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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 #222 지독하게도 흥겨운 밤.

by 지구별 여행가 2019. 6. 7.

보고타에는 사이타 호스텔이라는 한국인들에게 정말 유명한 숙소가 있다. 나 역시 여행의 끝에 돌입하면서 관광보다는 쉬는 날이 많아졌기에 한국인들을 만나 놀 마음으로 사이타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역시나 많은 한국인이 있었는데 그 중 3명의 무리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들은 여행을 목적으로 콜롬비아에 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산힐에서 어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개중에 한명이 여자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물론 얼굴도 잘 생긴 편이었다.


우리의 호스텔이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고 모두 한국인은 아니었는데, 혼자 여행하는 독일여자가 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한국 남자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산힐에서 어학연수를 한다는 남자 한명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독일 여자도 함께 우리와 다니게 되었는데 여행자로서 모난 구석이 없었다. 우리 역시 그녀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영어를 쓰는 등의 행동을 보였으나, 적극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지독할 정도로 추파를 던지는 남자 때문에 결국 그룹에서 이탈했다.



그녀가 그룹에서 이탈하기 전, 다 함께 보고타에서 유명한 클럽에 놀러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옷차람은 약간의 위축감이 들만도 했지만 나는 그보다 예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클럽에 장을 퇴짜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도 이 곳에서는 굉장히 편한 복장을 입고간 나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클럽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간 보고타의 클럽은 한국의 클럽과 비교해도 규모나 사람수면에서 밀리지 않았다. 인파속에서 힐끗 둘러보니 동양인은 우리가 전부였다. 열심히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놀고 있는데 디제이와 눈이 마주쳐 간단하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느나라에서 왔는지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당시 전 세계를 열광시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바로 흘러나왔다. 강남스타일의 유명함은 익히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나 From S.Korea와 강남스타일이 매치된다는 점은 신기했다. 그 안의 모든 현지인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춘다는 사실은 이제 약간은 무덤덤한 신비로움이었다.


늦은 시간 다시 보고타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모두가 흥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에 술집을 찾고 있는데 멀리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이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클럽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아주 아담하기에 그냥 '끝내주는 음악이 나오는 바'정도로 칭하는게 올바른 듯 했다. 입장료는 없었으나 맥주한병은 필수였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보드카 한잔을 마시고 맥주를 한병 들었다. 

각자 따로 흩어져 전 세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흥을 고조시켜나갔다. 함께 온 친구들은 어디갔는지 알 수가 없었고 내 옆에는 미국의 흑인 여자와 함께였다. 


약 새벽 4시쯤 '끝내주는 음악이 나오는 바'는 문을 닫는다고 하였다. 바의 입구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들고 설렁설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 잼배를 하나 들고 오더니 다시 리듬을 튕겼다. 나와 함께 온 한국인들도 곳곳에서 누군가와 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지독하게 흥겨운 밤이었다.


2014.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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