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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네팔 포카라. #22 결국은 안나푸르나 라운딩.

by 지구별 여행가 2015. 7. 29.

 

아침부터 게스트하우스 직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다. 포카라행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려니 숙박비를 지불하란다. 어제 다른 직원한테 내일 새벽에 일찍 출발해야하니 잔금을 다 내겠다고 하고서는 숙박비를 지불했다 설명했으나 나를 믿지 않았다.

여유있게 일어난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빨리 버스터미널로 가야하는데 계속 어제 직원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않았다. 한참 전화통화를 시도하더니 내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고 버스를 타러가야한다고 이야기를 해서야 보내줬다. 그 덕에 아침밥은 물건너갔다.

급하게 버스정류장 앞에서 파는 빵 조각 몇개를 사먹었다.

 

 

여행자 버스여서 그런지 출발시간이 표에 나와있는 시간과 비슷하게 출발했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점점 산 한복판을 달렸다. 아름다운 경치때문에 새벽에 일어났지만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창 밖을 쳐다봤다.

나와 같이 여행하는 형은 지리선생님이었다.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았다. 산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도 할 겸 산도 탈 겸 수업자료로 쓸 겸 네팔을 왔다. 버스가 가는 내내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수업자료로 쓴다며 사진을 찍었다. 한참 경치를 보고 있는데 그가 계곡의 생성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역시 지리선생님 다웠다.

 

가는 내내 작은 마을들이 있었다. 산 한복판에 둘러싸인 그 마을들을 지날 때 마다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지나쳐서 생각하니 하루정도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멍하니 산만 바라봐도 좋을 것 같은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중간중간 버스가 섰다. 화장실 시간이다. 물론 따로 화장실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로 한복판에서 해결했다. 남자들이야 구석에 가서 대충 처리 할 수 있지만 여자는 어떡하나 싶었다. 나는 여자들은 꾹 참고 그냥 갈 줄 알았는데 같이 탄 여자들이 천 같은 걸로 가려주거나 자신이 입고 있던 치마로 대충 가린 후 해결했다.

 

잠시 내려 소변을 보고 주변 경치를 넋 놓고 보고 있다 화물차가 오는 걸 보지 못했다.

한 3걸음만 더 앞에 있었어도 차에 치여 죽을뻔했다. 다리가 풀리고 심장이 벌렁 거렸다. 내 심장이 벌렁거리던 말던 버스는 경적을 울리며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후들거리는 다리르 부여잡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 풍경을 바라보니 이제는 그 풍경이 그 풍경이다.

참 빠르게도 무뎌졌다.

 

 

출발한 지 대략 8시간 만에 포카라에 도착했다.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헤리네 게스트하우스와 신촌다람쥐는 이미 방이 꽉 차있었다. 어쩔 수 없이 건너편 게스트하우스를 한 사람당 400루피에 잤다. 깎으려 했지만 게스트하우스 주인 역시 한 고집해서 어쩔 수 없이 첫날은 800, 만약 둘째날 잔다면 600에 합의를 봤다.

 

 

포카라에 온 목적은 산을 타기 위함이었으니 가장 중요한 산행정보가 필요했다.

산촌다람쥐에 가서 산행에 대해 물어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보다는 라운딩을 하라했다. 나는 어차피 15일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ABC를 갈 생각이었지만 형은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을 겸 보물섬이라는 한국식당으로 가서 정보를 좀 더 얻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사장님과 이야기 했는데 사장님의 언변에 형은 결국 라운딩을 하기로 확정했다. 계속 나에게도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네팔 비자 기간 문제도 있었고 인도로 빨리 넘어가고 싶기도하여 오늘 밤까지 생각해 본다했다.

 

 

1월 1일이라 그런지 아직 거리는 축제의 여파가 남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관람객도 많았다. 여행자가 있는 동네 자체는 작기 때문에 딱히 볼 것은 없었다.

길을 방황하다 놀이공원이 보여 구경가니 대학교 잠바를 입은 대학생들을 만났다.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이미 ABC를 등반하고 내려왔다했다.

예쁜 여자 대학생들과 같이 등반한 남자 대학생들이 부러웠다.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 갔을 때도 생각이 났다.

 

 

이른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그런지 몸이 피곤했다. 방 안에서 먹을 꼬치 몇개와 맥주를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형은 잠시만 기다리라하더니 배낭을 뒤적거려 캠핑장비들을 꺼냈다. 정말 없는게 없어보였다.

미니 버너와 부탄가스, 코펠, 라면을 꺼냈다. 물을 받아와 라면을 잘게 부수어 죽처럼 해먹으니 꿀맛이었다. 라면을 몇 개 더 챙겨왔으니 산에 올라가서 같이 먹자며 라운딩하는 것을 다시 꼬셨다.

결국 나도 라운딩으로 바꿨다. 네팔까지 온 김에 제대로 산을 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ABC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라면도 좀 먹고 싶었다.

 

내 일정에 맞추어 모레(3일)부터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형이 씻는 동안 일기를 쓸 겸 테라스로 나왔다.

누가 그림을 그린 것처럼 산이 보였다. 저런 멋진 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됐다.

 

 

 

 

 

14. 01. 01

 

 

다음이야기

 

2015/07/30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이야기. 네팔 포카라. #23 산행준비, 근데...너 정말 대책없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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