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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라오스 팍세. #13 우연히 초대된 절.

by 지구별 여행가 2015. 7. 17.

형은 루앙프라방 - 치앙마이 - 방콕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판단하여 나와 함께 팍세로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팍세를 가는동안 일정을 약간 수정했다. 시판돈 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일단 귀찮았고 팍세에서 시판돈까지 갔다가 방콕을 가려면 형의 비행기 날짜가 아슬아슬했다. 여유롭게 방비엥에서 오전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에서 야간버스를 타서 다음 날 아침 팍세에 도착했다.

 

팍세의 아침은 방비엔보다는 덜 상업적인 느낌이었다. 골목골목 게스트하우스들이 있었지만 거리에는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 여행자들에게 간식을 팔기 위해 분주한 노점상은 없었다. 우린 중심가로부터 10여분 떨어져있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골라 짐을 풀었다. 강을 보면서 쉴 수 있는 곳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저렴한 가격 또한 한 몫했다. 시판돈으로 가지 않고 이 곳에 눌러 앉기로 한 이상 남아도는게 시간이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근처 로컬식당에서 허기를 채운 후, 동네 구경도 할 겸 외곽지역도 구경할 겸 걸어서 방콕행 버스표를 사러 갔다. 지도 어플에는 약 3km정도로 그리 멀지는 않았다.

 

얼마나 갔을까. 길 건너편에 사원이 보였다. 사원을 구경하러 가기 위해 움직인 발걸음이 아니기 때문에 사원의 이름은 모른다. 안으로 들어가니 보리수 나무 아래에 있던 석가모니를 나타내는 듯한 불상 말고는 볼 것이 없었다. 사진 한 장 찍고 나오려는데 어려보이는 스님 한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도를 아십니까?'인가 했지만 인구의 대부분이 불교신자인 이 나라에서 그럴 리는 없다 생각하고 스님과 대화를 했다. 스님은 나에게 궁금한 점이 아주 많았다.

 

'이름은 무엇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디서 왔는지?', '한국은 어떤 곳인지?', '라오스는 왜 왔는지?'

 

어느새 나무 밑 그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15분 정도 이야기하다 스님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단다. 이 절에 소속된 스님이 아니인지 물어보니 자신은 잠시 심부름을 하러 왔을 뿐 자신이 속한 절은 다른 곳이라 했다.

스님의 절에 가고 싶다 이야기하니 이 곳에서 조금 멀지만 올 수 있으면 꼭 오라며 주소와 주변 큰 건물을 설명해 주고 떠났다.

 

 

 

납골탑으로 알고 있는 사원내의 탑.

 

 

캄파치 스님은 만난 사원이다.

 

 

보리수나무 아래의 석가모니를 표현한 듯 한 불상이다.

 

나와 캄파치 스님.

 

 

 

 

 

다시 목적지를 향해 지도어플을 따라 걸었다. 어플에 나온 버스정류장에 도착해보니 그 곳은 시장이었다.

라오스처럼 아직 인프라가 덜 개발된 나라에서는 꼭 큰 버스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간이 버스 정류장 형식으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꿩 대신 닭이나 보잔 심경으로 시장을 구경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인터넷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이라 나와있었지만 이런 큰 시장이었다.

 

 

 

 

스님이 알려준 주소는 시장에서 약 1km정도 떨어져 있었다. 형에게 같이 절에 가자 했지만 형은 피곤하다며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뚝뚝이를 태워 형을 보내고 스님이 말한 큰 호텔쪽으로 갔다. 호텔 이름을 알려주며 그 곳에서 길을 건너면 있다고 하여, 그 말만 믿고 호텔에 도착해보니 호텔 주변은 대형 마트와 전자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번화가였다.

'이런 곳에 절이 있을리가...' 속으로 의심했지만 스님이 거짓말 할리는 없기에 절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절의 위치를 묻기 위해 사람들을 붙잡았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므로 몸짓 발짓으로 물어봐야 하는데 '절'하면 떠오르는 몸짓이 합장을 하는 것이라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니 '사바이디~'하면서 인사를 했다.

왜 인사를 하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여기서는 인사를 하면서 합장을 하는 것이 생각났다. 이런 우연이... 절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좌절했다.

