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녀의 낮은 스킨스쿠버 강습으로 꽉 차 있었다. 오늘 파제해변으로 가기로 약속했지만 함께 떠나기에는 시간상 무리였기에 내가 먼저 파제해변에 가서 숙소를 구하고 그녀는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오기로 했다. 우리의 약속장소는 '더 락 레스토랑'이었다. 이 기가막힌 레스토랑은 바다 한가운데 작은 암초위에 지은 레스토랑인데 분위기가 정말 끝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 이미 파제로 가는 달라라달라를 알아놨기에 아침 10시쯤 달라달라 스테이션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 버스가 없었다. 역시나 아프리카의 약속 시간은 오묘하고 심오할 정도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려니하고 한쪽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현지인 한명이 다가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곳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한번만 갈아타면 지금 당장 출발하는 파제행 버스를 탈 수 있단다. 숙소로 돌아가 가방을 두고 어제 봤던 매력적인 시장을 좀 더 탐방할까 했지만 미리 파제로 가서 숙소를 구하는게 나을 것 같아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는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아 앉은 나에게 긴 팔을 창문안으로 넣어 팁을 요구했다. 아주 적은 금액의 돈을 쥐어주었다. 만족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 또한 이 비좁은 버스사이에 앉아 가는게 만족스럽지는 않았기에 많은 돈을 줄 수가 없었다.
달라달라 안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언제나 그렇듯 죽을만큼 덥고 죽을만큼 짜증이 올라오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버스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쪄죽기 직전에 내리라했다. 미찬비에서 한 번 더 버스를 갈아타니 파제 해변 근처 어딘가에서 떨어뜨려주었다.
파제해변에는 동양인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숙소가 하나 있다. '파라다이스'라는 이 숙소는 일본인이 운영을 하는 곳인데 이 더운 날씨에 '파라다이스'라고 느낄 수 있을만큼 시원하고 맛있는 국수를 팔기에 꼭 한번 먹어봐야하는 음식중에 하나였다. 혹시나 가격이 좀 저렴할까 하여 한번 가보니 역시나 저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의 값어치를 했다. 내부는 정말 잘 꾸며져있었고, 휴양지의 느낌을 아주 잘 살린 롯지였다. 흥정을 하면 할 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지만, 역시나 내가 만족할만한 금액은 아니었다.
또 다른 유명한 숙소를 찾아가는데 누군가 내 옆에 차를 세우고는 빵빵거렸다. 어디를 가는지 물어보기에 숙소 이름을 말하니 가는 방향이라며 차를 태워주었다. 그 덕분에 편하게 롯지까지 왔지만 그다지 퀄리티가 좋지 않았다. 서양 사람들한테 유명한 숙소였는데 안에는 역시나 서양사람들이 가득했고, 뭔가 서양스러운 게임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느낌의 숙소는 아니었다.
몇군데의 숙소를 거쳐보니 파라다이스 롯지가 가장 좋을 것 같아 터벅터벅 해변을 걸어가고 있는데 역시나 현지인이 다가왔다. 배낭을 메고 있는 것 때문인지 숙소를 구하는지 물어봤다.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친구가 숙소를 운영하는데 트윈베드룸을 20달러에 주겠다며 나를 꼬셨다. 밑져야 본전이니 그를 따라가는데 너무나도, 너무나도, 너무나도 멀었다. 배낭은 무겁고 땀은 줄줄흐르고 힘들어주겠는데 끝도 없이 걸어갔다. 역시나 신기하게도 진짜 힘들어 그만 가려하니 숙소에 도착했다.
파카차란 숙소였는데 주인은 가격을 30달러라 했지만 친구가 20달러에 쓸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줬다.
이 숙소, 대박이었다. 방은 엄청나게 넓었으며, 화장실의 수압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은 것은 손님이 없다는 점이었다. 나와 그녀 둘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의 바로 앞은 바다가 있었는데 물이 차면 누울 수 있는 평상에 바닷물이 들어왔다. 그 곳에 누우면 마치 바다위에 누워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동안 너무나 매력적인 파제해변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음악을 즐겼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더락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약 30여분을 기다려서야 미찬비로 가는 달라달라에 탑승해서 더락레스토랑을 간다했지만 자세히 모르는 듯 햇다. 다행히 핸드폰에 캡쳐해놓은 사진이 있었기에 사진을 보여주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OK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OK사인이 무색하게도 그가 내려준 곳은 지도상에서 약 1키로미터가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방법이 있나, 터벅터벅 걸어가는 도중 운이 좋게도 현지인이 오토바이를 태워줬다.
레스토랑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기다리는데 근처를 지나가는 현지인이 오늘은 레스토랑이 쉬는 날이라했다. 어쩐지 주변에 사람이 한명도 없다했다. 그녀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약속장소를 바꾸는 문자를 보냈을까 걱정되었다. 옆에 열려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하나 시키고 와이파이를 켜보니 딱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약 20여분을 기다리니 그녀가 도착했다. 스킨스쿠버 강사에게 오늘 문을 안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혹시나 하여 이 곳으로 왔다했다. 어쩔 수 없이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그녀가 타고온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는 숙소를 보더니 너무 만족스럽다며 계속 칭찬했다. 오랜 시간을 걸려 찾은만큼 기분이 좋았다. 잠시 쉬다가 오늘 집에 연락을 해야하기에 와이파이도 하고 국수도 먹을겸 파라다이스 호텔로 가자했다. 이 늦은 시간에 움직이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지만 꼭 집에 연락을 해야한다하기에 어두컴컴한 밤길을 나섰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들리는 길에는 가로등 하나 없었다. 미약한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걷는데 불빛을 사방으로 돌릴때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몇명 앉아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하나둘 늘어갔다. 거리가 꽤 됐기에 위험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엄청 불안해했다. 빠른 걸음으로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시간이 늦어서일까. 국수는 팔지 않았고, 와이파이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헛걸음을 했다. 다시 돌아가야했지만 그 어두컴컴하며 음침한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바다길로 돌아왔다. 물이 가득차서 허리춤까지 왔지만, 그 길을 걷느니 온 몸이 다 젖는게 분명히 나은 선택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롯지에서 맥주를 마시며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2014.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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