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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155 서로간의 배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0. 3.

어제밤 술을 마시는 도중에서야 오늘의 일정이 결정되었다. 부에노스 외곽을 한바퀴 슥 돌아보기로 하였는데 일본정원과 근처 천문대 정도를 다녀올듯 하였다. 

여기 머물고 있는 사람 모두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점심무렵 하나둘 로비에 모였다. 케빈형이 이 곳에서 5년이나 살았던만큼 길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앞세우고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는 가는 내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5년간을 머물렀지만 지하철을 타고 이렇게 멀리까지 가보는게 처음이라 하였다. 그러나 겨우 지하철종점까지 가는 것 뿐이었다.



역에 내리니 가장 먼저 보인게 동물원이었는데 나는 더 이상 동물을 돈 내고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먼저 나는 근처를 돌면서 시간을 보낼테니 알아서들 구경하고 나오라하니 다른 사람들도 별로 끌리지 않는다며 바로 일본정원을 가는 것으로 의견이 합의되었다. 

우리는 참으로 가난한 여행자였으며,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일본정원 앞에 가서 보니 내 판단에는 그다지 돈을 내고 구경할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듯 한바퀴를 슥 훑어보더니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발길을 떼려는 찰나, 케빈형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들어가보지 않는게 아깝지 않아?'

'네 아깝지 않아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케빈형에게 혹시라도 일본정원이 마음에 들어 구경을 하고 싶은면 혼자 구경하고 우리는 밖에서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다 하였으나 그는 끝끝내 혼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우리를 따라나섰다. 

그는 분명히 우리에게 실망했겠지만 적은 돈이라도 헛으로 쓰기 싫어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 곳까지 왔다고 마음이 가지 않는 곳을 가봐야한다는 점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좋은 여행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그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했던 나를 포함한 우리의 잘못도 있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해가며 지내는 미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천문대는 일본정원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귀여운 겉모습과 다르게 안쪽은 전혀 볼 것이 없었다. 버튼을 누르면 빛의 입자가 바람개비를 돌리는 등의 몇 가지 실험장비 따위가 대부분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극장에서 별자리와 관련된 레이저 쇼를 볼 수 있다하였는데 단체로 온 학생들 10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기에 구경을 하지는 못했다.


길에 있는 작은 소세지 가게에서 허기를 채우고 버스를 올라탔다. 콘그레소 역까지 가는 법을 몰라 현지인에게 물어본 후 탄 버스였는데 길을 잘 못 알려주었다. 버스는 콘그레소 로드로 가는 버스였고 근처 지하철역에 내래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다들 며칠간의 음주가무로 힘들었는지, 오늘은 식당이 조용했다. 나 역시 간단히 빵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침대와 하나가 되었다.


2014.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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