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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2, 인도

Welcome to india. #8 쿠리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0. 13.

살짝 밀어보니 물컹하다. 쓱쓱 문질러보니 부드럽다. 잠결에 내 발에 닿은 무언가였다. 영호가 배낭을 내 침대에 올려둔 줄 알았다. 반쯤 감은 눈으로 이불 속을 보니 큰 개가 있었다. 깜짝이야... 너무 깜짝 놀랐다. 왠 개가 여기 있나 싶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는 개를 무서워하기에 침대에서 허겁지겁 내려왔다. 

손으로 밀고 머리를 툭툭 때려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밖으로 나가보니 너무나 쌀쌀한 날씨였다. 개 역시도 쌀쌀했음이 분명했다. 얼마나 추웠으면 여기까지 기어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은 내 침대를 이름모를 개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7시 30분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다들 얼굴이 퉁퉁 불어있었다. 세수를 하는동안 낙타꾼들이 낙타를 몰고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 그룹은 사람이 워낙 많아 따로 한팀을 꾸렸고, 외국인 몇몇을 모아 한팀이 꾸려졌다. 아침밥을 먹은 후 외국인 그룹이 먼저 출발했고 약 15분 후 우리가 출발했다.


로보트처럼 접히는 다리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낙타 몰이꾼이 나에게 낙타 고삐를 쥐어주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뜻으로 알았는데 혼자 올라타고 끌고 가란다. 괜히 낙타에서 떨어질까봐 불안해 거절을 했지만 끝까지 나에게 고삐를 넘겼다. 그러면서 'You are boss'란다. 

그래 차라리 이게 더 재밌겠다 싶어 혼자 낙타를 몰고 가기로 했다. 

얼마나 갔을까. 낙타가 맛있는 나무를 발견했는지 미친듯이 뜯어먹기 시작했다. 당황하여 컨트롤이 안되니 결국 몰이꾼이 붙었다. 그러다 슬슬 혼자 끌고 싶었기에 고삐를 받아 다시 혼자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래가지 않아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다운 작은 저수지에서 낙타의 목을 적셨다. 그리고 옆에서 우리의 음식을 할 물도 담았다. 좀 찝찝하긴 했지만 먹고 죽기야 하겠나 싶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당연히 숟가락은 없었다. 물티슈로 손을 쓱 닦고 그냥 먹었다. 탈리 두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운 후 그늘에서 낮잠을 청했다. 중간에 깨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그늘에 누워서 쉬는데... 도통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슬슬 짜증이 날려는 찰나에 몇명의 몰이꾼들이 낙타를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뭔가 하고 쓱 보니 낙타가 발정이 났는지 교미를 시키고 있었다. 교미가 끝났지만 숫놈이 미쳐날뛰는 바람에 출발시간은 더욱 늦어졌다. 이 놈이 침착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몰이꾼이 다가와 나무를 사라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해서 무슨 나무인지 물어보니 땅바닥에서 조만한 나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500루피란다. 

짖궃은 놈들. 귀여운 장난이라 생각하고 필요없다 이야기한 후 낙타에 올라탔다.






약 5시쯤 선셋포인트에 도착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높은 언덕이었다.

한쪽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는데 갑자기 우리보고 나무를 구해오란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자세히 물어보니 캠프파이어용 나무를 구해오란다. 아까 500루피가 그 캠프파이어용 나무였다. 황당하긴 했지만 나름 나무를 구하러 다니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11명에서 으쌰으쌰 나무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한가득 나무를 가져다주고 나서야 그들은 조리를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멋진 사진을 한가득 찍고, 시원한 킹피셔와 맛있는 닭고기를 먹으며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어느새 시커먼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야기를 하는 중 하늘을 보니...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별을 본적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별이 많았다. 정말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떤건지 처음 느꼈다. 


털썩 모래바닥에 누워 별을 보기 시작했고, 저건 카시오페아라느니, 저건 북두칠성이라느니, 저건 오리온자리라느니 별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인도인들이 맨날 바라보는 별을 보며 신기해했고, 그들은 우리들이 항상 보는 아이폰을 보며 신기해했다. 아이러니한 현실에 묘한 기분이었다.


땅바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한참, 어느새 우리의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야외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기에 두툼한 옷을 입고 침낭안으로 들어갔다. 

우주한복판에서 잠을 청했다.


2/9


물 - 30루피


합계 : 3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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