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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6, 베트남

베트남 유랑기, 호이안. #8 도미토리에서...? 호이안의 대담한 미국여자.

by 지구별 여행가 2017. 3. 11.

벌써 후에를 떠나야하는 날이 되었다. 오전에 몇 군데 버스회사를 들러 호이안행 버스표 가격을 체크했다. 그나마 카멜 투어가 70,000동으로 가격이 가장 저렴하여 11시에 출발하는 티켓을 한장 구매했다. 떠나기 전 이틀간 나를 잘 챙겨준 리셉션에게 인사를 했다.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여자였다. 특히 목소리가 예뻤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는 허울뿐인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호이안을 가기 전에 다낭에 들러 하루를 묵을까 했지만 왜인지 끌리지 않았다. 인터넷에 다낭은 커플이 많이 오는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던 것이 9할의 이유라해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다낭에서 가까운 관광지는 호이안에서 버스를 타고 들르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했다.




11시쯤 카멜버스회사 앞에는 중국인들이 바글거렸다. 생각보다 아주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중국사람과 다르지않게 목소리가 우렁찼다. 비록 알아 들을 수 없는 발음이었지만 나 또한 후진 발음을 가진 사람중 한명으로서 그들의 발음을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버스가 잠시 휴게소에 멈췄을 때 중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 극성의 리그오브레전드 팬이었는데 SK T1의 Faker를 찬양했다. 대단한 인기였다. 이야기 소재가 금세 떨어져 결국에는 성룡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는 중국 배우가 없으니 더 이상 할말도 없었다. 그들은 다낭에서 내렸고, 나는 홀로 호이안으로 향했다.


도로 한복판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리니 어느쪽으로 가야 시내가 나올지 감이 안섰다. 무작정 길을 걸으니 조금씩 상점이 보였다. 방향이 맞았나보다. 

작은 강을 끼고 있는 호이안은 전형적인 관광마을이었다. 전등의 도시라 불리는 도시답게 곳곳에 다양한 모양의 전등들이 달려있었다. 숙소를 구하러 다니다 한국인 가족을 만나 저렴한 숙소를 물으니 자신들도 방금 도착했다며 잘 모르겠다하였다.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사람에게 물었으니 원하는 대답이 나올리가 만무했다. 유모차에 타서 신나게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잼잼을 한 번 해주고는 '안전한 여행, 조심한 여행'을 하라는 인사 후 발걸음을 돌렸다.


다행히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숙소촌이 었었다. 싱글룸을 묵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값이 비쌌고, 오랜만에 도미토리에 묵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도미토리에는 침대가 4개 있었다. 화장실에는 누가 씻는 듯 샤워물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잠시 누워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전라의 여자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나를 보고 'Opps'하더니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도 나지막히 'Sorry'라 했다.

옷을 안가지고 들어갔는지 대충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왔다. 잠시 방을 나갔다오니 그제서야 옷을 입었다.

그녀는 미국사람이었다. 7년 쨰 여행을 하는 중이라 하였는데, 여행만으로 7년은 아니고 영국에서 일과 여행을 병행하며 3년, 캐나다에서 2년 반 후 약 1년간 여행을 하다 베트남까지 흘러들어왔다 하였다. 샤워를 하기 전에 쇼핑을 하고 왔는지 원피스 4벌과 레깅스 한개, 스카프, 귀걸이, 반지 등을 나에게 보여줬다. 무척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며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장신구에 눈이 가기보다는 그녀의 얼굴에 눈이갔다. 참으로 예뻤다. 내가 봤던 미국여자 중에 어디가서 꿀릴 외모가 아니었다. 순수하기보다는 푼수인 그녀가 저녁 때 맥주를 한잔하자하길래 ok를 했다. 해가 조금 떨어졌다며 그녀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나 또한 저녁을 먹고 호이안의 등불 축제를 구경하기위해 나왔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식당을 찾기위해 돌다 골목 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전혀 영어를 못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메뉴판을 보고 손짓발짓으로 주문하니 음식이 곧 나왔다. 양은 충분했으며 음식솜씨 또한 끝내줬기에 호이안에서의 모든 식사는 이 곳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수 많은 인파와 함께 호이안의 등불을 구경했다. 많은 커플들이 등불앞에서 사랑을 가득담아 사진을 찍었다. 나 역시 보기만해도 사랑이 샘솟는 그들의 모습과 휘양찬란한 불빛의 사진을 찍었다.


너무 습한 날씨에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동안 한국 사람이 호이안에서 맥주를 한잔 할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자를 보내 그를 만나 함께 맥주를 마시기로 했기에 미국여자와의 약속은 저절로 취소가 되었다. 미술을 전공한다는 한국인은 약 2달간 아시아 여행을 계획중이었다. 취미로 스포츠댄스를 즐긴다는 그는 베트남이 열정적인 춤의 나라라며 몇 군데의 스포츠댄스 클럽을 다녀왔다 하였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본 그가 멋졌다.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12시쯤 헤어졌다. 방으로 돌아오니 미국여자는 없었다. 그 미모에 어디서 못 놀고 있을까 싶었기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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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밖이 우당탕탕하더니 문이 열렸다. 문 바로 건너편에 내 침대가 있었기에 빛이 그대로 내 침대로 쏟아졌따. 부스스 눈을 떴다. 문을 닫아달라하니 어떤 대머리 남자가 문을 닫았다. 그 뒤로 미국여자애가 돌아왔다. 또 문을 연채로 들어왔기에 짜증을 내니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쉿쉿거리며 들어오는 미국여자는 바로 씻을러갔고, 남자는 미국여자의 침대에 누웠다. 내가 침대를 착각했나 싶었는데 미국여자 역시 같은 침대에 누웠다. 

'뭐지?'


그러고는 숨소리를 죽이며, 그러나 아주 격렬한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미친놈년들이 분명했다. 매너가 최악이었다. 수 많은 도미토리를 지내면서 이렇게 매너가 없는 놈들은 내 평생에 또 처음이었다. 자신들은 소리가 안 세어나갈거라 생각했는지 몰라도 이 조용한 새벽 4시에 거친 숨소리가 안들릴래야 안들릴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Shut up이라 말하기도 애매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어날까 하는 순간, 문이 활짝 열리더니 한 여자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내 옆 남자와 여자는 창피한듯 이불속에 숨었다. 남자는 곧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고 여자는 끝까지 이불속에서 얼굴을 빼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는 마지막 남은 침대의 주인이었다. 새벽 4시 침대의 주인 모두가 모였다.


도미토리에서 섹스라니. 이렇게 대범할 수가 없었다. 둘이 싱글룸을 잡던가,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이건 매너의 문제였다.

대충 장내가 정리되었으니 다시 잠을 청했다.


2016.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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