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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116 타자라 기차는 자리가 있었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 31.

비가 쏟아졌다. 픽업차 안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으며, 픽업 장소에 도착한 후에도 쏟아지는 비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한채 헤어졌다. 아쉬웠다. 죽이 잘 맞는 여행자와는 항상 아쉽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밤페리는 20달러지만 낮 페리는 35달러였다. 알 수 없는 이유였지만 타야만했다. 잘 가라는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한 후 바로 페리에 탑승했다. 대충 밖에 앉아서 가려는데 알고보니 내 표가 비지니스표였다. 괜히 땡볕에 앉아서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기네스열전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다르에스살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추워 얼어죽을 뻔 한것만 빼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내리자마자 호객꾼이 달려왔다. 모두 물리치고 바로 달라달라를 타려는데 타자라 부킹까지 자기네들이 해주겠다며 오피스로 안내했다. 일단 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기에 그를 따라갔지만, 쉴새없이 자신의 회사에서 버스표를 사는 것이 어떠냐며 팜플렛을 들이밀었다. 타자라 기차가 타고 싶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전혀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앵무새처럼 버스가 더 나이스하다는 말만 늘어놨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닫아버렸다.

오피스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기차는 만석이라 이야기했다. 볼일이 끝났기에 밖으로 나간다하니 잠시 1분만 기다려달라며 내 가방을 잡았다. 역시나였다. 말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가만히 있으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심각한 표정이었다.

전화를 끝낸 후 자신이 한건 해냈다는 표정을 지으며 슥 내 옆으로 다가와 자신의 보스가 표를 한 장 구해줄 수 있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다 했다. 정말 이 녀석과의 볼일은 끝났다. 뒤통수에 뭐라고 떠들었지만 무시하고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왔다.


일단 타자라 스테이션을 가서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나 달라달라를 어디서 타는지 내가 알턱이 없었다. 몇몇의 현지인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두 가리키는 방향이 달랐다. 그러던 중 인상이 험상궂은 남자를 만났다. 밑져야 본전이었고 음침한 곳으로 끌고가면 안가면 그만이었다. 그는 먼저 왜 달라달라를 타냐 택시를 타면 금방 간다 이야기했다. 호객꾼인가 싶어서 그냥 돈이 별로 없다고 하니 자신을 따라오라는 강렬한 눈빛을 발사했다. 홀린듯 그를 따라갔다.

그 남자는 자신도 타자라행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모르는 듯 했다. 그러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많은 사람에게 길을 물어물어 나를 안내했다.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었다. 15분간 그와 함께 꼬불꼬불 길을 찾아들어가 대로 한복판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가게로 뛰어가 그에게 작지만 시원한 음료수를 건내며 고맙다 인사를 하니 꽤나 건치를 가지고 있던 그는 씩 웃으며 자신이 가야할 방향으로 냅다 뛰어갔다. 물론 한손에는 음료수를 꼭 쥐고 말이다. 찡하게 고마웠다.




타자라 스테이션까지 가는 교통은 최악의 정체였다. 역시나 땀이 줄줄났다. 오랜 시간 걸려 타자라 스테이션 안 매표소로 들어가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분명 표는 넘쳐나 보였다.

힘들게 이 곳까지 왔지만 매표소 직원은 달러를 받지 않는다 했기에 2층 환전소를 찾아가 돈을 바꿔달라하니 돈이 없단다. 환전소에 돈이 없으면 도대체 뭐가 있는거란 말인가. 왜 문을 열어서 그 자리에 사람을 앉혀놓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처 은행을 물어보니 15분정도 걸어가면 은행이 하나 있을거라했다. 가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달러를 환전하는 것보다야 ATM에서 뽑아 쓰는게 이득이라 생각해 24시간 ATM기를 찾아 들어갔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환전소에는 돈이 없고, 24시간 ATM기는 24시간 운영되지 않는다. 이런 답답이들.

은행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환율로 달러를 환전했다. 느릿느릿 답답하게 일처리를 했으면 제대로 계산조차 못하여 내가 도와줘서야 환전을 끝마칠 수 있었다. 

여차여차하여 음포시로 가는 1등석 타자라 기차표를 구매했다. 스테이션 앞에 1000실링에 팔라우를 팔고 있기에 대충 목욕탕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밥을 물 마시듯이 먹고나서 잠시 쉬면서 달라달라 타는 곳을 물어보니 한 현지인이 자신과 함께 가자 했다. 나야 고마웠기에 그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는데 전혀 나를 신경쓰지 않고 아주 천천히 옆사람과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그냥 혼자 가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그제서야 손으로 입을 두어번 쓱 닦고는 일어났다. 그래도 친절하게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알려주며 배웅해주어 편하게 YWCA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주인은 내 얼굴을 기억하는 듯 반가운 표정으로 싱글룸 키를 선듯 주었다. 보통은 싱글룸을 잘 안내주고 방이 항상 많이 비어있는 조금 더 비싼 더블룸을 주는데 싱글룸을 주는게 왠지 고마웠다. 그러나 얼마나 피곤했는데 잠시 누워서 노트북을 하는 도중 노트북을 끄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2014.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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