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행은 항상 고민이다. 16년도 입사전, 6월의 베트남을 겪고나니 도저히 7,8월의 동남아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폭염에 녹아내릴지도 몰랐다. 자연스럽게 북쪽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선택권은 많지 않았다. 몽골과 러시아. 두 곳 뿐이었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여행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몽골이라는 나라 자체가 신비하기도 했고, 게르에서 한번쯤은 자보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비싼 비행기 티켓, 2박 3일의 아주 짧은 시간으로 만족할만한 몽골 여행을 하기에는 어려워보였다. 몽골은, 잠시 미뤘다.
러시아는 일단 나라가 너무 컸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당연히 모스크바지만, 비행기 안에서 2박 3일을 다 보낼 판이었다. 그 정도 거리의 여행지를 갈거라면 러시아 말고도 갈 만한 곳은 산처럼 많았다.
북쪽의 여행지 중 몽골을 제외한다면 가장 합리적인 여행지는 결국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었다.
6월 15일 출발이니 러시아 월드컵을 나름 현지에서 지낸다는 점도 의의가 있었다. 물론, 1월달에 비행기티켓을 구매할 때에는 6월 러시아 월드컵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사실 블라디보스톡은 월드컵 경기 직관도 불가능한 곳이었다.
저가항공사 입장에서도 대한민국 근교에 취급할만한 신규 취항지가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몇 군데 떠오르는 곳이 있지만, 적어도 그 곳은 내가 가고싶은 곳이지, 남들이 많이 갈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근래에 폭발적으로 불어난 블라디보스톡 신규취항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항공사 말고도 러시아 항공사를 이용하면 더 싼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고 시간도 새벽 이른 시간에 도착해 나름 일정상 하루를 벌 수 있지만 굳이 블라디보스톡정도 여행지에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먼듯 하지만 가까운 유럽, 보드카를 맥주 마시듯이 마실거 같은 그 나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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