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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7, 대만

난생 처음 둘이. #1 뭔가 부족한 타이페이.

by 지구별 여행가 2017. 8. 13.

일주일만에 다시 방문한 인천공항이었다. '역시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이나 아들놈을 위해 새벽부터 공항에 데려다준 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입국 수속을 진행했다. 반바지에 얇은 가디건, 크록스와 내 여행의 필수 시그니처 갈색 목걸이겸 헤어밴드, 거기다 오랜만에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들고온 도이터 50리터 가방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이미 대만을 돌아다니는 여행자였다.

같이 가기로 한 동기는 버스가 막혀 아직 도착을 안했기에 미리 수속 게이트를 찾아놓고 기다렸다. 연휴의 시작날이었기에 저번주에 일본을 갈때보다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내 옆에 여자 한분과 할머니가 앉아있었는데 둘만의 여행인 듯 했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거나 비슷해 보이는 여자는 어찌나 할머니를 잘 챙기는지 그 모습이 예뻐보였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책을 읽었고,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잠이 들었다. 새벽부터 몸을 움직여 피곤했기에 나도 그다지 오랜시간 책을 보지는 못했다.


동생은 이미 대만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날씨에 대해 엄청나게 겁을 주었다. 더워서 침이 질질 흐를정도라고. 베트남 여행에서의 날씨가 떠오르며 설마 그정도일까 살짝 겁을 먹었지만, 실제로 대만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선선하게 바람이 불고 햇살도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역시나 나는 럭키가이다.

여행을 하면서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않지만 업무상 연락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포켓와이파이 하나를 빌렸다. 값도 하루에 2달러로 저렴했기에 크게 부담은 없었다. 돈이 없어서 유심을 사지 않거나, 포켓 와이파이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현지를 즐기는 시간보다 작은 화면에 집중하는 것이 싫었기에 그래왔던 것 뿐이었다. 또한 검색의 능력이 배가 될 수록 여행의 감은 반비례하여 감소하였다.




타오위안 공항에서는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가니 슬슬 중국어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내려야할지를 몰랐기에 지도 어플을 보니 타이페이 메인역에 근처라 일단 버스에서 내렸다. 걷기에 적당한 거리까지 왔으니 불만은 없었다. 타이페이의 첫 모습은 어딘가에서 많이 봐왔던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특히 가게가 보행자도로를 덮고 있는 구조의 길이 그러하였다. 


숙소를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항상 현지에서 숙소를 찾는 방식을 고수하였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는 이게 가장 싸게 방을 구할수 있는 방법이었으며,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를 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타이페이와 같은 대도시에서 아무런 정보없이 숙소를 찾는 것은 무모한 방법이었기에 숙소가 모여있는 곳만을 알아놓은 상태였다.

동생이 추천해준 곳은 스페이스인은 상당히 유명한 숙소인듯 사람도 많았고 각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스탭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부산에서 1년 공부했다는 그녀는 아주 유창한 한국어를 뽐냈다. 숙박비는 생각보다 비쌌지만 다른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주말이라 그런지 몇 곳의 숙소는 굉장히 비싼 금액을 요구하였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하고 방에 누워 인터넷으로 숙소를 검색해보니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200위안이나 저렴했다. 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에 리셉션에 인터넷 화면을 보여주니 현찰로 냈던 차액을 돌려주었다. 




타이페이 시내를 구경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을겸 나왔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듯 급한 목소리였다. 보이스톡의 음질이 좋지 않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한참이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을 찾았다. 약 20여분간 업무처리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후에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간 중정기념당은 거대했지만 볼게 없었다. 동상이 거대하다고 구경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감동의 크기 동상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곳을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키는 근위병의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나왔다.


나는 주로 걸어서 여행을 했다. 걷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었고, 가끔은 목적지와 정반대로 걷기도 하였다. 기존에 가고싶던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더라도 과정이 만족스러우면 그 곳에서 여행을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갔고, 조금 무리하고 싶은 날에는 직진거리를 애둘러 근처의 눈이 밟히는 모든 곳을 들러 목적지로 향했다. 

허나 짝이 있는 여행은 그렇게 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나에게 예쁜 길이 그에게 예쁜 길이 아닐 수도 있으며, 그에게 예쁜 길이 나에게 예쁜 길일 확률은 너무나 적었다. 거기다 이 친구는 나와 함꼐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상태로 온것이기에 무작정 헤어지기도 쉽지가 않았다. 

중간중간 방향을 틀면 '이 길이 맞아?'라는 질문이 날라왔고, 최단거리로 움직이면 '너무 빨리가는거 같은데?'라는 말이 날라왔다. 쉽게 쓰던 중간이라는 단어가 이다지 어려운 표현인가 싶었다. 타이페이 도시는 내가 추구하는 여행지의 모습이 아니었고,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마음에 여행감각과 재미는 반감되었다. 그 역시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는 대만을 이미 방문해본적이 있었다. 내가 간 길이 어쩌면 그 역시 다 가본 곳일 수 있었다. 시먼역으로 가는 도중 즉흥적으로 사먹은 찐빵의 맛이 기가 막혔다는 것이 최고의 일탈이자 이벤트였을 뿐이었다.






해가 지기를 기다린 것은 단지 야시장 하나 때문이었다. 우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야시장이 용산사 근처에 있는 곳이었기에 용산사 구경 겸 잠시 들리기로 했다. 동기 말로는 뱀도 팔고 별의 별 것들을 다 판다고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일반 야시장이었다. 취두부를 팔길래 한입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생각보다 냄새도 심하지 않았고, 약간 꼬숩기도 한 맛이 꽤나 괜찮았다. 나중에 중국에서 살다온 누나에게 물어보니 그 것은 진정한 취두부가 아니라는 말만 돌아왔다. 동기는 내가 말할때마다 취두부 향이 난다며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을 조금 잘 못들어 등 하나 없는 으슥한 길로 들어섰다. 한쪽에 여자 한명이 짧은 치마에 짧은 옷을 입고 서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가자 남자 한명이 툭튀어나와 대만어로 뭐라뭐라 이야기했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으니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슥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녀는 매춘부인듯하였다. 괜히 좋지 않은일에 휘말릴까 가로등이 많은 대로로 나왔다. 

가끔 밝은 조명이 있는 작은 공간에서 여자들이 아주 짧은 치마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곳이 매춘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방금 전의 만남과는 다르게 밝은 곳에 앉아있었기에 대만에서 매춘이 합법인가 하는 궁금증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첫날이지만 맥주는 빠질 수 없었다. 편의점에 가보니 타이완 비어라는 맥주 밖에 없었다. 다른 종류이 외국 맥주도 많았지만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맥주들이라 타이완 맥주 두병을 들었다. 동기는 술을 먹지 않기에 내가 맥주를 마시면 그는 콜라를 마셨다.

숙소 안 공동강간에 나와 술을 마시는 현지 여행자들만 바글거렸다. 다들 그룹으로 왔기에 말을 걸기에도 애매하였다. 더군다나 그들은 술도 마시지 않았다. 자신들이 싸온 음식을 나눠먹으면 담소를 나누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라 조금 실망했지만 우리가 먼저 다가가기에도 무언가 벽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과를 시작했기에 첫날은 각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침대로 돌아갔다.


 2017.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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