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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아르헨티나 엘칼라파테. #165 챔피언스리그 결승 때문에 일정을 바꾸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1. 5.

특별하게 엘 칼라파테에서 할 일은 없었다. 동네 자체도 워낙 작았고, 근처의 관광지인 엘 찰튼, 모레노 빙하를 보고 왔으니 서둘러 떠나는게 당연했지만 떠날 수가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하는 날이었다. 유럽과 남미 시차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우리나라와 다르게 축구 경기를 낮에 볼 수 있었다. 근처 마트에 가서 미리 맥주 두 캔을 사놓았다.

점심식사를 마친 1시 이후부터 뒹굴거리며 축구하기를 기다렸다. 약 2시쁨 토레스 델 파이네를 다녀온 타카시가 돌아왔다. 사진을 구경해보니 아직 토레스 델 파이네의 호수는 얼어있지 않았다. 아름답기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타카시에게 함께 축구를 보자고하니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마을을 구경다녀와야한다며 나갔다.



3시 30분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놓치기 아쉬운 경기였다. 전반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어르신이 함께 식사를 하자면서 내가 먹을 양까지 만들어 놓으셨다고 하셨다. 함께 먹지 않기가 애매하였기에 저녁식사를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감사하게 얻어먹었다.

후반 약 50여분부터 다시 봤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약자 편을 응원하기에 '조금만 더 버텨라' 응원을 했으나 끝나기 2분전 골을 먹혔고, 연장에서 무려 3골을 연달아 먹히며 4:1로 게임이 끝났다.



바릴로체행 버스티켓을 사기위해 린다비스트로 가려는데 숙소의 문이 열리면서 한국인 여자가 들어왔다. 지나가며 인사만하고 린다비스트로 가니 사장님께서 커피와 빵을 주시며 먹고 가라고 하셨다. 별의별 이야기를 하면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까 후지민박에서 본 한국 여자애가 들어왔다. 함께 필요한 티켓을 사고 잠깐 마트에 들렀다. 그녀에게 와인이나 한잔 마실까요? 물어보니 좋다고 하였다. 내꺼를 하나 사면서 너꺼도 하나 사라고 했다. 내가 사줄수는 없으니까.


숙소로 돌아가니 매니저 부부와 노부부가 한창 이야기 중이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아까 그 여자애가 생각나서 방으로 들어가보니 어느샌가 자고 있었다. 피곤했나보다. 내일 떠나야했기에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는게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잠을 깨우는 것은 크나큰 실례였기에 그녀를 두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늦은 새벽시간 그녀가 눈을 비비며 방밖으로 나오더니 지금 깼다며 함께 남은 와인을 마시자고 하였다. 수수하며 어찌보면 원더걸스의 소희를 닮은거 같기도한 그녀는 아주 대단했다. 스페인어 한마디 못하지만 외국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 먼 아르헨티나로 날아와 일도 구하고 수준급의 스페인도 익혔단다. 가끔씩 한국에서 방문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통역도 할 정도라 하였으니 허풍은 아닌 듯 하였다. 말을 섞어보니 실제로 똑똑했고, 아주 바른 사람이었다.

와인을 마시며 함께 바릴로체로 가자하였지만, 휴가 기간에 엘 칼라파테에 온 거라면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했다. 모레노빙하를 가야하지만 새벽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시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자기 전에 모레노빙하로 가면 편지 한통 써놓고 가라고 농담으로 이야기했는데 정말 편지 한통을 남겨놓고 떠났다. 귀여운 아이였다.


2014.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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