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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네팔 룸비니. #38 대성석가사, 그 곳에서 고요히 참선하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5. 8. 21.

새벽 5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국제 사원 구역 입구라며 덩그러니 나를 떨궈놓고 버스는 떠나버렸다. 같이 내린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없었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우비를 꺼냈다. 어두운 길을 밝힐 손전등도 하나 없어서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산했다. 나무에 둘러 싸여 바람소리가 스산함을 더했다.

대성석가사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지도를 찾으려 했지만 내 약하디 약한 핸드폰 불빛은 주변을 환하게 밝힐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감에 의존하여 길이 뚤려있는데로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불빛이 보였다. 아침을 시작하는 사원같았다. 안으로 들어가 한국 절을 찾는다 이야기하니 길을 자세히 알려줬다.

바로 찾을 줄 알고 호기롭게 밖으로 나왔지만 룸비니 국제사원구역 길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멀리서 염불소리가 들렸다. 이미 비를 한참이나 맞은 상태였기에 추워서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불빛을 비추며 염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운이 좋을걸까. 염불소리를 듣고 간 곳은 한국절 대성석가사였다.

그 곳의 첫 모습은 흉했다.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건물과 공사 자제들이 밖에 나뒹굴고 있었고 색칠은 되지 않아서 우중충한 회색빛이었다. 누가 짓다 버린 건물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후원금을 받아 돈이 생기면 그 돈으로 건물을 올린다 들었을 때 이해가 되면서 다른 나라의 화려한 건축물보다 아름다웠다.

 

한쪽에서 사람들을 따라 공양을 받고 며칠 머물겠다 말하니 숙소를 배정해주었다.

내가 들어간 방에는 나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와 친해보이는 또 한명의 사람과 총 3명에서 친하게 지냈다.

 

 

나와 같은 방을 쓴 사람은 눈망울이 초롱초롱하지만 얼굴은 산적같이 생겼었다. 우락부락하다기 보다는 수염을 길러서 그런 이미지였다. 약 1년 정도 아시아를 여행하는 도중 파키스탄에서 여행금지구역을 갔다가 폭탄테러를 경험하고 더이상 무서워 그 곳에 있을 수 없다며 인도를 거쳐 룸비니로 온 사람이었다.

그 참혹한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 룸비니에서 오랫동안 쉬면서 마음을 다스렸단다.

 

그와 같이 있던 사람은 키가 좀 작았으나 얼굴만큼은 어디가서 절대 뒤지지 않을 미남이었다,

그 또한 특이한 면이 있었으니, 그는 '레'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인도를 온 사람이엇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되지만 그게 싫었단다.

그는 델리에서 버스회사를 동분서주하며 찾았지만 레를 간다는 회사는 없었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운전기사 한명과 버스한대를 대여하여 레를 갔다왔단다. 운전기사와 단 둘이. 가면서 얼어붙은 도로는 삽으로 깨면서 갔단다.

진정한 my way다. 그는 레를 갔다 온 후 아그라의 타지마할도 보지 않고 바라나시도 따로 시간을 내어 들리지 않고 무작정 룸비니로 왔단다.

이유가 뭐니 물어보니 그냥 오고 싶었단다.

 

 

카트만두에서 룸비니로 넘어오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에 피곤하여 아침공양 후 바로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점심공양 시간이 끝나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밥을 굶어야지 했는데 두 형들이 나서서 못 먹은 점시도 먹을 겸 짜이도 한잔 마시고 오자 했다.

 

사원구역 밖으로 나가니 다른 곳과 같이 네팔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나왔다.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근처 가게에 앉아 짜이를 한잔씩 시키고 사모사를 먹었다.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비가 그쳐 국제사원 지구내를 한바퀴 돌고 들어가자 했다.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사원을 둘러봤다. 내일 따로 시간을 내어 각국의 절들을 구경할 생각이었기에 멀리가지는 않았다.

 

이 곳은 아침 공양을 받기 전 30분 예불시간이 있으며, 저녁공양이 끝난 후 1시간의 예불시간이 있다. 물론 강제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싯타르타가 태어난 곳까지 왔는데 그것을 기념할 겸 저녁고양 후 참선을 하러갔다.

부모님이 불교신자이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실제로 참선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디다 절을 할지 모르고 염불도 외울줄 모르기 때문에 남 흉내내지 말고 조용히 참선에 집중했다.

 

조용히 울려퍼지는 염불을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니 기분이 묘하다. 침착해지며 가라앉는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몸이 땅으로 내려가듯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지만 좋았다. 이 참선 이후 몇번되지 않지만 룸비니에 있는 동안 매번 참선을 했다.

아침과 밤마다 마음이 개운해졌다.

 

 

 

 

(유튜브에 올라온 대성석가사의 예불시간. 들리는 소리가 정말 비슷합니다.)

 

14. 01. 18

 

 

다음이야기

 

2015/12/01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네팔 룸비니. #39 너무나 화려해서 소박함이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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