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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사플란볼루. #58 내가 불청객일 수 있겠구나.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7.

동이 틀 때 쯤, 버스는 사프란볼루에 도착했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져있는 사프란볼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는 구시가지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여행자들은 자신들이 예약한 숙소의 세르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을 했다. 나는 숙소를 예약하고 가지 않았기에 김양이 가기로 정한 숙소로 같이 움직였다.

 



그녀와 같이 향한 숙소는 한국여행자들이 자주 간다는 호스텔이었는데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25리라에 싱글룸을 묵을 수 있었지만 조금 더 저렴한 호스텔이 있는지 찾아보러 밖으로 나갔다. 너무 이른 아침이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호스텔은 문이 닫혀있었다. 그나마 열려있는 몇 군데의 호스텔을 들른 결과 20리라에 도미토리 호스텔을 찾아 이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호스텔 주인에게 다른 호스텔로 간다 이야기하니 세르비스 값 5리라를 내라며 화를 냈다. 하루만 묵을 생각이었기에 25리라로 값이 같아 그냥 이 곳에 머물기로 했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방으로 들어가니 마치 냉장고에 들어 온 듯 추웠다. 온기는 전혀 없었고 작은 라디에이터는 죽기 직전 온 힘을 다해 펌프를 돌리는 듯 아주 미약한 온기만 내뿜었다.

 

김양은 사프란볼루에서 하루를 자지 않고 밤버스를 이용해 트라브존으로 갈꺼라며 먼저 버스표를 샀다. 나는 그 곳에서 만난 두명의 남자들과 동행을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라는 그들의 첫 느낌은 극명하게 달랐다. 한 명은 모범적이게 생긴 얼굴이었으며 한 명은 얼굴에 장난끼가 가득했다. 여행 스타일 또한 달랐는데 모범동생은 많이 걷고 다양한 문화를 추구한다면, 장난끼 동생은 힘들여 움직이는 것을 꺼려했으며 멋진 관광지와 풍경 보기를 추구했다.

둘 다 나와 함께 터키 일정의 대부분을 보냈기에 둘의 다른 성격에 대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사프란볼루의 자랑이 유네스코 지정 말고도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로쿰'이다.

젤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맛은 젤리와 비교도 되지 않게 달다. 사프란볼루 시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로쿰가게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종류이 로쿰을 무료로 먹어 볼 수 있다. 나는 기념품을 살 수가 없었기에 ㄱ게마다 돌아다니면서 수십개의 로쿰을 먹고 내가 먹을 약간의 로쿰을 구매했다.

 

김양과 다시 만나 총 6명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들 어쩜 그리 꼼꼼하게 정보를 찾아보고 왔는지 그들 모두 한결같이 가봐야하는 맛집이 있다며 떠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곳이 그냥 그랬다. 양도 적은 편이었고 주인도 불친절했으며 맛도 그냥 그랬다.

그 안에는 중학생, 좀 더 나이를 쳐줘봤자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2명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나 자신들의 여행에 대해서 자랑을 하는지 귀가 아플지경이었다. 중간에 말을 끊기도 그랬기에 그냥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동굴을 추천해주었는데 우리 모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곳이라 그냥 마을 안쪽을 거닐기 위해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볼 때는 마을이 참 아기자기한 느낌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관광객들이 기웃기웃거리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해는 되었다. 나 또한 미안한 마음에 잠시 마을을 거닐다 박물관을 갔지만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마을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멀리 보이는 나무에 꽂혀 저 곳을 다녀왔다.



그러던 중 멀리, 그러나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산 위에 나무 하나가 보였다. 평평한 평지에 나무 하나만 우뚝 솟아있었다. 갑자기 그 곳에 가고 싶었다. 다 같이 가보자하니 김양은 가지 않겠다 하여 나와 동생 2명만 올라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만난 할아버지 덕분에 쉽게 그 곳에 올라갈 수 있었다.

산 위에는 차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차를 끌고 올라온 가족이 있었다.

그다지 시끄럽게 놀지 않아 나는 나무 밑에 누워 책을 읽었다.

 


1시간쯤 그 곳에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는데 몸이 피곤했는지 로비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2시간을 내리잤다. 주변이 소란스러워 일어나니 동생 두명과 김양, 사프란볼루행 버스에서 본 여자 2명 모두 있었다. 여자 3명은 오늘 떠난다 했기에 맥주도 살 겸 배웅을 해주었다.

장난끼동생과 호스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젊은 청년과 3명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갓오브 텔런트 터키판이었는데 터키 청년이 가운데 앉은 심사위원이 몇 살 같이 보이냐 물어보길래 대충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보인다하니 박장대소를 하며 50대 후반이란다. 정말 전세계 연예인들은 늙지를 않나보다. 의술의 힘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노안의 대표주자인 나로써는 상당히 부러웠다.

 

맥주 하나를 다 마시고 방에 들어왔으나 여전히 추웠다.

침낭에 들어가 뻣뻣한 이불까지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2014.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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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9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앙카라. #59 나 놀이기구 못 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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