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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잠비아 타자라 기차. #121 56시간만에 발을 땅에 닿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2. 5.

잠들기 전, 참으로 고민되었다. 일정상 오늘 밤 분명히 잠비아로 들어가는데 왠지 문을 잠그고 자면 우리가 방에 있다는 것을 깜빡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들었다. 문을 열어놓고 잘까, 혹시라도 그 사이에 내 배낭이 털리면 어쩌지, 문을 닫고 잤는데 문 두들기는 소리를 우리 모두 듣지 못하면 어쩌지. 지금 생각해보면 하등 쓸 곳이 없는 고민이었다.

약 1시쯤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토록 고민했던 이미그레이션 심사였다. 기차에서 내려서 비자를 받을거라 생각했지만 잠비아 이미그레이션 직원들이 기차에 들어와 비자를 발급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귀엽게 생긴 잠비아 직원이 양식을 작성해달라며 종이를 내밀었다.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은 양식이었기에 금방 적어주니 바로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며칠이나 있을거냐 물어보기에 여유있게 2주일 정도 생각한다 하니 3주간 지낼 수 있도록 적어주었다. 쿨내가 진동했다.



부스럭부스럭.

비자를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자는데 내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도둑인가. 아주 조심스러운 소리였다. 살짝 밑을 보니 잠비아 보부상이 짐을 싸고 있었다. 한가득 짐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와 탄자니아 아저씨가 함께 도와줬다. 딱히 할일이 없어 책을 읽다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열차내 식당으로 갔다.

기차가 잠시 정차되어 있는 동안 아이들이 기차 유리창 앞으로 다가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다. 기분 좋게 나 또한 손을 흔들어줬는데 뭔가 훅~하고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 중 한 두명이 기차 안으로 조그마한 돌을 던지고 있었다. 나를 맞추려 한건지, 그냥 유리창 안으로 던진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더구나 맞았으면 꽤나 아팠을정도의 크기였다. 

그냥 무시하고 유리창에서 얼굴을 피한 찰나 작은 돌맹이 하나가 휙~ 날라와 내 그릇에 맞았다. 열받아 밖에다가 대고 소리를 지르니 자기네들끼리 범인을 색출하느라 바빴다. 내려가서 싸울 수도 없으니 음식을 들고 반대편 창가에 가서 앉았다.







그 이후, 전혀 할게 없었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깨면 책을 보다가, 다시 잠을 자고, 가끔 탄자니아 아저씨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기차는 음포시역에 도착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튀어 나오기에 동양인을 찾아봤지만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은 나와 영국인 남자, 스웨덴 여자 커플 뿐이었다. 이 스웨덴 여자는 내가 여행다니면서 본 여성 외모 Top5에 들 정도로 정말 귀여우면서도 예쁘면서도 묘한 매력을 흘렸다. 순간 영국남자가 엄청나게 부러웠다.


이미 새벽 1시가 넘은 상황이었기에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차피 이동해봤자 숙박비와 교통비만 나가기에 현지인들 사이에 침낭을 펴고 내 몸과 가방을 묶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러는 동안 외국인 커플은 어떻게든 차를 수배해보겠다고 터미널 밖을 배회했다. 

현지인들도 집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새벽을 지샐 준비를 하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이동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밤거리를 배회하지 않는것은 이유가 있음이 분명했다. 

한 20여분동안 차를 수배하더니 결국 나에게 다가와 오늘 어떻게 할지 물어봤다. 아무말 없이 깔끔하게 세팅되어있는 아늑한 침낭을 보여주니 실없이 웃다가 자신들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폈다.




다행히도 탄자니아 아저씨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 안자냐 물어보니 자신은 잘 마음이 없다며 마음 놓고 푹 자라 이야기해줬다. 엄청 피곤한텔데... 아저씨에게 고마웠다.


2014.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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