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버스표를 파는 사람이 아침식사를 제공해준다고 하였기에 일부로 10솔을 더 내고 이 버스를 선택하였건만. 식사는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제 준 쥐꼬리만한 과자 두개가 10솔이라는 뜻인건가.
말도 제대로 안통해 화도 못내고 있었지만, 배는 고팠다. 휴게소에 정차했을때 어쩔 수 없이 10솔을 내고 아침식사를 사먹었다.
가난한자들의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섬으로 갈수있는 피스코는 그냥 지나쳤다. 동물은 볼만큼 봤다는 판단이었다. 물개인지, 바다사자인지, 바다표범인지 나미비아에서 지겹게 봤다.
오후 4시쯤 오래있을 생각이 전혀 없는 리마에 도착했다. 딱 하루만 미라플로레스 지역에서 쉬었다가 바로 와라즈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지도 어플을 꺼내 예의주시하면서 버스의 코스를 분석하는데 느낌이 계속 시내의 외곽만을 도는 느낌이었다. 버스 안내원에게 미라플로레스 지역을 가는게 맞냐고 물어보니 기다리라는말만 되풀이했다.
뭐... 저렇게 이야기하는걸보니 미라플로레스 지역에 가긴가는구나 싶었지만, 완전한 패착. 외곽을 한참돌던 버스가 종점에 멈춰섰고 그 곳은 아까 돌던 외곽에서 한참을 더 지나친 상태였다.
짜증이 나서 한국말로 '미라플로레스까지 개멀잖아. 왜 기다리라고 했어'라고 하니 뭐라뭐라 떠드는데 서로 자기네들 모국어를 하니 통할리가 없었다. 지도를 보니 대략 7Km는 되어보였다.
택시를 탈까했지만, 그럴 위인도 아니었다. 걷기로 했다. 10Kg의 가방이 이렇게 무거운지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다.
걷다가 지쳤다. 소변도 마려왔지만, 문화시민으로서 길거리에 소변을 보는건 용납할수 없었다. 근처 중국식당으로 뛰어들어가 화장실을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사용하게 해주었다.
식당에 잠시 앉아 노트북을 켰다. 어플의 지도와 내가 갖고 있는 가이드북의 지도와 비교를 하면서 내 위치를 찾아보니 센트로와 미라플로레스의 중간지점이었다. 아까 내린 곳이 센트로였나보다... 지금 센트로로 돌아간다면 그냥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꼴이었다. 택시를 타자니 지금까지 걸어온게 아까웠다. 다시 미라플로레스로 걸었다.
진짜 한참을 걸어서 원래 계획했던 숙소 근처에 도착했으나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다. 근처 경찰아저씨한테 달려가 주소를 보여주면서 숙소좀 찾아달라고 하니 극진한 에스코트를 해주며 나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이 곳은 부엌, 화장실, 청결도, 친절함, 가격. 뭐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이런 최고의 숙소를 만나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으니, 일정상 하루만 머물다 가는게 아쉬웠다.
시간이 늦어 할게 없으니 중국식당에서 8솔에 밥을 먹었다. 어찌나 일관된 불친절함을 보여주는지 밥맛이 뚝뚝 떨어졌다. 숙소로 돌아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코리아 사람이 있다면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아까 내가 저녁식사를 하러 나갈때 주방에서 잠깐 본 사람이었다.
흑인 두명하고 같이 있었는데 어찌나 영어를 잘하던지 속으로 부러웠는데 인사를 해보니 발음이 조금 이상했다. 물어보니 부모님이 한국사람인 캐나다인이었다. 쌍둥이가 같이 왔는데 형은 한국어를 곧잘했으나 동생은 거의 못하였다.
대화를 나누던중 흑인 둘이 나왔다. 인사를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들과 함꼐 맥주를 먹으러 나가고 있었다.
이맘때 즈음에 생존영어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고, 듣는거는 거의 다 대충 알아듣는다 생각했었는데... 원어민 틈에서 농담이 80%가 섞인 대화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국말을 하는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지만 한계는 보였다.
비싼 맥주집에서 축구를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한참 듣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별로 재미가 없어하는 분위기였다. 그럴수 밖에, 혼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가만히 앉아있는 내가 있었으니.
숙소로 돌아와 그들은 따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곧장 침대에 누웠다.
2018.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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