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너무 푹 잔 탓에 코파카바나를 떠나는 형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누나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그를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줬다고 하니 대단했다.
당연스럽게 아침은 거르고 점심식사는 빵을 먹었다. 숙소에 와이파이가 없었기에 오랜만에 인터넷을 하러 작은 카페에 들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결제하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미국의 어느곳에서 출발해도 가격이 비슷했기에 아무데서나 출발해도 상관 없을듯 하였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여 혹시라도 고모와 연락이 되면 휴스턴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고모와는 얼굴을 본지가 어언 10여년이 지났기에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없다. 거의 남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를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여행의 막바지를 그 곳에서 푹 쉬고, 근처 NASA 우주센터 관광이나 다녀오기로 했다. 호주카드로 결재하려니 오류가 나서 아버지께 날짜와 비행기 편명을 알려주고 결재를 부탁했다.
당시 나는 몰랐다. 나중에 이 비행기 티켓이 엄청난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숙소에 돌아가니 어제까지의 그 착한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갔는지, 체크아웃을 하자마자 사람이 돌변했다. 체크아웃을 한 시점부터 절대 숙소에 있을 수 없으며,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고, 손을 씻기 위한 물도 쓸 수 없다고 하였다. 물론 정확하게 따지자면 이게 잘 못 된것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관례상 이정도는 충분히 베풀어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게스트하우스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아주 많이 야속했다.
5볼을 더 내고 있겠다하니, 10볼을 내라하였다. 그럴거면 카페에 가서 음료수 마시면서 와이파이를 하지...
공원에 나가 책을 읽었다. 태국에서 받은 '위대한 게츠비'를 이 곳에서 마무리지었다. 참으로 오래도 들고 있었다. 넷북을 꺼내 일기를 쓰고, 그마저도 다 써서 혼자 지뢰찾기를 했다. 이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
그새 5시가 되었다. 점심에 간단한게 빵으로 해결한 것도 있었고, 곧 버스를 타고 떠나야하기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에서 누나를 불렀다.
간단한게 Sopa정도를 먹기 원했지만, 마땅한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주 고기가 큼지막한 음식을 파는 곳을 발견하여 음식을 주문했다. 한참 배를 채우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시커먼 감자를 내 접시위에 올려주었다. 거렁뱅이가 밥먹듯이 먹으니 불쌍했는지, 잘 먹는 모습이 예뻐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입 베어물었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아주머니의 성의가 감사하여 꾸역꾸역 먹는데 그게 잘 먹는 모습으로 비춰졌는지 한움큼 더 주었다. 음식을 받고 이렇게 난감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터미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내 버스가 어떤건지 확인을 하려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그냥 아무차나 타라했다. 국경에서 모두 버스를 갈아타야한다고 했다. 창가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데 유리누나가 급하게 창문을 두들겼다. 혹시 바나나라도 사왔나 싶어서 창문을 열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파업때문에 국경에서 약 1시간 반동안 걸어가야한다고 했다. 지긋지긋한 파업이었다.
정확히 노래 3곡을 들으니 모두 버스에서 내리라했다. 모든 길은 나무와 돌로 차가 다닐수 없도록 막혀있었다. 그리고는 다들 노인회관에서 캠프라도 왔는지 불을 펴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러니 백날을 파업해도 효과가 없지.
대략 100여명의 여행자들이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파업의 현장을 지나가는 것은 장관이었다. 길은 생각보다 험하여 몇몇 여행자들의 캐리어 바퀴는 아작이 났고, 한 여행자는 자빠져서 무릎에서 비가 줄줄 흘렀다.
어둑해진후에야 국경이 나왔다. 여행자는 100여명이 넘었지만, 직원은 단 두명. 보고 있으니 가슴이 터질듯이 답답하게 일을했다. 선두권으로 걸어온 나는 빠르게 출국, 입국 심사를 끝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올때까지 기다려야하니 조삼모사였다. 가장 좋은 버스에 기웃거리면서 버스티켓을 들이미니 내 버스는 아니었다. 역시나 이런 상황에 내 버스는 항상 가장 낡은 버스였다.
옆에 앉은 아르헨티나 청년도 유우니에서 파업을 겪은 사람인듯 무슨 볼리비아는 이렇게도 파업이 많냐면서 투덜거렸다. 그와 지독한 파업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2014.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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