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7, 대만

난생 처음 둘이. #2 넘치는 생기, 그 곳은 타이난.

by 지구별 여행가 2017. 9. 10.

타이페이에 하루 더 있을까 고민했지만 타이난으로 향했다. 일단 타이페이는 재미가 없었으며, 너무나 대도시였기에 전혀 내가 여행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같이 떠난 회사 동기 역시 타이페이를 떠나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이 없었기에 이른 아침 짐을 챙겼다.

타이난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버스, 아니면 기차인데 모두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에서 출발을 한다. 당연스럽게도 기차는 빠르고 비싸며, 버스는 느리고 저렴하다. 허나 작은 국토의 대만에서 빨라봤자 2~3시간 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저렴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다. 타이난행 버스티켓 가격은 버스회사마다 차이가 없었기에 가장 줄이 짧은 곳에서 티켓을 구매하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타이페이보다는 조금 더 더운 날씨였지만, 심각하게 덥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미리 봐둔 숙소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걸어갔다. 대만인들은 주말만 되면 여행을 다니는지 숙소 리셉션에 대만인 커플 두 팀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미리 예약을 한 사람인 듯 하였다. 리셉션 직원이 자리를 확인하는 동안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대만인이었다. 왠지 오늘 밤에도 나와 동생 둘이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신 후 하루를 마무리 할 느낌이었다.

밤의 쓸쓸함을 생각하는 동안 리셉션 아주머니는 자리를 내주었다.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현금가가 인터넷 가격보다 비쌌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여행과는 참으로 다른 것이었다. 어찌 현찰박치기보다 인터넷 예약가격이 쌀 수 있단 말인가. 여행의 방식은 바뀌어가고 있었으며, 변해가는 시대 앞에 내가 맞춰야만 했다. 눈 앞에서 현물을 주고 받을 수 있었지만, 굳이 인터넷으로 돈을 지불하였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타이난은 길의 틈에서 풍겨져 나오는 매력의 향기가 달랐다. 거리의 틈을 쪼개 우리가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녹아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이 바글거리는 골목이 나왔다. 활기가 넘쳤으며 내가 원하던 에너지있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보였다. 이런 생기가 넘치는 눈을 보고 싶었다. 그건 회사 동기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신이 나하는게 보였고, 가끔씩 그가 적극적으로 방향을 인도하곤 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8키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걸었다. 공원에 들어가니 할머니들이 태극권을 연마중이었고, 커플은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쓰여있는 풀밭위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려 원반을 원하는 방향으로 날리지 못하는 작은 소년을 위해 어머니는 연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행복해보였다.

관우 신전 앞 이상하게 생긴 간이무대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그 아무도 있지 않았으며, 아직 조금 이른 시장안에서는 아주머니가 칼을 갈고 계셨다. 음산한 분위기 였지만 슥삭, 슥삭 칼이 갈리는 소리는 적막한 시장의 공기를 단번에 갈랐다.

학교 앞을 따라 길을 지나오니 아이들이 바이올린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부모님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카메라 렌즈에 가득 그들의 얼굴을 담기 바빴다. 조약한 연주실력에 발길을 잠시 붙잡아뒀던 사람들은 금세 자리를 떴지만 나는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그냥 듣기 좋았다. 두 곡 모두를 듣고 나서야 힘찬 박수후에 엉덩이에 붙은 흙을 떼어냈다.

 








이 모든 걸어왔던 길은 츠칸러우로 가기 위해 계획되어있던 길이었다. 정말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는 곳이긴 하지만, 그나마 타이난에서 무엇을 보고 갈까 고민하다가 들른 곳이었다. 숙소와도 아주 가까웠고 돌아가는 길에 시간을 내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곳이 현지인에게는 소원을 성취해주는 영엄한 기운이 있는 곳 중 하나로 소문이 나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간다 하였다. 한쪽에 소원이 적힌 곳에 가서 그들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바래주며 나또한 작은 소원을 빌었다.

밖에서는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3명의 뮤지션이 찾아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해주었다. 내심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때까지 신나는 락공연이 펼쳐지기를 바랬지만, 그럴리는 없었다. 재즈 두 세곡을 듣고 타이난 관광을 마쳤다.

 





어느새 밤이었다. 등이 하나씩 켜지면서 우리도 야시장을 가기로 했다. 타이페이에서 방문한 야시장은 너무 별로였기에 이 곳 야시장도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게 진짜 야시장이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대하고 사람이 넘쳐흘렀다. 초입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였지만 곧 내가 이 곳에 왜 왔는지 정신을 차렸다. 카메라는 가방을 잠시 넣어두고 아낌없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흡입했다. 돈을 잘 쓰지 않는 내 여행스타일을 아는 회사 동기 얘기로는, 내가 뭐에 홀린 듯 쳐먹었단다

꼬치 오뎅부터 이름 모를 수많은 음식을 먹으니 그제서야 포만감이 느껴졌다. 동기가 폭립을 먹고 싶다며 뛰어간 사이 복권을 팔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아버지 사진 한장을 찍는 것으로 대만의 흥겨웠던 야시장 투어를 끝냈다.

 


역시나 숙소의 공동공간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도 옥상으로 나왔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잠시 지진으로 땅이 흔들렸지만, 그다지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멋지게 공간을 꾸며놨더라면 하루종일 있어도 될만큼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메마른 콘크리트 바닥위에서 잠시 타이난의 야경을 구경했다. 기나긴 하루를 마치기에 나쁘지 않은 풍경임에 감사했다.

 

2017. 04. 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