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자 부르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기반을 둔 이 전위 예술 공연은 세계적으로도 인기있는 공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두번 공연을 한 것을 알고 있는데 당시 티켓값이 10만원 전후였던 것에 비교하면 이 곳은 만원이면 즐길 수 있다. 꼭 보고 싶었던 공연 중에 하나였기때문에 시간을 내어 관람을 하기로 했다.
시내의 티켓 판매소에 들러 티켓을 미리 예약 구매하니 75페소로 아주 저렴했다.
공연은 공연이고, 사실 이제 슬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날때가 됨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고 할것 볼것이 많은 곳이었지만 아직 갈 길이 첩첩산중이었다. 아직 다음 도시를 엘 칼라파테로 갈지 우수아이아까지 내려갈지 결정을 하지 못한상태였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는 남미 최남단에 있는 작은 도시로 크게 볼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남극을 제외한 지구의 최남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을 이 곳까지 와서 안 가보기에는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탈출이었다. 우수아이에서 엘 칼라파테까지 나오는데 비행기를 타거나 약 3일간의 시간을 소모해 버스와 배를 타고 빠져나와야만했다. 물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얼마나 더 갖혀있을지 알 수 없었다.
초저가 라데항공을 찾아가기위해 길거리를 돌아니며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도 방문해봤지만 라데항공이라는 항공사 자체를 몰랐다. 정말 초저가 항공사인듯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정보가 가장 정확했기에 한참을 돌고돌아 겨우 라데항공사에 도착했다. 비행기 티켓은 엘 칼라파테까지는 16만원, 우수아이아까지는 20만원이었다. 큰 가격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의 끝이라는 단 하나의 타이틀 때문에 우수아이아까지 가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 낭비였다. 비글 해협투어는 비싸고 펭귄투어는 할 만큼 하였으니 엘 칼라파테행 비행기를 사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침 8시 출발이라는 시간은 부담스러웠지만 오랜만에 공항에서 노숙을 하면 문제는 되지 않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암달러 환율이 가장 좋은 플로리다 거리에서 상당히 좋은 환율로 거래를 하고 공연 관람전 모든 일정을 마쳤다.
저녁 8시, 공연을 보러가기위해 숙소를 나섰다. 위험지역도 아니었으며 거리도 멀지 않았기에 걸어서 갈만한 거리였다. 레꼴레따에서 푸에르자 부르타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사람들이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우린 75페소 예약티켓을 보여주면 바로 관람을 볼 수 있는줄 알았는데 리셉션 직원 말로는 75페소는 예약금액일 뿐 원래의 공연 관람 금액인 100페소에 맞춰 차액분을 내야한다했다.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지만 25페소에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추가 금액을 지불하였다.
이미 우리 숙소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왔기에 팁을 알려주었는데 공연장의 무대를 기준으로 약 1/3지점에 자리를 잡는게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있다하였기에 정확하게 1/3지점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공연들은 눈과 귀를 압도했다. 끌없이 펼쳐지는 공연은 잠시도 쉴틈없이 사람을 몰아쳤고, 주변의 관객들도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겼다. 마지막 공연장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한바가지의 물을 맞으며 신나게 춤을 추고 나오니 돈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공연이었다. 같이 간 누나도 최고의 공연이었다면서 찬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홀딱 젖은 내모습을 본 숙소의 사람들은 역시나 재밌게 놀 줄 알았다며 흐뭇하게 쳐다봤다. 옥상에서는 한창 생일파티가 진행중이었다. 세계일주를 했다는 배를 함께 본 24살의 여대생 중 한명의 생일이었다. 근처 빵가게에서 예쁜 케익까지 몰래 사놓고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나 또한 과거 인도 여행중 이러한 깜짝 생일축하를 받은적이 있었기에 그녀의 감동이 어떠한 감동인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자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미리 맥주와 와인을 사놓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모두가 자신들의 와인과 맥주를 나눠주었다. 맥주의 알코올이 몸으로 퍼지며 나른해지는게 기분이 좋아지는 마무리였다.
2014.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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