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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이스탄불. #57 신시가지 방랑, 그리고 새로운 여행 메이트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7.

신시가지 관광 후 이스탄불을 떠나는 날이다. 나와 혼자 온 여자 한명(이하 김양)은 같이 사프란볼루로 이동하기로 하였고 자매는 카파도키아로 이동, 교환학생 남자는 하루를 이스탄불에서 더 보내고 앙카라로 떠난다했다.


터키에서는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티켓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버스회사 오피스로 가서 티켓을 구매하면 되는데 몇개의 버스회사 오피스들끼리 모여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가격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버스표를 구매하고 오피스에 적어준 시간에 맞춰 오면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주는 세르비스(서비스)가 운영된다. 터미널에 가는 비용을 아끼며 시간도 벌 수 있기에 자주 이용하고는 했다.


자매는 어제 카파도키아행 버스 티켓을 사놓았기에 나와 김양만 사프란볼루행 티켓을 샀다. 몇 군데 오피스들을 둘러보고 흥정하려 했지만 단 한군데의 버스회사만 사프란볼루행 버스를 운영하였기에 흥정이 먹힐리가 없었다. 은근슬쩍 국제학생증을 내밀어 봤지만 미국에서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것 만큼 '이게 무엇인고~?'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교환학생이 짜놓은 스케줄에서는 오늘 신시가지 중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힌다는 베벡에 루멜리히사르를 간다했다. 발음도 어렵다. 루멜리히사르.


요새로 지어진 이 건물은 22번 버스를 타고서도 40~50분을 가야한다. 성채 안에 들어가면 막상 볼게 하나도 없다. 성곽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보루스해협을 볼 수 있지만 한눈에 담기는 무리다. 

이 곳에 들어갈 때 교환학생이 티켓을 샀는데 매표소 직원의 실수로 두장을 겹쳐 주었기에 나는 공짜로 들어갔다. 막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자신이 이스탄불 토박이라며 이 곳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겠다는 한명의 현지인을 만났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신이 직접 입장료를 내고 따라 들어왔다. 거절할 틈도 없이 말이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그의 설명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교환학생이 너무 자세히 준비를 하여서 그에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내려온 이후로도 그는 우리를 계속 따라다녔다.

여자들은 근처 맛있는 쿤피를 집이 있다며 함께 가자 이야기했다. 어차피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기에 허기도 달랠 겸 함께 이동을 하였다. 쿤피르는 구운감자를 버터와 버무린 후 여러가지 토핑을 넣어 먹는 음식인데 아주 맛있다. 식당 내에는 우리 말고도 여행자들이 많았는데 꽤나 유명한 곳인 듯 벽면에 각국의 언어들이 쓰여있었다. 

가격은 15리라로 비싼 편이었지만 양이 혼자 먹기에 충분히 많았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지만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점이 있었다면 가게의 인테리어가 과거 캔모아 스타일이었다는 점뿐이었다.

우리는 돈을 조금씩 모아 쿤피르 가게까지 따라온 아저씨에게 주었다. 정말 가이드를 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가이드를 사칭하는 장사꾼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박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쿤피르를 맛있게 얻어먹고 그는 사라졌다.


여자들은 아주 예쁜 스타벅스 카페를 간다하였지만 나는 커피보다 새로운 여행메이트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교환학생과 함께 이집션 바자르로 향했다.

그는 까다로운 내 취향 때문에 꽤나 고생을 했다. 대략 1시간을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내 눈에 띄인 가방이 있었으니 바로 가죽가방이었다. 효율성 Zero에 가까운 가방이었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이 내 마음에 쏙 들어 바로 구매해버렸다. 

그러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방은 아니었다. 효율성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내가 입고 있는 옷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콩깍지가 씌여버린 바람에 흥정도 제대로 하지 않고 비싸게 구매했다.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자매를 배웅 해준 후에야 콩깍지가 벗겨졌다. 바로 이집션 바자르로 뛰어갔다. 환불을 할 생각이었는데 해줄 것 같지 않았다. 가게를 도착하니 영업이 끝났는지 가방들을 점포 안으로 넣고 있었다.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아까 가방을 샀는데 환불을 원한다고 말하니, 왠일? 쿨하게 해주었다. 이 곳이 인도가 아닌 터키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결국 100% 실용성 정신에 입각하여 나이키 이미테이션 가방을 구매했다. 크기도 컸으며 나름 공간 나눔도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했다.


필리핀에서 구매한 보조가방을 버리기 전 지퍼에 달려있던 킹콩인형을 떼어 필통에 넣었다. 새로 산 나이키 보조가방의 크기가 넉넉했기에 메인 배낭에 있던 보조 백팩도 버렸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새롭게 시작한단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김양과 함께 버스회사 오피스로 가서 세르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가는길에 세르비스에서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에게 여행지를 추천할 때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욕을 먹고 싶지 않다면 '이스탄불에 가봐'라고 이야기 하자. 남녀노소 그 누가 이 곳을 싫어하겠는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타니 건너편 옆자리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두 여자가 있었다.

무시하고 잠을 잤다.


2014.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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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7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세계일주 사진. #9 터키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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