 

몇 명의 사람들에게 더 물어봤지만 언어의 벽에 가로 막혀 결국 절을 찾아내지 못했다. 절 찾는 것을 포기하고 길 건너편으로 가서 뚝뚝을 타려는데 오른쪽에 뜬금없이 사원이 나타났다. 믿기지 않겠지만 바로 앞에 사원을 두고 한참동안 다른 곳을 찾은 거였다. 그제서야 길을 건너서 찾으라 한 것이 떠올랐다.

 

 

 

사원은 크지 않았다. 안에 들어가니 몇몇 동자승들이 나와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캄파치 스님을 만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아 동자승에게 스님의 이름을 말하니 한 건물에서 스님이 나왔다. 반가워했다. 스님은 나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한 후 마실 것을 가져다 주었다.

한쪽에 마련된 야외 벤치에 앉아 스님과 이야기 하다 보니 주변에 많은 스님들이 모였다. 대부분 영어를 너무 잘하길래 어디서 영어를 배웠는지 물어보니 학교에서 배우고 절 내의 영어를 잘 하는 스님한테 따로 영어를 배운다 했다. 대부분 스님들이 영어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다.

 

한국 드라마 덕에 스님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갑자기 한 스님이 동자승 한명을 불렀다. 수줍어서 몸을 베베 꼬며 다가온 동자승은 나에게 노트를 내밀었다. 그 노트 안에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내 이름은 OOO입니다' 등등이 쓰여있었다. 깜짝 놀라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는지 물어보니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인터넷을 보면서 공부했다고 하였다. 어린 동자승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동자승은 영어를 할 줄 몰라 주변 스님들이 통역을 해줬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 달라했다. 한국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악필이지만 여기서는 내가 한국어를 가장 잘 쓰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동자승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그 것을 본 다른 스님들도 신기해 하며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 종이를 내밀었다. 한명한명 모두 다 적어줬다. 한글로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신나하는 동자승들을 바라보니 뿌듯했다.

 

해는 저서 어둑어둑 해질 무렵 스님들은 예불을 드리러 갔다. 함께 예불을 드려도 좋다며 안으로 들어오라 했지만 밖에서 예를 표하겠다 말하고 계단 밑에서 예불을 드렸다.

예불이 끝나니 해가 완전히 저있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스님들께 돌아가겠다 이야기했다. 캄파치 스님은 아쉬워하며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줬다.

 

 

 

 

예불을 드리고 있는 스님들.

 

 

캄파치 스님과 찍은 사진, 사원 내의 몇몇 스님들.

 

 

 

 

절을 방문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뚝뚝 기사들과 흥정하며 이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선선한 바람도 부니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 해가 진 팍세 시가지를 걸어가기로 했다.

수십번 지도 어플을 보면서 걸어다녔기 때문에 길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골목길을 다니지 않고 최대한 큰 도로로 움직였다.

배가 고파 혼자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 나라로 치면 대형 불고기 밥집인 듯 현지인들 모두 가족들과 바베큐를 구워먹었다. 바베큐를 먹고 싶었지만 너무 시간이 늦어 질 듯 하여 간단하게 볶음밥을 먹고 나왔다.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반짝반짝 네온사인들이 빛나고 있었다. 궁금하여 그 곳으로 가보니 안에는 미니 바이킹, 미니 회전 목마등이 있는 작은 놀이공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고 꼬치도 하나씩 사먹었다.

딱히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다트와 물풍선 던지기 같은 게임 한 두판을 하고 나왔다.

 

 

 

작은 놀이공원.

 

 

 

숙소에 도착하니 형은 자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니 그제서야 부스스한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뚝뚝타고 도착하자마자 잔거냐 물어보니 맞다면서 배가 너무 고프다 했다. 나는 맥주를 하나 살 겸, 형은 식사를 떼울 것을 살 겸 밖으로 나왔다. 맥주 3병과 과자 몇 개, 안주거리들을 사와 달이 비치는 강을 배경으로 맥주를 마셨다.

 

역시 하루의 끝은 맥주다.

 

2013. 12. 25 ~ 26

 

 

다음이야기

 

2015/07/19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라오스 팍세. #14 길거리 헌팅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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