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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콘소. #91 지옥같은 에디오피아 봉고차.

by 지구별 여행가 2016. 6. 24.

어제 버스 시간을 체크해 본 바로는 오전 8시부터 12시 반 사이에 진카행 버스가 한대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 분명하기에 아침 7시 부랴부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대략 8시쯤부터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했는데, 재밌는 것은 나이와 상관 없이 학년이 정해지는 듯했다. 키도 크고 나이도 좀 있어보이는 아이도 5학년, 귀엽게 생긴 꼬마 아가씨도 5학년이라 했다. 학교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침 8시반이 되어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이제부터 진정한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우리 모두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끊임없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그러나 도로에 다니는 차가 너무 적었다. 대략 30분에 한 대정도 지나갔으며 그마저도 투어차량이거나 UN차량이었다. 가끔 오는 트럭들은 모두 승차를 거부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기나 한건지 아이들은 어느새 우리 주변을 둘러 싸고 있었다. 어제 약간의 Tip을 쥐어준 친구를 만났는데 오늘 따라 더욱 귀엽고 예뻐보였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내 손에 걸려있던 팔찌를 채워주며 나를 잊지 말라 이야기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입이 찢어질 듯 함박 웃음을 지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자랑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채워줄 걸 싶었다.







기다림은 너무나 힘들었다. 주변에 뛰어다니는 아이들 덕분에 우리 주변에 먼지만 가득했고, 멍하니 도로를 쳐다보는 내 심정을 버스는 알 턱이 없었다. 멍하니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축구공을 들고 나타났다. 시간을 보낼 소중한 기회였다. 동네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아 간이 골대를 만들고 6:6 축구를 했다. 내 생각보다 아이들은 너무나 공을 잘 찼고, 나의 저질 체력은 금방 모습을 드러내어 이내 주저앉았다. 약 30여분을 열심히 찼지만 아이들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한 쪽에 주저 앉아 쉬고 있으면 아이들이 번개같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나에게 더이상의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10시. 학교 선생님이 이 때쯤이며 버스가 온다하였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0시 20분. 지나가는 아저씨가 아직도 기다리냐며 우리 곁에 앉아 우리의 가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11시. 도로 먼 곳에서 무엇인가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버스에 타려니 점심시간이란다. 결국 출발은 12시 반이 맞았다.


버스가 달리다 중간에 잠시 섰다. 역시나 이번에도 나가서 스트레칭을 하고 온 사이 자리가 없었다.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되나보다. 버스 자리를 빼앗긴 짜증남보다 어쨋든 버스에 탑승해 있다는 사실에 기뻐 현지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대충 끼어 앉았다. 미니버스 맨 뒷자리는 결국 7명이 앉아서 갔다. 

버스를 타고 난 후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 버스는 케이아파르까지만 갔다. 즉 콘소를 가기 위해서는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만 했다. 케이아파르 어딘가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콘소행 버스를 물어보니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타면 된다 했다. 그러나 사람도 없었고 표지판도 없었다. 과연 여기에 설까... 의문이 들었다. 


다시 기다림의 연속. 몇 번의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3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봉고차 한대가 왔다.

3시간여의 기다림동안 이 곳에는 6명의 사람 밖에 없었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대략 20여명의 사람들이 봉고차를 향해 질주했다. 나름 외국인이라 배려한 것인지 우리는 현지인 3명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이 봉고차는 진정한 지옥의 봉고차였다. 나무로 만든 간이 의자에 앉았는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너무 쪼그려 앉아서 다리는 미칠 듯이 저렸다. 이 상태로 3시간을 더 달려서야 콘소에 도착했다. 바로 문 앞에 앉아 있었기에 2번째로 나오면서 인원을 세보니 운전자를 제외하고 총 26명의 사람이 탑승했었다. 이정도면 기네스북에 올려야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단 한명도 서있지 않았고 모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봉고차에 이렇게 앉을 곳이 많다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겨우겨우 콘소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근처 식당에서 허기를 달래고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콘소는 모얄레로 가기 위한 거점 도시일 뿐이었다.


2014.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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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모얄레. #92 손은 눈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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