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덜컹덜컹. 정신을 차리니 봉고차 안이었다. 우리를 태운 봉고차는 뒷자리에 우리가 탔다는 것을 잊은 듯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어제 너무 술을 먹어서인지 속은 뒤짚어져서 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5분만, 3분만, 2분만 참자. 아 도저히 안되겠다. 봉고차 세워야겠다 싶은 순간. 페러글라이딩 강사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봉고차를 세웠다.
봉고차에 내려 정신을 차리고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죄다 한국사람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내가 예약한 페러글라이딩 회사는 헥토르 페러글라이딩 회사였다.
이 헥토르에 위대함을 알려면 잠시 중동이 4대 천왕 이야기를 해야한다. 한국 사람이 중동을 여행하면 꼭 만나는 사람 4명이 있다. 오늘 만난 터키 페티예의 헥토르, 요르단 와디럼의 지단, 이집트 룩소르의 만도, 시리아의 압둘라. 이 4명 중 단 한 명도 만나지 않고 한국을 돌아가는 중동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다. 나 또한 요르단에서 와디럼 붉은 사막 투어를 지단과 함께 했다.
벌써 중동의 4대 천왕 중 한 명을 만났다는 점에 대해 나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 할 무렵 남자 한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다부진 체격에 인상이 좋던 그는 악수를 청하며 나와 함께 뛸 사람이라 말했다. 믿음직스러웠다. 게구진 동생이 자신의 파트너는 일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며 혹시 페러글라이딩 추락하는거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잠시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내 페러글라이딩 파트너가 가방을 하나 메게했다. 그러더니 Ready?란다.
응?
그는 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순식간에 Run, Run, Run이란다. 난 아직 팔을 다 빼지도 못했는데 '어어어어어' 하면서 일단 뜀박질을 시작했다. 다리가 공중에 뜨는 순간 팔이 빠졌고 안정된 자세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대박.
달리 표현 말이 없다. 왜 페티예가 세계 3대 페러 포인트(스위스, 네팔, 터키)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메었던 가방은 어느새 의자로 변신하여 내가 평온하게 하늘을 날도록 도와주었다.
어떨 때는 빠르게 어떨때는 느리게, 바다를 바라보다가 땅을 바라보다가, 위로 향했다가 아래로 향했다가. 최고의 풍경을 다채롭게 보여주기 위한 페러글라이딩 파트너의 배려가 돋보였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약 20여분의 시간이 2분과도 같이 흘러갔다.
땅에 내려와 바다를 바라보니 에메랄드 빛 바다가 더욱 투명하게 보였다. 잠깐의 여유를 느낀 후 우리는 봉고차를 타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나의 파트너는 나에게 촬영 CD 구입을 권했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한 동영상 촬영은 충분히 찍었기에 구매하지 않았다.
아쉬워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나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했다.
세르비스를 이용하여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어제 우리에게 페러글라이딩을 싼 값에 해준 그가 마중나와 있었다. 그에게 최고의 페러글라이딩이었다며 고맙다 이야기하고는 그의 안내를 받아 파묵칼레행 버스에 탑승했다.
2014. 02. 15
다음이야기.
2016/01/15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세계일주 사진. #11 터키 안탈리아, 페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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