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를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할 때 가장 신기했던 점이 여행기를 매일매일 남기는 사람들이었다. 그 것도 아주 상세하게. 근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기록이라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고... 사실... 밤에 딱히 할게 없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고 술을 마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쨋든 결국은 혼자라는 것을 순간순간 깨달으니까.
달이 슬슬 머리 위로 갈 때쯤 조용한 술집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수첩에 글쓰고 정리하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그 생각들은 다시 블로그에 써진 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게 글의 매력 아닌가 싶다.
방콕의 정돈되고 질서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내가 필리핀에서 2달을 지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필리핀...! 그 무질서함 속에 그들만의 완벽한 질서는 정말 아름답기 짝이 없다. 어쨋든 공항자체도 깔끔하고 상당히 규모가 컸다. 역시나 방콕하면 배낭여행의 메카 카오산이다.
도착한 카오산은 내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겼다.
뭔가 여행의 소울이 넘쳐흐르고 길고 넓은 도로의 한쪽에서는 흑인음악가가 잼배를 치며 반대쪽 사람은 그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재즈풍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조금 더 안쪽에는 맛스러운 길거리 음식들이 줄을 잇고, 길 어디서든지 동양과 서양 사람 가릴 것 없이 그들만의 여행 이야기를 꽃피우는 그런 너무나도 환상적이며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곳을 예상했다.
왜냐. 모든 사람들이 그 곳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렀으니까.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이 살 것 같은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도로의 입구에서 500바트 양복을 파는 아저씨와 만난 순간 모든 것이 깨졌다. 배낭여행자의 거리 한복판에서 양복이라니...
50리터 배낭을 메고 드레드 머리를 한 양복입은 서양인... 음... 나쁘지 않네... 뭔가 느낌있겠다.
역시나 처음 시작의 기대가 커서 일까 실망이 컸다.
외진 골목 허름한 숙소에서 2일을 보냈다. 첫 날은 태국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 열려 근처 노점에서 맥주한잔을 하며 구경했다. 그 때 태국인 커플과 4남매를 만났다. 한 명을 빼놓고는 영어를 하지 못하여서 말은 안통했지만 다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고 태국어로 열심히 설명해줬다. 알아 듣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이해가 됐다.
다음날 아침에는 전형적인 히피 마인드의 한국인을 만났다. 빈 속에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직 한국 방학시즌이 아니여서 그런지 한국인은 별로 없다. 있어도 장기 동남아 여행자. 보통 1달 이상은 체류하는 듯 했다. 다들 여유롭다. 남들 본 것 나도 봐야되서, 남들 한 것 나도 봐야되서, 남들 먹어 본 것 나도 먹어봐야되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거 자기만의 색으로, 리듬으로 움직이는 그들이다. 눕고 싶음 눕고, 자고 싶은 자고, 먹고 싶음 먹는다. 오롯이 나만의 리듬. 자기만의 여행 스타일과 색을 찾는 지름길이다.
13.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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