람마다 '너의 머리가 너무 멋지다. 나도 드레드락을 하고 싶은데 미용실을 추천해달라'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아는 미용실을 추천해주었고, 더욱 열정적인 사람은 나를 끌고 미용실 안까지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나마 저렴한 곳이 800랜드, 비싼 곳은 1800랜드까지 불렀다. 아무리 돌아봐도 아까 그 곳만한 곳이 없었다.


30여분이나 헤메인 끝에 다시 미용실을 찾아 들어가니 다행히 그들은 나를 기억했다. 미용사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 앉으니 아까와는 말이 다르게 700랜드라하였다. 150랜드라 하지 않았냐하니 코웃음을 치며 잘 못 들었을꺼란다. 주머니 속 동전까지 다 꺼내 약 400랜드를 보여주며 이 가격에 해주면 안되겠냐 물어보니 한참을 뜸들이다 작은 코바늘을 가져왔다.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나중에 풀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혹시나 하여 잠시 코바늘질을 멈추고 미용사에게 물어보니 아무말 없이 손으로 가위모양을 하고는 싹둑 자르는 제스쳐를 취했다. 쿨했다.고민이 되었지만 언제 드레드락을 해보겠어라는 마음에 눈을 살며시 감았다.

미용시간은 약 5시간, 미용사는 중간중간 밥을 먹었고, 화장실도 다녀왔으며, 수다도 떨었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나는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리카락을 단단히 묶기위해서 정말 쎄게 잡아당기는데 한가닥 한가닥 머리카락이 당겨질때마다 드레드락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아줌마도 한대 치고 집에 가고싶을 정도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계속 미용사가 아프냐 물어봤는데 당연히 알면서 뭘 물어보나싶어 더욱 짜증이 났다. 





고통의 시간을 참고 견디어 완성된 머리를 보니 완전 정말... 별로였다. 두꺼운 머리카락이 몇개 없어서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도 아니었으며 머리를 너무 단단히 묶다보니 앞머리 두개가 더듬이처럼 하늘을 향해있었다. 최악이었다. 돈이 아까운걸 떠나서 이러고 어떻게 다니나 싶었다.

미용사가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처음엔 원래 이렇다며 나를 두둔했다. 한 3일정도 머리를 끈으로 묶고 다니고 조금 머리카락이 쳐지면 자연스러울 것이라하였다. 그러나 나는 불안했다. 역시 싼게 비지떡인가. 머리를 끈으로 묶으니 조금 나았다.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어 그녀에게 주는데 지하철비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10랜드는 필요했다. 구걸구걸하여 10랜드를 깎았다. 원래의 계획은 워터프론트를 다녀오려했지만 머리도 마음에 안들었고, 움직일 돈도 없었기에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내 화장실에 들어가 이리저리 머리를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정말 별로였다. 만사가 짜증났다. 저녁을 먹는데 파라과이 유학생이 머리를 보고는 예쁘다고 했지만 스쳐지나갔다. 






꿀꿀한 기분에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도통 적응이 안되었다. 얼마나 단단하게 쪼였는지 조금이라도 머리카락이 씹히면 엄청난 고통이 다가왔다. 배게와 머리사이에 두툼한 밧줄을 두르고 자는 느낌이었다. 최악의 느낌이었다.


2014.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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