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도착한 바뇨스에서 아침부터 우아한 휴식을 취했다. 낮에는 혼자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저렴하고 조용한 식당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주인장이 나긋나긋한 성격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영승이 형을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여 곱창 비스무리한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질겨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안에는 한국인 여자 여행객 두명이 있었다. 반가움에 오지랖을 떨만도 했지만, 미묘한 벽이 느껴짐에 서로 대화없이 각자의 식사에 집중했다.
근처의 마트에서 맥주 4캔을 샀다. 나의 숙소에서 먹기도, 형의 숙소에서 먹기도 애매하여 길거리에 있는 작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끝이 보이는 내 여행에 대해서도, 앞으로 미국을 들렀다가 유럽으로 넘어가는 형의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약간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귀국할 날이 그리 멀지 않으니 점차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빈도수가 높아져만 갔다.
서로 갖고 있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을 공유하기 위해 형의 숙소에 들렀다.
아까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 두명과는 다른 두명의 여자 여행자가 있었다.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터 나갔다. 그녀들은 내일 레프팅을 갈 것이라 했는데 나도 레프팅 계획이 있었고, 영승이형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들이 추천해준 여행 에이전시에 들러 함께 등록했다.
형은 내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지만, 내가 등록을 하니 어쩔 수 없이 함께 등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함께 돌아오는 길, 마을 한쪽의 폭포를 들렀다. 달빛에 비친 은은한 폭포는 근사했다.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온천에는 한여름의 한강 수영장을 연상하게 했다. 사람들이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바글바글했다. 온천을 하기 위한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만약 온천을 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분명 다른 시간에 왔을 것이다.
형이 들고온 아이패드에 이런저런 영상을 넣어주고 나 또한 외장하드에 여러가지 영상들을 받았다.
심심한데 술이나 한잔 더 하자는 형의 의견이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레프팅도 해야하는데 취한 상태로 가기는 싫었다.
약간 실망한 눈치였지만, 내일 죽을때까지 마시자고 이야기하고 돌려보냈다.
2014.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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