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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디메카. #90 디메카를 여행하려면 돈을 내라고?

by 지구별 여행가 2016. 5. 24.

사람의 몸은 적응하기 마련이다. 내일 낮 2시까지 퍼질러 잘 수 있다면 그 때까지 잘 수 있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신기하게 알람이 울리기 2분 전에 눈이 떠진다. 그러나 이 날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무의식 중에 어제 버스를 타지 못한 것이 남아 있고, 오늘 일찍 버스 터미널에 나가 사태를 파악하고 싶었나 보다. 

눈을 뜨는 6시쯤이었다. 고양이 세수로 눈에 붙어있는 눈꼽들만 정리하고 나가려니 주인집 아이가 눈에 밟혔다. 잠시 놀아준다 생각했지만 40여분이 흘렀고 얼추 시간이 맞아 짐을 챙겨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얼마 있지 않아 홍콩 부부도 버스터미널로 나왔다. 우리가 너무 일찍 온 듯 정류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에게 다가가 디메카 버스표를 구매하니 종이 쪼가리에 1,2,3이 적혀있는 종이 쪼가리를 줬다. 예약 티켓이었다.




약 40여분 기다렸을까. 다행히 디메카행 버스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누가 보면 초코파이 박스를 찢어서 숫자를 적어놓은 듯 보이는 번호표를 주니 우리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골라 앉으라했다. 봉고차에 어느 자리가 편하고, 어느 자리가 불편하겠는가. 대충 아무자리에 앉았다. 

나는 봉고차에 올라타면서 한 줄에 당연히 3명만 앉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크나 큰 착각이었다. 공간이 있는 곳에는 짐이 들어왔고, 틈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앉았다. 내 발 밑에는 재수가 없게도 바나나가 들어왔다. 편하게 다리를 올리면 왠지 바나나가 터질 것 같았고, 내가 돈내고 타는 다리도 편하게 못 펴나 싶어 바나나 위에 다리를 올리면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째려봤다. 

나중에 내리면서 확인해보니 운전사를 제외하고 총 22이 봉고차 안에 있었다. 물론 수 많은 짐들과 함께. 미친게 분명했다.


디메카를 가는 동안 내 옆자리에는 현지 아줌마, 우리나라로 치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았다. 사람이 너무 많고 날씨도 더웠기에 땀이 줄줄 흘렀지만 옆자리 갓난아이 때문에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젖을 주기위해 훌렁훌렁 웃통을 벗고 가슴을 내놓고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했다. 그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랐다. 


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관절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개같은 바나나라며 속으로 욕을 한참이나 하는데 버스가 서더니 잠시 쉬었다 가잔다.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도 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차에 타니 내 자리가 없어졌다. 말도 안통하고 알아들어도 모르는 척 하는 눈빛이었다. 결국 땅바닥에 쪼그려앉아 2시간을 더 달렸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디메카에 도착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봉고차에서 나오니 천국이 멀지 않구나. 그저 봉고차 밖이 천국이구나 라는 생각 뿐이었다. 봉고차 기사는 지붕에 위태롭게 얹혀있던 짐을 내리고 있었고, 밑에는 누군가 내 짐을 받고 있었다. 나와 봉고차를 같이 탄 누군가라 생각하고 고맙다 이야기하니 돈을 달란다.


정확히 '5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해도 되는 일을 자진해서 하더니 돈을 달란다. 어이가 없어서 다른 현지인들의 짐 값을 받으면 돈을 주겠다니 혼자 씩씩거리면서 사라졌다.

일단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에 들어갔지만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계속 우리 옆 자리에 앉아 자신이 가이드라며 함께 디메카 투어를 하자 추파를 던졌다. 제발 밥 좀 먹게 잠시 기다리라하니 그제서야 물러났다. 그러나 물러나봤자 테이블에서 일어나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누가 이 상황에 밥이 넘어가겠는가.








원래의 계획은 이 곳에서 디메카 시장만 구경 후 바로 콘소로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짐을 맡길 곳도 애매하고 버스 시간도 애매했다. 결국 하루 머물고 내일 오전에 콘소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숙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니 누군가 쓱 와서 우리를 따라다녔다. 자신은 여행자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며 돈은 필요 없고, 우리를 도와주고 싶다 이야기했다. 참으로 착한 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놈이 가장 쓰레기였다. 그리고 원래 이런 놈들이 가장 쓰레기다.

