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끼 동생이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왔기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했다. 어제 걸어갔을 때에는 멀다고 느껴졌는데 택시를 타니 금방 도착했다.
오후 2시쯤 우리는 앙카라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은 너무나 크고 버스회사 또한 너무나 많아서 모든 버스 회사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의 계획은 앙카라에서 괴레메까지 새벽 버스를 탈 생각이었기에 몇 몇의 버스회사를 돌아다녀봤지만 대부분의 오피스에서는 새벽 버스가 없다했다. 한참을 돌아다녀서야 겨우 새벽 1시반 출발 버스를 찾아 구매했다.
거의 10시간이나 남았기에 짐을 맡겨놓고 동생들과 가이드북에 나온 한국기념관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길을 배회하며 돌무쉬를 알아봤는데 사람들마다 말이 달라 근처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그 때 자신이 길을 알려주겠다며 터키 여자가 다가왔다. 자신을 간호사라 소개한 그녀는 얼굴도 예쁠 뿐 아니라 영어도 잘했다. 우리가 한참 헤메이던 곳에서 멀지않은 곳이 돌무쉬 정류장이라며 그 곳에서 돌무쉬가 올 때까지 우리를 기다려줬다.
돌무쉬를 타고 내리니 근방에 공원이 있다 하여 그 곳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사람도 많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공원이었는데 공원의 한 가운데에 작은 놀이공원이 있었다.
놀이공원이라... 나는 놀이공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도데체 뭐가 '놀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바이킹, 청룡열차, 자이로드롭 따위를 나는 놀기 위해서 타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바이킹을 탄 후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기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놀이공원을 가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터키에서 놀이공원을 가자니... 나는 동생들에게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으니 너희끼리 타고 놀라했다. 그러나 남자 두명에게 보쌈을 당해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하고 바이킹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래... 중학교 때는 어렸으니까... 이제는 안 무섭겟지...'
천만의 말씀. 대형 바이킹도 아니고 미니 바이킹이었는데 무서워서 소리란 소리는 다 질렀다. 원래 안전바가 헐렁한건지, 방이킹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두 동생은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정말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 반대쪽에 앉은 터키 할머니와 아이는 도데체 이게 뭐가 무섭냐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내가 너무 소리를 질러서일까. 바이킹은 오래 작동되지 않았따. 괜히 내리면서 터키인 두명에게 미안했다.
걸음은 비틀비틀, 귀는 먹먹, 속은 울렁울렁
다시는 바이킹을 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시 하고 놀이동산을 떠났다.
원래 목적지인 한국기념관은 시간이 늦어 문을 닫은 상태였다. 딱히 할 것이 없었기에 다시 돌무쉬를 타고 앙카라 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아직도 출발시간은 3시간이나 남았지만 동생들은 슬슬 지겨워했다. 노트북을 주며 영화나 보라 했지만 괜찮다며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체스판을 하나 사왔다.
나는 땅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동생들은 한참이나 체스를 두다 괴레메행 버스에 올라탔다.
2014. 02. 09
다음이야기
2016/01/10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세계일주 사진. #10 터키 사프란볼루, 앙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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