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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159 사랑스러운 도시를 떠나기가 싫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0. 7.

아침부터 전화 한통이 나를 깨웠다. 며칠 전 아사도 파티에서 새벽 4시까지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이었는데 뜬금없이 교회를 가자했다. 어제 만나기로는 약속을 했지만 교회는 갈 마음이 없었고, 오늘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했기에 체력을 아껴둬야했다. 대충 못갈거 같다고 둘러대고는 이따 시간이 되면 저녁때 간단하게 밥이나 먹기로 했다. 혼자 구석에 앉아 그동안 밀린 일기를 쓰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지막 날을 정리하기로 했다.


저녁때쯤 '두'매니저가 술집으로 축구를 보러갈건데 같이 가자하길래 함께 갈까했지만, 사놓고 먹지 않은 음식들이 냉장고에 너무 많았다. 떠나기전에 이것들을 대충 처리하고 싶었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따라가겠다고 하고는 케빈형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형에게도 함께 축구를 보러 가자했지만 일이 있다면서 오늘은 안될 것 같다 하였다. 은근 개인 볼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막 나가려는데 교회를 가자고 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들도 '두'매니저와 연락했다며 그 곳에서 축구를 볼 것이라 하였다. 싸놓은 짐을 한쪽에 두고 나가려고 하는데 '두'매니저가 돌아왔길래 왜 벌써 들어왔는지 물어보니 축구가 너무 재미없어서 바로 들어왔단다. 그것도 모르고 두명의 친구는 이쪽으로 오고 있을 것이기에 라 컨티넨탈이라는 가게 식당앞으로 가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약속시간보다 약 30여분이나 늦게 온 그들은 미안하다며 내가 오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식사를 사겠다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 질 좋은 고기와 와인 한병을 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길거리가 난리가 났다. 소리를 지르고 휘파람을 불고, 사람이 기어서 오를 수 있는 신호등과 나무에는 사람들이 다 점령하고 있었다. 커다란 깃발과 축구 클럽 옷을 입은 그들을 따라가보니 각 방향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오벨리스크 광장 앞에 모여 열광적인 행진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떤 축구팀인지 몰랐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로 하는 리버 플레이트라는 축구 클럽이었다. 어떤 리그를 우승한지도 모르기에 지금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2014년 코파 수다메리카나라는 남미 대항전에서 우승팀이 리버 플레이트였는데 아마 여기에서 우승을 한게 아닌가라는 짐작을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람들이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면 시내의 메인도로를 통제해주고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축구를 사랑한다는 것을 넘어 미쳐있는게 분명했다.




둘을 버스태워 보내고 나도 슬슬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해야했다. 숙소에 들어가니 모두가 1층에 있었다. 가방을 메고 한번씩 포옹을 나눴다. 모두가 나에게 정을 많이주었고, 그만큼 나도 정을 너무 많이 주어 참으로 헤어지기 싫었다. 고마운 사람들을 떠난다는게 참으로 아쉬웠다. 시간이 많으니 남아도 더 있어도 상관없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들에비해 자유로운 여행이지 어쨋든 나에게도 일정이라는 족쇠는 존재했다.

여기 있는 모두 남미 여행을 지속적으로 할 사람들이었기에 여행중 분명히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는 헤어졌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 내가 지금까지 방문했던 몇 곳들을 들러 빙빙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이 멋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듯 했다. 여행후 가장 좋았던 도시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필수적으로 꼽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40여분 정도 달리니 공항에 도착했다. A구역으로 들어가 항공사를 찾는데 내가 타야할 항공사의 발권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불연듯 이스탄불에서 공항을 착각하여 비행기 티켓을 날린 기억이 떠올라 덜컥 겁이나 인포메이션으로 뛰어갔다. 다행히도 B구역으로 가면 금방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가보니 정말 코딱지만하게 창구 한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나 내일 아침 일어나지 못할까봐 항공사 창구앞에 딱 붙어서 잠을 청했다. 이렇게 자고 있으면 누군가 깨워주겠지.


2014.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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