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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8,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코 앞의 유럽으로, 블라디보스톡. #3 무작정 내리는 비를 뒤로하고.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2. 16.

2박 3일은 짧은 여행 기간이었으나,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여행은 이정도면 충분했다. 시내구경만으로는 더 이상 할게 없었다. 숙소에서 잠만 자다가 공항으로 가는건 아쉬웠으니 갈 곳은 없지만 잠시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쌀쌀했고, 비는 무작정 내렸다.






만만한게 해양공원이었다. 그간 시내 중심부로 돌아다녔기에 오늘은 그나마 외곽쪽으로 길을 택하여 걸으니 지난 며칠간 보지 못했던 작은 성당이 나왔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사람도 없었고 적막했다. 조용히 사진만 몇장을 찍었다.

해양공원에 있는 놀이공원 근처를 거닐었지만, 특별함은 없었다. 일요일 비가 오는 날의 아침다움이 있었다. 

비는 점점 거세게 내렸고, 곧 바람을 동반하여 사방팔방에서 휘몰아쳤다. 우비대신 우산을 챙겨온게 조금 아쉬웠다. 작은 3단 우산으로 비를 막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사지 않는다. 그다지 살 것도 없고, 산다고 해도 집에 가져가면 예쁜 쓰레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을 했다가 점점 새로운 물건에 밀려 가장 안쪽 구석으로 밀린다. 일주일에 한번 눈길을 주면 많이 주는 그런 기념품 따위.

인터넷에서 어느 여행지를 가면 필히 사야하는 물건이라며 캐리어 가득 무엇인가를 사오지만, 나와는 성향이 맞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번에는 기념품을 사러 몇 곳의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마트료시카 인형이 하나 사고 싶었다. 꽤나 모양이 귀여웠다. 이미 블라디보스톡에 올때부터 생각했던 기념품이므로 3일간의 여행중에 몇 곳의 기념품 가게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의 기념품 가게는 값이 비싸기에 외곽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 들렀다. 무려 10피스로 구성된 거대한 마트료시카 인형을 보여주었지만, 담아갈 가방에 공간도 없었고, 그만한 돈도 없었다. 적당한 크기에 아담한 오렌지색 인형을 주어담았다. 집에 두면 그런대로 잘 어울리듯 하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운 몸을 녹이고 마지막 샤워를 마쳤다. 챙겨간 옷은 단벌이기에 비에 젖은 축축한 옷을 다시 입었다. 가방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하니 착한 사장님이 끝까지 잘가라며 배웅을 해주셨다.






바글거리던 중앙광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조용히 사진을 찍다가 여행 첫날 점찍어둔 식당으로 갔다. 피자, 스파게티 등을 파는 곳이었는데 피자가 아주 저렴하여 몇번이나 갈려고 했던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어가 들렸다. 이 곳까지 한국인이 있을줄이야.

피자 하나와 청어요리를 시켰다. 특히 에전부터 청어요리는 꼭 먹어보고 싶었기에 기대가 컸다. 작은 콜라도 하나 시켰는데 콜라값이 거의 피자의 반값에 가까웠다. 첫날 샤슬릭과 함께 마셨던 맥주가 떠올랐다. 더럽게 비쌌지만 그래도 시켰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은 둘 혹은 셋이서 큰 피자를 한판을 먹었지만, 나는 혼자서 큰 피자 한판과 청어요리까지 시킨게 이상했는지 종업원이 요리 두개를 시킨게 맞는지 재차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니 별 말없이 주문을 받아갔다.

피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일반적인 피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청어는 생각보다 비리지 않았다. 정말 혐오스러울 정도로 비리다는 청어요리를 언젠가 꼭 먹어보리라 디짐했다.

순식간에 두 음식을 비우고 슬슬 블라디보스톡 공항으로 갈 준비를 했다. 기차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기에 공항에서 시내를 올때 탔던 버스를 그대로 탑승했다.

공항에서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분주하게 게와 새우를 사고 있었다. 나도 하나 살까했지만, 역시나. 끌리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어린 한국 여자가 러시아 경찰에게 인도되어 방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점은 방에서 문을 잠그는 곳이 아니라 밖에서 문을 잠그는 곳이었따. 여경찰은 그 앞에서 아무도 그녀와 접촉할 수 없도록 지키고 있었다. 작은 창을 통해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보였지만,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무슨일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가 애매했다.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한 두사람씩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고, 나 또한 유럽의 향이 물씬 나는 블라디보스톡을 떠났다.


2018. 0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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