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잠비아 리빙스톤. #125 아프리카의 버스도 역시나 다르지 않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2. 26.

리셉션의 여직원은 항상 밝은 표정으로 아침인사를 건냈었다. 농담도 잘하고 나를 참 잘 챙겨줬는데 인사를 못하고 체크아웃을 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가장 빨리 리빙스톤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수배하니 8시 30분 차였다.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안에 앉아 8시 반에 딱 맞춰 출발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9시쯤, 늦어도 9시 30분쯤은 출발하겠거니 생각하며 기다렸다. 생각보다 버스 내부에 승객이 없어서 여유있게 앉아 가겠네라 생각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흘렸다.


9시. 전혀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서 잠시 내려 차장에게 언제 출발하는지 물어보니 곧 출발한단다. 그 놈의 곧. 정확한 시간을 말하라니까 10분 정도 후에 출발할 것이라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적어도 9시 반에는 출발하겠구나 싶어 30분을 더 기다리기로 했다.

10시.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차에서 뛰어나가 버스티켓 창구로 향했다. 아무생각없이 표를 팔고 있는 직원을 붙들고 도대체 몇 시에 출발하냐 물어보니 11시 반에 출발한단다.

11시 30분? 왜 8시 30분차가 11시 30분 차로 바뀌었냐고 짜증을 냈다. 당연히 버스에 타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환불을 요구했다. 짜증이 날대로 나있는 상태였기에 씩씩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계속 미안하다 이야기했다. 버스회사의 매니저였다. 그나마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계속 미안하다며 꼭 10시 반에는 출발하도록 하겠으며, 만약 10시 반에 출발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하였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짜증을 내기도 애매했다. 사실 짜증을 내면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나도 상황에 대해 이해는 했다. 분명 사람이 꽉 차야 버스가 출발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람이 다 찬 후에야 출발한다거나 시간을 여유있게 이야기해줬으면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어차피 싼 맛에 타는 버스였으니 그 정도 시간은 기다릴 수 있었다. 


약속대로 10시 30분에 시동을 걸었다. 물론 사람은 꽉 찬 상태였다. 나를 위해서 10시 30분에 출발한 것이 아니라 10시 30분이면 승객을 모두 태울 수 있다는 확신에 10시 30분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뭐가 우선이든 10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하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7시간이면 간다는 버스는 10시간이 걸렸다. 저녁 8시 반쯤 도착한 리빙스톤 버스터미널에는 호객꾼들이 많았다. 손으로 창문을 두들기며 곤니치와를 외쳤다. 철저하게 무시할 준비를 하고 내렸는데 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던 패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생각보다 귀찮게 호객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리빙스톤에서 가는 게스트하우스가 졸리보이즈로 대부분 정해져있기 때문인 듯 했다.


택시기사 몇이 다가왔지만 친구네 집으로 간다하니 바로 다른 사람에게 발걸음을 돌렸다. 지도 어플을 이용해 졸리보이즈를 찾아가니 꽤나 좋은 숙소였다. 인기가 있을만 했다. 일단 짐을 풀고 혹시 심바를 아는지 물어보니 그녀는 당연히 안다는 듯 심바의 친구인지 물었다. 맞다하고 전화를 한통화 걸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돈을 내라하였다. 됐다. 내일되면 만날 수 있겠지.



리빙스톤에 묵는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졸리보이즈에 묵는다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있는 숙소다. 그만큼 시끄럽고 번잡하다. 나가서 맥주나 한잔할까 했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심바형님을 찾아나서기 위해 일찍 잠을 자려는데 문이 쾅!하고 열렸다. 술에 가득취한 남자 한명이 들어왔다.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한 그는 지금 타운으로 술을 마시러 갈껀데 같이 가자하였다. 괜히 나가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이 남자가 너무 만취상태여서 그다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거절을 하니 내일 꼭 같이 빅토리아 폭포를 보러 가자기에 그래 내일 보자 하고는 돌려보냈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이번에는 끼익~하고 소심하게 문이 열렸다. 하얀수염이 멋진 아저씨가 들어왔다. 그는 조용하게 인사를 하고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전혀 술을 마시지도 않았으며, 아주 점잖았고 내 짧은 영어를 귀기울여 들어주었다. 한동안 쉴새없이 수다를 떨다 내일 빅토리아 폭포를 갈 것이라 하니 자신도 내일 폭포를 구경갈 예정이라며 함께 움직이자하였다.

'다들 내일 기억은 할까' 라는 궁금증이 들긴했지만, 순식간에 3인의 폭포원정대가 만들어졌다.


2014. 4. 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