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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118 할게 없는 이런 날이 참으로 좋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2. 1.

'할 게 없음'

매력적인 말이다. 할 것이 없다는 것은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뜻이며, 가끔 생기는 할 것들은 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나는 그런 날이 너무 좋았다. 별 생각 없이 바람을 쐬도 좋고,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도 좋으며, 침대에 누워 뱅글뱅글 돌아가는 거대한 펜을 보기만 해도 좋았다. 

하루 종일 잠을 자서 그런지 눈은 일찍 떴다. 다르에스살렘에서의 마지막날이라 생각하니 편지를 한장 써서 집에 보내고 싶어졌다. 바다를 따라 길을 걷고 싶었고, 시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밖으로 나갔다.





근처 우체국으로 갔지만 편지지는 죄다 구리구리했으며 그에 맞지 않게 가격은 비쌌다. 몇 장을 들어서 이리저리 아무리 구경을 해도 돈을 쓰기가 아까울 정도의 편지지였다. 바로 발길을 돌렸는데 노점상 주인이 따라와 편지지를 만졌으므로 돈을 내야만 한다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그냥 돌아서면 되지만 아직 케냐에서의 사건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때였다. 물론 돈은 줄 수가 없었기에 그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혹시나 나를 따라와서 때리지는 않을까, 어디 숨어있다가 돌아다니는 나를 헤코지하지 않을까. 별의별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갑자기 편지지 사기가 싫어졌다. 아무것도 하지않을 자유를 생각하며.


밥을 먹기위해 골목길을 쏘아다녔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메뉴를 선택하는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슥~ 하고 인도의 향이 지나갔다. 그 찰나의 향기를 놓칠리가 없었다. 역시나 몇걸음 옮기니 인도식당이 나타났다. 값은 조금 비쌌지만 인도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날 쪼잔하게 1달러를 아끼자고 오랜만에 '할 게 없음'의 날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간만에 생긴 '할게 있음'에 기뻐하며 탈리의 맛을 음미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생각하며.


더운 햇볕을 피해 시원한 카페안에서 소소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는 행복을 느끼고, 저렴한 가격에 휴지를 하나 샀음에 기뻐했으며, 시원하게 터지는 와이파이 덕분에 세상과 소통했다. 

작은 박물관의 문은 닫혀있었지만 그 덕분에 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거리를 지나칠 수 있었다. 

바다바람에 짠내가 가끔은 고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고, 길 모퉁이 커다란 나무 밑의 그늘이 이렇게도 시원한지 그제서야 알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에디오피아에서 만난 일본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꽤나 시간이 지난 후였지만 나는 그를 단번에 기억했다. 그는 아주 특이한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마치 서부의 총잡이가 쓰고 다닐만한 모자였다.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더 거대했는데 약간의 거짓을 보태자면 노홍철이 가끔씩 쓰고 나오는 모자와 비슷했다. 갈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모자에는 징과 술까지 달려있으니 기억을 못할래야 못할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의 모자를 빌려쓰고 왔다면, 나는 빌려쓴 친구를 그 사람이라 기억했을 것이다.


그는 아쉽게도 YWCA에 방을 구하지 못하여 다른 곳에 숙소를 잡았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그 또한 타자라 기차를 탄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쉽게도 중간까지만 동행을 하는 일정이였지만 함께 기차를 탄다는 사실은 분명했기에 내일 함께 타자라 스테이션으로 향하기로 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와 작별을 고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14. 04. 03



간단히 정리하는 케냐, 탄지나아 여행


- 케냐, 탄자니아 루트.



<A :  나이로비, B : 아루샤, C : 응고롱고로, 세렝게티 사파리, D : 다르에스살렘, E : 잔지바르>


- 여행 경비


케냐 : 2만원

탄자니아 : 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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