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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에페소. #69 에페소에서 공짜로 가이드를.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17.

셀축에서 에페소까지는 약 2Km정도 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돈이 아까워서 우리는 아침부터 걸었다. 운동 삼아 걷는다 생각하면 사실 먼 거리도 아니다. 

에페소를 가는 도중에 7인의 잠들어있는 동굴이란 곳이 있다 들었지만 위치상 애매하여 가지 않았다.

입장료는 25리라. 아야소피아 입장료가 25리라였던 것에 비하면 싼 편인 것은 확실하다.






로마와 그리스를 가보지 못했기에 얼마나 로마 유적과 닮아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뭔가... 로마의 기운이 다가온다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시작은 원형극장이었다.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들었는데 그 크기가 엄청났다. 파묵칼레에서 봤던 것 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었다. 

원형극장을 구경하는 동안 한 명의 여자가 무대위로 뚜벅뚜벅 걸어올라오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노래소리에 잠시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하였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그녀는 수줍게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페허에 가깝게 변해버린 도시의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켈수스 도서관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원형극장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섬세한 조각들을 구경하는데 이 조각품들은 사실 모조품이다. 그래도 도서관 자체에서 나오는 매력은 충분하다.


잠시 그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사람이 참 많다. 거의 여행자의 반이 한국 사람 같았다. 가이드가 손에 쥐고 있는 깃발들도 다양했다. 

내가 앉은 곳 주변에도 한국사람이 많았는데 듣고 싶지 않아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자식자랑, 동네 아줌마 뒷담화, 시어머니 욕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생각했지만 지금하는 이야기가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전부라 생각하니 조금 짠하기도 했다. 

유적지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뒷담화가 더 현실적이며 재밌는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혼이 나겠지만 에페소에서는 가이드가 필요없다. 태반이 한국 단체 관광객이기에 그냥 구경하고 있으면 저절로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들린다. 

물론 가이드들이 얌체같이 설명을 듣고 사라지는 배낭여행객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래서 가이드 투어객들을 피하려 노력하는데 에페소 유적지는 도저히 가이드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았다. 정말 유적마다 하나 걸러 투어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고 있기에 천천히 구경하다보면서 설명을 다 들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꽃보다 누나'의 여파로 터키 여행이 급증했었단다.

가이드와 투어객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가이드 없이 공짜로 가이드 여행을 마쳤다.


반대편 입구에 다다르니 에페소 유적지가 감싸고 있는 산에 올라가서 보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 관리자에게 다가가 산을 올라가도 되냐 물어보니 안된단다. 이유를 물어봤지만 그냥 안된단다. 그냥 말 안하고 몰래 올라갈 걸 그랬다.




점심식사는 약 40년 전통의 레스토랑을 가서 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오늘의 일정을 끝마쳤기에 우리는 여유롭게 셀축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내에서 보이는 셀축성을 가기 위해 걷고 있는 중 한 아이를 만났다. 그는 혼자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대뜸 나에게 패스를 했다. 자신이 축구 연습을 하기에는 한 명이 더 필요했나보다. 우리는 잠시 그 꼬마와 공놀이를 즐겼다.

약 5분정도가 흘렀을까. 우리가 셀축성 가는 길을 물어보니 자신을 따라오란다. 골목을 구불구불 들어가더니 꼬마는 우리에게 개구멍 하나를 소개시켜주며 먼저 쏙 들어갔다. 근처에 있던 터키 아줌마 한명도 들어가도 된다는 손짓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은 좋지 않을 듯 했다. 

일단 근처에 유적지를 지키는 경찰이 많았고 만약 걸린다면 불법 문화제 침입으로 큰 벌금을 맞을 수도 있었다. 또한 꼬마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괜히 따라갔다가 혹시나 하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반대쪽으로 돌아 입구로 가보니 어차피 셀축성은 보수공사 중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사도요한의 교회라는 곳까지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밤 10시 그녀들과 헤어졌다. 터키의 마지막 목적지인 이스탄불로 향했다.


2014.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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