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보온에 신경쓴 덕이었을까. 사막 한가운데서 잔 것 치고는 그다지 춥지 않았다. 내가 3번째로 일어난 사람이었다. 먼저 일어난 2명은 죽어가는 모닥불 앞에 앉아 주변 나뭇가지들을 넣으면서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그들을 돕는 동안 한사람 한사람 일어났고, 해 역시 기지개를 펴고 둥그스름한 머리를 내보이고 있었다.
나는 몰랐지만 어젯밤 내가 엄청난 코골이를 했단다. 친구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10시에 출발하는 또 다른 팀이 있을테니 그 시간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인도인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정리하는 동안 우리는 모닥불에 다닥다닥 모여앉아 추위를 피했다.
출발할 때는 낙타 다리를 묶어 뛰지 못하게 속도를 조절해놨지만 갈 때는 빨리 돌아가기 위해 낙타 다리에 묶여있던 줄을 풀었다. 채찍으로 낙타의 엉덩이를 치며 뛰니 금새 마을에 도착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이다지도 오래 돌아왔던건가 싶었다.
9시 반쯤 도착하니 역시나 몇몇의 사람들이 낙타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는 쉼없이 달려야만 했다.
13명이 모였지만 참으로 단합이 잘 됐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시골 느낌도 물씬 풍기는 곳이라 참으로 좋았다.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자이살메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는 금새 도착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어찌해야하나 하는데 버스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 지붕위로 올라가라 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이런 경험을 언제하나 싶어 재빠르게 버스위로 올라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몇몇의 현지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13명의 인원이 사이사이 껴서 앉으니 버스는 출발했다.
좀 더 풍경을 멋지게 구경할 수 있었기에 좋았고, 생각보다 편했다. 시원한 바람과 동반한 먼지가 가끔 미간을 찌푸리게 할 뿐이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누군가가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왔다. 버스 돈 걷는 아저씨였다. 멈춘 후에 돈을 받으면 될껄. 이해가 안된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때 저사람 대단한 프로정신을 갖고 있다 생각했다. 잠깐 존경심도 들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자이살메르로 돌아왔다. 나정이와 혜인이, 일심누나, 예원이는 우리와 우다이푸르로 갈 예정이었기에 버스시간을 알아보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나머지 인원은 타이타닉에서 기다리겠다며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지자 했다. 금방 가겠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우다이푸르행 마지막 버스가 30분 후 출발이었다. 아쉬울 뿐이었다. 어차피 연락처를 서로 교환했기에 아직 남은 인도 여행기간 중 다시 볼 수 있을거라 위안했다.
우다이푸르행 버스는 2시반에 출발해서 한시간 조드푸르에서 쉬고 탔던 버스 그대로 우다이푸르로 가는 버스, 3시반에 출발해서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는 것. 총 두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5시로 같았기에 고민끝에 버스를 안갈아타는 것으로 결정했다.
출발하기 전 버스정류장 앞의 로컬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는데 이 곳의 탈리 맛이 정말 끝내줬다. 내가 먹은 탈리 중에 최고로 칠 정도로 맛있엇다. 몇 번을 더 받아먹고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로 버스에 올랐다.
짐 쌀때 쓸때없는 것좀 가져가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동생은 기어코 자신의 전공책인 아랍어책을 들고왔었다. 버스에 누워 '너 그책 한번이라도 봤냐?' 물어보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주섬주섬 책을 꺼내 보기 시작했고, 3분만에 잠이 들었다.
한참을 달려 저녁무렵 버스가 멈췄다. 사람들이 다 내리길래 저녁먹을 시간인줄 알았는데 버스를 갈아타야만 한댔다. 아... 그럼 그렇지.
일심누나는 폭발해서 싸우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능글맞음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갈아탔다.
좋지 않은 자리를 배정하거나 불합리하게 굴면 다같이 싸우려했는데 원래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를 줘서 별 말 안했다. 간단히 과일과 과자를 사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다시 달리다 한적한 곳에 멈췄다. 사람들이 내리더니 볼일을 봤다. 나도 한쪽 판자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볼일을 봤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사는 판자집이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흙으로 잘 숨켰다.
할일 없이 노래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2/10
낙타사파리, 방값, 팁 - 1250루피
과자 - 10루피
쿠리~자이살메르 버스 - 60루피
점심 - 185루피
자이살메르~우다이푸르 사설버스 - 900루피
합계 : 2405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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