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에 줄지어 서있던 덤프트럭 사이로 뭉게뭉게 피어나는 먼지.
그 안에 쌓여있던 고철들. 역시 제철회사다운 첫 이미지였다.
입구 관리실에서 경비아저씨가 '하하 면접 잘 봐요 ! 화이팅 !' 이라 말씀해주신게 참으로 고마웠다.
안쪽 건물은 너무 깨끗하고 내부 또한 흠잡을데 없이 좋았다. 널찍 널찍한 사무실, 정말 빛나도록 깨끗한 화장실, 모든게 마음에 들었다.
가장 기억남는 것은 면접 진행하시는 분들이었다. 한마디 한마디 구직자들을 배려해주는게 느껴졌고, 옆에서 동네 형처럼 응원해줬기에 마음 편하게 대기할 수 있었다.
면접이 시작되고 1조로 배정되어 면접장을 들어가기 전, 면접 담당자가 손수 내 머리카락에 붙어있던 먼지를 떼어주셨고, 머리 모양새도 잡아주고, 긴장하지 말라며 등까지 '토닥토닥'.
50여분간의 면접이 끝나고 나와 짐을 챙기러 면접 대기실로 들어가니 단번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가방을 챙기는데 누군가 쓱 오더니 면접 질문에 대해서 물어봤다. 많이 알려주고 싶었지만 실제로 내가 받은 질문은 세계일주 관련 질문이 많았기에 많은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면접을 같이 본 전우들과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이 회사 다니고 싶다 라 생각했다.
연봉이나 복지가 아닌, 내 등을 토닥여준 사람 때문이었다.
대화를 나눠본 것도 아니고,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낸게 아니지만,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합격을 하던, 불합격을 하던 회사에 대해 이만큼 좋은 이미지를 갖고 나온게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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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일 후, 카페에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느낌이 쎄했다. 벨소리에서 왠지 그 기업일 것 같았다. 정말 정말 그랬다.
역시나. 회사 전화였고,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바로 이력서 꺼버리고 집에 전화를 했다.
엄마, 아빠 참으로 좋아했다.
나는 이 지긋지긋한 이력서 인생이 끝나면 날아갈처럼 좋아할 줄 알았는데 기분은 좋지만 참으로 침착했다.
내가 붙었다는 것은 16명의 면접자 중 누군가는 떨어졌다는 소리니까. 우리 1조 사람들만 해도 다들 말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기쁘면서 참으로 묘한 감정이 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어쨌든 6월 1일 입사다.
인생 1막을 대학시절이라 생각하면, 인생 2막은 세계일주였다. 아마 인생 3막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며칠간 내 통장에 남아있던 150만원을 내가 얻어먹었던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쓰는 일만 남았다.
딱 2주는 걱정없이 돈 좀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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