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에콰도르 바뇨스. #209 에콰도르에서 백수의 라이프 사이클로.

by 지구별 여행가 2019. 5. 18.

바뇨스에 있는 며칠동안 레프팅, 그네타기,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가는 폭포를 구경한 것 외에는 딱히 한게 없었다.

마치 대학시절 방학때 일주일간 아무것도 안하고 폐인처럼 방에서 게임을 할때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아침시간을 다 보내고 잠에서 깨면 동네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고 방에서 창세기전3를 하거나 fm2011을 했다. 여행기간동안 가져간 자그마한 넷북이니 좋은게임은 돌아가지도 않았고, 인터넷은 불안정하니 딱히 PC게임 외에는 할게 없었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가 지겨우면 수많은 사람들과 교환해두었던 영화를 보면서 술을 마셨다. 1TB외장하드에 영화가 한 200편정도는 있었으니 봐도봐도 끝이 없었다. 

무작위로 받아둔 영화들이니 별로 끌리는게 없거나 2시간동안 집중해서 영화를 보기가 귀찮으면 무한도전과 같은 한국 예능을 다운받아서 보았다. 인터넷은 느렸지만 다운로드에 몇칠씩 걸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렇도록 한게 없었다.


바뇨스의 펍이라도 다녔으면 좋을련만 거의 숙소에서 술을 마셨다. 항상 가던 시장내의 자그마한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숙소 옆의 자그마한 가게에서 맥주를 사거나 마트에가서 보드카를 사놓고 홀짝홀짝 마셨다. 

그러니 펍을 간적도 없었다.



월드컵 결승전은 그래도 근처의 펍이나 카페에서 볼 계획이었으나, 주인아저씨가 같이 축구를 보자고 했다. 그정도로 이 숙소내에는 사람이 없어서 나를 기억해주었다. 몇몇의 여행자는 있었겠지만, 동양인은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었다.그와 함께 카운터에서 같이 축구를 보기로 했다.

아저씨의 아들로 보이는 대략 7~8살 꼬마아이도 내 옆에 앉았다. 주인아저씨는 중간중간 밖에 나가 뭔가의 일을 처리하는 듯 왔다갔다 움직였고, 꼬마아이는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몇 분 보다가 나갔다. 

카운터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이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나쁜마음을 먹으면 돈을 훔쳐갈 수도 있고, 뭔 다른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크게 걱정 혹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아님 카운터에는 그 어떤 귀중품도 없거나.


경기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싶이 브라질의 대패였다.

남미여행중 만났던 많은 한국인들이 이 시기에 맞춰서 브라질로 들어갔는데 그들이 걱정되었다. 그보다 더 걱정되는 인간은 독일인이었다. 별다른 사고가 없기를 기원했다.


방에 사놓은 싸구려 위스키를 틈이날때마다 홀짝홀짝 마셨다. 아침, 점심, 저녁 구분도 없었다. 하루종일 알딸딸한 상태로 보냈다.

움직일때가 된듯했다. 다른 엑티비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콜롬비아 산힐에서도 엑티비티를 할 예정이었기에 바뇨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7. 11 ~ 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