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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1 떠나기, 준비하기, 길

by 지구별 여행가 2015. 6. 12.

몇년 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그 동안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서 블로그를 할 시간 조차 없었다.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귀찮았고 쓸 이야기가 없었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 호주에서 어떤 일도 있었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글도 많이 봤는데 난 그냥 밤에 일하고 낮에 자고 공부 좀 하고 밥먹고 빨래하고 다시 일하고 자고를 반복한 일상이였다. 중간 중간 번다버그에서 폭풍을 맞아서 2주 좀 넘는 시간동안 대피소가서 대피도 하고 헬기도 타고 농장가는 길에 동물 튀어나와서 차도 2바퀴 굴러서 죽을 뻔도 했지만, 결국은 평범한 워킹 생활이였다. 그리고 영어공부도 할겸 다시 한국 사람들도 만날겸 해서 필리핀 가서 2달 공부하니 한국을 박차고 나온게 벌써 14개월 째다. 

  살은 20KG이 넘게 빠졌고, 머리는 이미 단발머리가 되서 한번 볶았다. 세부로 놀러오신 우리 부모님께서 못알아봤을 정도니 정말 많이 변했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좀 크게 바뀐 것 같다.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시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약 250일 정도의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현재 진행중이라 내가 나중에 보고 기억 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아무리 자극적이고 강력한 경험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마치 내가 자동차 안에서 두바퀴 구르던 순간이 이젠 그냥 아 그때 죽을뻔 했지가 되는 것처럼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11개월, 필리핀 2달,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 3주를 제외하면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것은 인도밖에 없다. 그런데 무슨 똥배짱인지 여행준비를 오래하지 못했다. 사실 여행 자체를 너무 우습게 본 것도 있었고 그냥 내 발이 움직이는데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뭐 준비가 부족함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남들이랑 비슷한 경로로는 다니고 있지만, 나름 남들과 다른걸 보려고 노력할꺼니까. 여행지의 첫 도시였던 방콕은 서양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수코타이는 중국인 가족 한명봤다. 가끔 쓸쓸하다. 아마도 필리핀에서 오랫동안 같이 즐겁게 여행했던 친구들이 있어서 더욱 그럴지도. 그래도 심심하진 않다. 혼자 다니는 길은 곧 그 길에 서있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몇번에 나눠서 조금씩 내가 떠나게 된 이유, 나의 루트, 챙겨온 짐에 대해서 이야기 할려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지 싶다.

음... 아직 어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두명정도가 내 인생에서 멋진 사람이라 느꼈다. 첫번째는 군대에서 본 군변호사였다. 1500명의 훈련병들 앞에서 아주 멋있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순간, 그냥 멋있었다. 난 빡빡 민 머리에 눈알을 돌리면 불호령이 떨어졌는데.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 사람이 빛나게 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여자였다.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 심지어 얼굴도 기억안나고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우연히 만나서 그냥 간단히 인사정도 했는데 내가 그때 '인도는 얼마나 여행하세요~?'라고 물어봤다. 여자분은 머뭇거리다가 3달정도 여행하고 다른데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우와~ 길게 다니시네요' 했더니 수줍게 '세계일주'중이에요라고 대답하드라. 난 처음 들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자기 입으로  세계일주를 한다고 하는 사람은.... 그때 멋있었다.

 

 그말을 듣고 난 후에만 해도 세계일주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저 대학교 졸업전까지 5개국 정도만 가자는게 꿈이였고, 5개국은 인도, 이집트, 호주워킹,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 그리고 아마 유럽 배낭여행 정도였다. 정말 막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사람 욕심이라는게 참 재밌다. '유럽배낭여행을 가야지 하니 이집트가 옆에 있으니 중동까지 갈까?'하고 유'럽여행을 조금 줄이고 남미도 갔다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이왕 이렇게 된거 한바퀴 돌아볼까?라'고 생각이 드니 그게 세계일주더라.

 사람은 말이 씨가 된다. 난 그 이후로 보는 사람들 마다 '내년에 세계일주 갑니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이미 비행기표 다 예약되있고 돈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결국 호주워킹을 결심했다. 큰 돈 한번 모아보자라는 생각으로. 11개월간의 생활동안 만족할만한 돈도 모았고 기본 영어도 대충 쌓았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더라 왜 가냐고 그거 나중에 하나씩 가면 되지 않냐고 너 지금 공부해서 취직하기도 바쁠때 아니냐고. 음 맞는 말이였다 하나도 틀린말들 없었는데.... 어떡하냐 내가 가고 싶은걸 아마 취직하면 다른 이유가 생길 것이고 그 때 되면 더욱더 그 떄의 자리를 포기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떠났다. 그때 일은 그 때 생각 할란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루트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었다.