부부는 그를 따라가 조금 비싸지만 괜찮은 숙소를 잡았고, 내 처지에는 조금 가격이 비싸 마을을 돌아다니며 숙소를 찾아보는 중 아이들을 만났다. 그들을 따라 상당히 저렴한 숙소를 소개 받았고, 시설이 나쁘지 않았다. (시멘트 집에 침대하나 전구 하나 끝이다. 물론 콘센트 없다. 당시 아프리카 여행 중 모기장만 있으면 내 생각에는 시설이 괜찮았었다.) 조금 안타까운게 샤워시설이 없었다.


부부와 우리는 다시 만나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부부에게 숙소를 소개시켜준 호객꾼이 우리의 앞길을 막았다. 참으로 어이가 없게도 디메카 시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한단다. 자그마치 250비르, 이게 정부 입장료란다.

'?' 상식적으로 누가 시장에 돈을 내고 가는가. 너가 누군지 모르니 나는 돈을 낼 수 없고, 정부 오피스가 있다면 그 곳에 가서 정당하게 확인을 받고 내겠다 이야기하니, 그가 끌고 간 곳은 투어리스트 회사였다. 그럼 그렇지...

우리는 당연히 돈을 낼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돈을 떠나서 기분이 정말 나빴다. 

그는 250비르를 내지 않으면 경찰에게 걸렸을 경우 8000비르의 벌금을 물어야한다 이야기했다. 이 때부터는 자존심과 배짱 싸움이다. 'OK, 걸리면 8000비르 벌금 내겠다' 이야기했다. 

사실 우리도 8000비르면 무시할 수 없는 돈이기에 아리까리 했다. 그러던 도중 멀리 경찰이 보였다. 호객꾼의 눈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어보니 '당연히 공짜'였다. 


더이상 꺼릴게 없었다. 당당히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양아치 호객꾼은 우리가 시장에 들어가자마자 8000비르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개무시를 하고 경찰을 데리고 오니 욕을 하며 슬그머니 사려졌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안으로 들어간 시장이었지만 참으로 볼게 없었다. 크기가 너무 작아 구경하는데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디메카 시장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정말 볼게 없다. 부족 구경 정도로 만족한다면 한 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그러나 이 곳은 우리 머리속에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은 젖가슴을 그대로 내 놓고 다니고, 특유의 부족 포인트 악세서리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시장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남자아이들은 고추를 덜렁덜렁 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가끔 부족 사진을 찍으려 하면 가격을 흥정해주었다. 부족 설명을 해주고, 로컬 가격을 잘 아니 필요한 기념품이 있으면 자신에게 이야기하라며 우리를 안내했다.

2시간 정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히메르족이라 소개한 아이한테는 Tea와 음료를 사주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두둑한 팁을 손에 쥐어주었다. 나머지 아이 몇몇은 자신에게도 1비르를 줄 수 있냐 하기에 20비르씩 손에 쥐어주었다.







아이들이 돈 맛을 알아서 나중에 커서 아까 만난 사기꾼 가이드처럼 변할까봐 걱정은 됐다. 그러나 정말 20비르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돈 맛을 아는게 무엇이 나쁜가 묻고 싶다. 아프리카가 아프리카 답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의 이기심일 뿐이다. 더욱 윤택한 삶을 살고 더욱 편안한 삶을 살기 바랄 뿐이다. 

아니, 적어도 나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했으니 그 정도의 값은 당연히 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절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나라에 가서 '이 아이들은 돈의 맛을 모르고 순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따위의 실언은 하지말자. 그건 우리의 욕심일 뿐이다. 그리고 가장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어 사는 우리가 할 말은 아니다.


숙소에서는 주인의 아들에게 암하릭 언어를 배웠다. 꼬마아이의 이름인 아르마와 살람누, 차올 정도는 쓸 수 있게 되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자랑하기 위해 흙바닥 적어주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내가 언어를 배우는 동안 씻을 수 있는 물이 준비되었다. 샤워장이 개방형이었기에 손발만 씻으려 들어가니 7살쯤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와 씻고 있었다.

아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울기 싲가했다. 숙녀의 허락도 없이 불쑥 들어간 것이 미안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당황한 모습이 재밌었는지 한참을 웃었다. 





저녁 7식에 부부와 만나 인제라에 맥주를 한 잔하고 내일 콘소행 버스를 수배하러 다녔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말이 달랐다.

누구는 8시 출발, 누구는 11시, 누구는 12시반. 이런게 참 힘들다. 답을 모르니 8시부터 12시반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내일 7시 반에 만나 함께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고 헤어졌다.


2014.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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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콘소. #91 지옥같은 에디오피아 봉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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