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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116 그녀, 더락레스토랑, 마지막.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 31.

아침식사라고 차려준 짜파티와 바나나는 그나마 먹을만했다. 그러나 수박, 도저히 수박만은 먹을 수가 없었다. 골라도 어떻게 이런 수박을 골라왔나 싶었다. 10시까지 휴식을 취하다 밖으로 나와 해변을 산책하러 다녔다.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아주 좋았다. 쏟아지는 햇빛에 하얀 백사장이 더더욱 하얗게 빛이 났다. 

그녀는 근 7년간을 짝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3번을 고백했고, 3번을 모두 대차게 차였지만 굴복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 중이었다. 조금 아둔해보일 수 있지만, 이 얼마나 열정적이며 불타오르는 사랑이란 말인가. 그러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부러웠고 언제 나에게 그런 사랑이 찾아올까, 만일 그런 사람이 찾아오면 나 또한 저렇게 모든 걸 다 바쳐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녀는 작은 나뭇가지와 조약돌을 모아 그의 이름을 쓰고는 예쁘게 장식하여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미적인 센스가 전혀 없었다. 파라솔 밑에서 웃통을 벗고 누워있던 내가 그 귀찮음을 이겨내고 도와줬을 정도였다. 10분간 공을 들여 예쁘게 꾸며주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사진기를 들었다.











어제 먹어보고 싶었던 '파라다이스의 콜드누들'을 먹으러 들렀다. 이 더운 날씨에 콜드누들 한끼를 먹으면 세상을 다 얻을 정도로 감탄이 나온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음식이다. 시원한 뿐 아니라 맛 또한 좋았다. 15000실링 정도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했고 탄자니아를 떠나고 나서도 종종 생각이 날 정도였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는 바다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독을 저질렀다. 수건과 갈아 입을 옷까지 챙겨왓지만 물이 가득차 해변에는 수많은 해초류들이 물귀신처럼 나풀거렸다. 갑자기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변해 나를 끌어당겨 바다속에 잠기게 만들 것 만 같았다. 적당히 발만 담궜다.



어제 실패한 더락레스토랑으로 가는 달라달라에 몸을 실었다. 해가 지기전에 돌아오기 위해 꽤 이른 시간에 버스정류장으로 나갔지만 버스에 탑승한 것은 50여분이 지난 후였다. 

도착하니 어제의 어부들이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먼저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오늘은 레스토랑이 열었다는 눈짓을했다. 잠시 기다리니 건장한 청년 두명이 다가와 보트에 올라탔고 그들을 따라 우리도 탑승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보트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역시나 처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설렘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약 5분정도 보트가 움직이더니 내리라 했다. 강한 파도에 보트가 넘실댔고, 정박을 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보트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다. 그녀가 무서워했기에 내가 먼저 보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으쌰'

멋진 점프와는 다르게 순간 발을 헛딛어 난간에 가슴팍을 부딪히며 자빠졌다. 그러면서 바다에 빠졌고, 내 작은 가방에는 물이 들어가버렸다. 재빠르게 카메라와 핸드폰만 수습한채 그녀를 잡아주어 레스토랑 위로 올라갔다. 

이 곳, 분위기가 정말 좋다. 그러면서 한켠으로 가슴이 쓰라렸다. 이 곳은 자신의 사랑하는 짝과 함께 오는 곳임이 분명했다. 옷이 다 젖은 나는 너무 찝찝하여 바지를 훌훌 벗고 물을 짰다. 한방에 자면서 빨래한 서로의 속옷을 대놓고 걸어놓고 지냈기에 그다지 창피할 것도 없었다. 꾹꾹 물기를 짰지만 축축함은 가시지 않았다. 



이 곳은 거만하게도 실링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에게 얻어먹었다. 아주 깡이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스타터, 샐러드 파스터, 끝끝내 후식까지 시켜먹었다. 오늘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조금은 사치스럽게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탄성을 지를만큼의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분위기에 홀려 식사를 했다.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함께 잠비아로 넘어가자 했지만, 50여시간을 달리는 그놈의 타자라 기차가 꼭 타보고 싶었기에 끝끝내 거절했다. 

주변이 깜깜해질수록 별은 빛났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어느새 은은한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정도만 보일정도로 은은하게 켜져있는 초는 살랑살랑 부는 바닷바람에 나부꼈지만 꺼지지는 않았다. 가끔씩 포크의 앞부분이 접시를 긁는 소리가 났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풍미가 퍼지는 순간 짭짤한 바다내음 또한 한움큼 코로 들어왔다. 해물파스타와 천상의 궁합이었다.


모든일은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아쉽게도 우리의 마지막 식사를 그렇게 끝냈다. 그녀는 그녀의 갈 길이 있었고, 나 역시 나만의 길이 있었다. 집에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잠비아로 가자 했지만 끝까지 거절했다. 







달라달라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 기다리는데 칠흑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핸드폰 불빛을 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보니 더욱 장난이 치고 싶었다. 끝까지 불을 켜지 않았다. 거칠게 운전하는 달라달라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그녀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내일 오전에 타자라 기차를 확인해보고 자리가 없으면 자신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자 했다. 나 또한 굳이 며칠을 기다렸다가 기차를 타고 갈 마음은 없었다. 일찍 확인을 해보고 연락을 주기로 했다.

차근차근 그녀가 짐을 싸는 것을 도와줬다. 참으로 짐정리를 못했다.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었다. 

조금 이른 시간 우리는 별 말없이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2014.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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