 첫번째, 우리나라에서 먼 나라를 투자한다.

 두번째, 10년 안에 어쩌면 모습이 바뀔지도 모르는 나라를 투자한다.

 

 참 쉽게 생각했다. 이 조건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을 고민하던 나에게 유럽이 빠졌고 북미는 고모네만 들리고 캐나다에서 친구만나는 간단 일정으로 바뀌었으며,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네팔은 빠질 수 없는 곳, 남미는 가장 먼나라고... 그리고 주변 국가 가보고 싶은 곳들을 끼워넣으니 루트가 나왔다. 상당히 많은 장기여행자들이 가는 루트이며 나 또한 별다르게 특별한 곳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여행물품에 대한 이야기다. 나름대로 인도 여행 경험과 인터넷 검색 그리고 14개월간의 해외생활에서 나온 기본적인 짐이다.

가방 : 도히터 50+10, 조그마한 크로스백, 작은 백팩

도히터 가방 : 가격대비 아주 만족한다. 배낭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내 짐을 담기에는 충분하고 허리도 편하다. 수납공간이 조금 부족한게 흠?

조그마한 크로스백 : 필리핀에서 8000원 주고 산 키플링 이미테이션 가방인데 수납공간도 많고 딱 필요한 것 다 들어가서 아주 유용하게 썼다. 터키에서 지퍼가 찢어져서 튼튼한 이미테이션 나이키 가방을 샀다. 

작은 백팩 : 호주 타겟에서 산 10000원짜리 가방이다. 간단한 투어나 주변 마실 나갈 때 뭐 사러 갈 때 가끔씩 쓰고있다. 3단으로 분할되있지만 이미 안쪽이 다 찢어져서 그냥하나로 연결되있다. 뭐 그러려니 한다. 공간만 차지하고 실제로는 별로 쓰지 않아서 버렸다.

 

기본 물품 : 여권, 지갑, 카드, 핸드폰, 시계

여권 : 설명해야되나...

지갑 : 그냥 가지고 가길...

카드 : 난 시티은행이랑 호주 ANZ쓰고 있다. 호주카드가 결제 할때 아주 쉽게 잘된다.

핸드폰 : 필수다. 없으면 한국과 연락하기도 힘들고 정보 찾기도 힘들다. 짧지 않으면 카톡 되고 와이파이되는 저렴한 중고 핸드폰 하나 들고 가는 걸 추천

시계 : 필수다.

의류 : 반팔 4, 긴팔 3, 반바지 3, 긴바지 2, 바람막이 2, 속옷 4, 양말 3

가장 고민 많이 했던 부분이다. 아마 다른 여행자들 또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일텐데 최대한 가볍게 가져가는걸 권장한다. 특히 장기여행자라면.

내 반바지는 호주에서 산 비치웨어라서 속옷이 필요없다. 좀 지나고 속옷이 진짜 필요없음 그냥 버릴 생각.

 

전자기기 : 카메라, 넷북

카메라 : 하이엔드와 DSLR 사이에 고민하다가 결국 하이엔드로 샀다. DSLR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너무 무겁지 않을까해서.. 사진을 정말 잘찍는 사람이라면 DSLR을 당연히 추천한다.

넷북 : 이거 없으면 장기로 여행하기 힘들거 같다.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도 많고, 블로그 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사진작업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개인적으로 노트북 가져가는걸 추천한다. 그러나 무게를 줄이고 싶다면 이걸 부셔버리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의약품 : 알아서 챙기시길. 난 이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잘 설사 안한다. 후시딘은 좀 유용.

신발 : 크록스, 등산화

멋진 신발 필요없다. 한 두달 지나면 아마 고등학교 청소함에 있는 마대와 비슷한 수준이 될것이다. 내 크록스는 이미 고무신 수준. 필리핀에서 친구들이 새것좀 사라고 사라고 했지만, 가장 편하고 정든 내 신발.

세면도구 : 이건 진짜 사람마다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 난 원래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머리를 비누로 감아서 비누만 가지고 다녔는데 머리가 단발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샴푸를 하나 샀다. 그리고 물 때문에 진짜 짜증난다.... 결국 바디클렌져도 하나 삼. 아주 관리하기 편하다.

잡동사니 : 만능칼(?) 뭐라 부르는지 기억이... 손톱깎기, 실과 바늘, 자물쇠, 노트, 펜

그 외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없다.

이제 태국부터 미국까지 천천히 여행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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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3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태국 방콕. #2 언제나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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