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 하루 입장료가 55디나르, 대략 8만원 돈이다. 너무나 비싼 금액이었기에 지출을 줄일 수 있는데로 줄여야만 했다. 와디무사에서 머물 발레타인 인은 5디나르에 저녁 부페를 이용할 수 있었으므로 아침과 점심식사를 저렴하게 먹어 지출을 줄일 생각이었다.
와디럼 사막 투어 아침식사에서 모두의 식사가 끝난 후 삶은 달걀 8개정도 챙겼다. 이스라엘에서 먹다 남은 빵과 함께 내일 아침식사를 떼울 목적이었다.
내가 이용한 투어 회사는 나 혼자만 하룻밤을 지내 다른 그룹의 투어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와디무사에 도착하니 아침 11시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발렌타인 인으로 갔다. 주인의 평이 안좋았기에 주걱을 들고 소리를 빽빽 지르는 이미지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착하고 친절했다.
삶은 달걀 3개와 이스라엘에서 남은 빵으로 배를 채우고 동네를 구경할 겸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정말 마을안에서 볼 게 하나도 없다. 골목마다 건물의 색과 모습이 똑같았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동네의 칙칙함 보다 더 짜증난 것은 사람들이었다.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웃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들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놀렸다.
여자들이 여행 할 때 이런 것들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어떤 느낌일지 알지 못했는데 대략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요르단에서 공부한 내 동생은 여자에다가 아랍어를 알아들었으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마을 근처에 산이 하나 있길래 갈까 했지만 거리도 멀어보였고 사람들의 야유가 피곤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발견한 쿠키집의 가격이 무척이나 저렴했다. 쿠키를 무게당으로 팔고 있었는데 무려 1 Kg에 1.5디나르였다. 1 Kg을 구매하고 방으로 들어와 홍콩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프리카 여행 계획을 짰다.
에디오피아로 떠나기 3일 전이었지만 사실 어떤 도시를 갈지 정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간단히 숙소만 알아보고 대략적인 루트를 짜는데에 열중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페트라 투어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식사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기에 남은 계란 중 반을 먹고 페트라로 향했다.
오후 4시에 픽업차가 오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페트라 입장권에는 낙타타기가 공짜로 포함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는 탑승하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팁. 1Km 가 되지 않는 거리를 타면 거의 10디나르의 팁을 요구한다. 흥정을 조금이라도 할 줄아는 사람이 이 정도지, 바가지 제대로 쓰면 페트라 입장료만큼 내는 수가 있다.
나 역시 그냥 걸어들어갔다.
시크는 정말 멋지다. 협곡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신비감을 주지만 그늘 진 협곡 사이사이로 살짝씩 세어나오는 빛은 더욱더 신비감을 증폭시킨다. 사진을 찍고 시크를 구경하느라 한참 후에야 협곡을 빠져나왔다.
협곡을 빠져나오면 그 유명한 알 카즈네가 나온다. 보물창고라는 뜻을 가진 이 건축물은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편에 나와 유명해진 페트라의 대표 건축물이다.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협곡을 조가하여 만든 건축물인데,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한 조각에 넋을 잃고 쳐다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 듯, 전체의 모습을 보는 것 보다 협곡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일 때가 가장 멋있다. 마치 타지마할이 들어가기 작은 문을 통과하기 전에 가장 아름답듯이.
알 카즈네를 떠나 오벨리스크를 가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는 도중 정말 속이 쓰릴 정도로 배가 고파 걸레빵 몇 개와 삶은 달걀, 바나나를 꺼내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이 가난한 여행 자 몇몇이 한 쪽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하... 페트라 입장료가 조금만 더 저렴했더라도...
다시 위로 올라가다 아시아인 두명을 만났다. 말동무라도 할 겸 다가가니 한국사람이었다. 서로 일본인인줄 알았다.
그와 그녀는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부부였다. 중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앙아시아를 거쳐 요르단까지 온 여행자였다. 1년 반을 계획하고 온 그들은 현재 7개월 가량 여행을 했고, 유럽에서 3개월 정도를 보낸 후 남미로 이동할 것이라 했다.
그들과 같이 오벨리스크에 도착했지만 처참했다. 그냥 돌기둥 두개가 떡 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전혀 가 볼만한 가치가 없었다. 그래도 이 곳이 페트라 공원 내의 가장 높은 곳이기에 멋진 풍경은 보장한다. 오벨리스크가 목표가 아니라면 한번쯤 와볼만 하다.
둘은 이틀권을 구매했기에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였다. 나는 오늘 내로 페트라 내부를 다 봐야했기에 타이트하게 움직여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 곳에 그들과 헤어진 후 안쪽으로 계속 걸어들어갔다.
다양한 유적지를 구경할 수 있지만 알 카즈네 이후의 유적들은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상의 끝이라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언덕길이 나온다. 조금은 가파르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당나귀를 타지만 나는 역시나 걸어갔다. 위에 도착하여 잠시 쉬는데 당나귀가 발정이 났는지 울부짖었다. 불쌍해서 당나귀를 쳐다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당나귀에게 채찍을 갈겼다. 자유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발정이 났다고 채찍을 맞아야한다니... 슬플 뿐이었다.
세상의 끝에서 보는 풍경은 상당히 멋있다. 동생도 페트라를 왔을 때 이 곳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하였는데 나 또한 만났다. 이 곳에서 상주하는 고양이인 듯 하다. 고양이와 놀면서 한참 동안 풍경을 즐기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아직 픽업차가 도착하지 않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잡동사니를 파는 현지인들이 너무 귀찮게 했다. 내 손목시계와 물건을 바꾸자고 하지 않나, 이 곳에서 물건을 팔면 50% 너에게 주겠다는 둥 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자리를 옮겼다.
부부 여행자와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이미 부페를 예약해놨기에 같이 식사를 못 할 것 같다고 연락을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의 기타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014. 02. 27 ~ 28
다음이야기.
2016/01/25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세계일주 사진. #17 요르단 와디무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