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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16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보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1. 12.

남미의 스위스라 칭해지는 바릴로체는 달콤한 초콜렛과 여유로운 풍경이 감싸는 아름다운 동네다. 

나름 갈 곳이 많은 곳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샤오샤오 호텔에서부터 천천히 전망대까지 걸어나와 바릴로체의 외곽을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오기로 하였다.

20번 버스가 오는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나와 한방을 쓰는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다. 내 손에 쥐어져있는 버스카드를 보니 어디서 구매했는지 물었다. 엘찰튼에서 만난 형들이 준거였기에 그냥 아는 사람이 주었다고 하니 혹시 자신도 버스카드를 한번 찍어주면 안되겠냐 부탁을 했다. 너무나 당당하게 이야기하길래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하며 버스를 같이 올라타 단말기에 버스카드를 찍으니 나는 통과가 되었지만, 잔액이 부족하여 그는 내려야만 했다. 굉장히 미안했다.


가는 내내 화사한 풍경이 이어졌다. 도중에 내리고 싶었던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샤오샤오 호텔로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다. 비싼 호텔이라더니 저기서 묵으면 고민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릴 듯이 넓은 시야를 자랑한 호텔이었다. 

잠시 호텔을 구경하고는 어제 방명록을 들춰보다 사람들이 강력하게 추천한 호수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행객들이 별로 가지 않는 곳인지 오솔길을 따라 가는 길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약 15분의 길을 걸어가니 호수가 나왔지만 내 기대감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전망대까지 걸어가기 위해 GPS를 켜보니 약 6Km정도가 되는 길이었다. 걷는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기에 풍경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들이 보여 안쪽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려했으나 대부분의 공간이 사유지였다. 아니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가 사유지였다. 울타리가 쳐져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들어가지 못했다. 호수를 전혀 볼 수 없도록 독점적으로 풍경을 사유한 그들에게 야속함을 느끼며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아름다움을 남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작은 배려가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빵과 환타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걸었다. 전망대에는 작은 케이블카가 운영중이었지만, 내가 탈리 만무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갑작스럽게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잠시 길을 이탈해 안쪽에서 소변을 보는데 무언가가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으나 한참을 참았던 소변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추한 모습을 너무 보이기 싫어서 어떻게든 소변을 끊고 대충 바지를 올리는데 불쑥 개가 한마리 튀어나왔다.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소변이 바지에 묻었다... 짜증이 솓구쳐올라왔다.

다시 오솔길을 걸어올라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지린내가 계속 날 것만 같았다. 전망대에서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양화가 펼쳐져있었지만 나는 그곳에 오래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찝찝했다. 대충 사진을 몇장 찍고는 바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누워서 인터넷을 하는데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와 자신들의 카메라를 들고 다들 뛰쳐나갔다. 무슨 일이지 하는 마음에 같이 따라나가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세상이 붉게 물든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다닥다닥 발코니에 붙어있는 사람들 틈을 비지고 들어가 사진을 찍고있는데 저 멀리 어딘가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 할려고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있었다. 혼자 장을 보러 마트에 나가는 순간 미국 흑인 여자를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갔나 사라졌던 한국인들은 이미 마트에 있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니 흔쾌히 승낙했다. 닭을 한마리 구워먹을 생각으로 조각닭을 사서 나오는데 미국 여자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잠시 한국인들에게 기다리라하고 그녀를 찾으니 이미 작은 바구니에 엄청난 양의 식료품을 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자신은 살게 많이 남아있으니 먼저 올라가라 하였다.






한국인은 총 3명이었는데 모두 캐나다 유학생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한그룹이었고 한 명의 남자는 여행중 만났다고 하였다. 남자와 여자는 사귀는 사이는 아닌 것 처럼 보였는데 누가봐도 곧 사귈거 같은 아우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한 명의 남자와는 칼라파테에서 바릴로레로 오는 비행기에서 만났다고 하였다. 다들 돈이 없어보이지는 않았다.

요리를 같이 하는데 여자와 같이 온 남자가 나에게 마늘을 조금 튀기고 싶다며 식용류를 빌려갔다. 야박하게 안된다고는 못하니 식용류를 빌려주었는데 고작 마늘 10개정도를 튀기는데 식용류의 반을 써보렸다. 칠레까지만 요리하고 버릴 생각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더 식사를 해먹어야했다면 한 소리 분명히 했을 것이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쩌다가 군대이야기가 나왔다. 그 남자가 서울 어디에서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했기에 내가 여행중에 만난 사람도 그 곳에서 하사생활을 했다 말하니 서로 아는 사이였다. 심지어 직속상관이었다. 세상 참 좁다


내가 앉은 자리는 리셉션이 보이지 않는 자리였는데 남자와 여자가 '저 사람 엘 칼라파테에서 본 사람 아니야?'라는 말에 뒤를 돌아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 바로 윗침대를 썼던 규열이었다. 너무 반가워 뛰어가 인사를 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여행자들답게 그동안의 자기들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새벽 2시가 넘은지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2014.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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