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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9, 대만, 화롄

여러분! 트래킹하러 갑시다. #2 사카당부터 엔즈커우까지 트래킹.

by 지구별 여행가 2020. 1. 19.

15,000원에 싱글룸을 미리 한국에서 예약을 해두었기에 숙소를 옮겨야만 했다. 타이루거 협곡에도 바로 올라가야하니 아침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 어제 저녁 돈을 빌려준 폴에게는 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바로 숙소를 체크아웃했다

옮길 숙소는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천천히 걸어가는데 자그마한 노점에서 사람들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새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아침식사를 할 곳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듯 하였기에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자리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곳에 합석했. 죽같은 음식이었는데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그릇 가득 담겨 나오는 양이 꽤나 푸짐했다. 한숟갈 먹고 있는데 주변을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삶은 달걀을 죽에 넣어 먹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총 3개였다. 가장 가격이 비싼건 지금 먹고 있는 죽같았고, 나머지 두개는 가격이 똑같았다. 뭐가 나오든 일단 그냥 시켜보기로 했다. 혹시나 영어를 할 줄 아나 싶어 사장님한테 egg라 말하니 다행히도 계란을 하나 건내주었다. 따듯한 죽 속에 넣어 숟가락을 짤라 먹으니 꽤나 든든했다.

 

옮길 숙소 앞에서 지도를 보고 한참을 헤메었다. 주소 번지가 150번이었는데 길가의 번호가 149번 다음 152번으로 건너뛰었다. 아무리 그 근처를 돌아다녀봐도 150번은 보이지가 않아 근처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두들겼다. 안쪽에는 사람이 있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채 말을 했기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유리창 너머로 빨리 지도를 보여주며 이 곳이 어딘지 물어보니 길 건너편이라 하였다. 정말 바로 앞 건너편에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물 한잔 마시고, 바로 타이루거협곡을 가기 위해 화롄역으로 이동했다.

사실,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가 있다는 정도만 알 뿐, 어디서 출발하는지 몇 시에 있는지는 몰랐다. 그냥 무작정 찾아가니, 시간이 945분이었다. 버스터미널을 찾기가 어렵지도 않았고, 다행히도 버스 출발시간이 10시라 어느정도는 시간에 맞춰 온 편이었다.

버스 티켓을 사면서 2 Day 패스를 달라고하니, 직원이 2 Day?라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니 안쪽의 직원을 부르더니 2 Day 패스권을 들고 왔다. 아마 모두가 1 Day 패스만 사는 듯 했다.

몇명의 사람들이 버스에 탑승하니 버스 운전기사가 사람들을 안쪽에 두고 문을 잠궜다. 그 순간 트래킹을 하면서 떼울 점심 식사거리를 사지 않은게 떠올랐다. 삼각김밥 한 두 개, 샌드위치를 사려고 했는데 급하게 온다고 깜빡했다.


그러다가 인도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담배를 피러간다며 버스 밖에서 담배 피고 있는 운전기사 아저씨를 불러 버스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문이 열려 화렌역 앞 편의점에 뛰어가 음식을 사올까 하였지만, 시계를 보니 출발시간까지는 3분도 남지 않았다. 운전기사에게 설명을 하기도 애매했고, 운전기사도 슬슬 떠날 채비를 하기에 결국 편의점은 들르지 못했다. 위에서 배가 고프면 그냥 대충 보이는 곳에서 뭐라도 사먹기로 했다.

버스에 앉아 버스티켓을 살 때 받았던 지도를 폈다이틀 동안 대부분의 트레일 코스를 걸을 예정이었기에 골라서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사카당부터 하나씩 들리면 되었다.


11시쯤 사카당 트레일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오후 2시쯤까지 사카당 트레일과 장춘사 트레일을 걸을 예정이었기에 널널하다면 널널한 시간이엇지만, 어느정도는 속도를 내어 걸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사카당 트레일을 걷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특히 한국사람이 정말 많았다.

 






30여분 안쪽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이 슬슬 줄어들더니 계곡의 물과 트래킹 코스가 거의 맞닿게 되었다. 물에 발이나 담궈볼 생각으로 밑으로 내려가니 이미 서양 남자 2명과 여자 한명이 물속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음 담궈보니 상당히 물이 차가웠다. 이래저래 걷고 있다가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멀리서 손을 흔들기에 인사를 하고는 다시 트래킹코스를 걷기 시작햇다.

생각외로 협곡도 깊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많은 것을 공부하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배우는 게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많이 알면 머릿속으로 모든 걸 제단하고 움직이기에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도 그다지 알아본 것 없이 왔는데 장춘사가 사카당 트레일을 걷다보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걸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장춘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구글지도를 켜서 확인해보니 완전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했다. 도저히 뭐가 나올만 한 산세는 아니었는데...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와 터널을 통과했다. 맞는 길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길 말고는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제야 저 멀리 사진에서 보던 빨간 다리가 보였다

걸어서 가는데 장춘사라고 쓰여있는 절의 입구가 나왔다.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 길이었는데 위쪽에서 서양 여자 한 명이 걸어내려왔다. 도착했나 싶은 마음에 올라가는데 순간 느낌상 여기가 사진에서 보던 장춘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내려가 터널을 통과해서 나가보니 그제야 사진에서 보던 장춘사가 보였다.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여기는 한국사람이 엄청 많았다. 아니, 전부 한국 사람이었다. 그들을 지나쳐 장춘사 트레일 입구로 가니 아쉽게도 길은 막혀있었다. 바로 앞 불상 사진만을 찍고 돌아와 장춘사를 구경하는데 한국인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장춘사가 총 3개라는 말을 하는게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산 중턱에 자그마한 절이 하나 보였다. 아까 그 뒤쪽에 있던 장춘사는 3개의 장춘사 중에 하나였나보다.

어차피 장춘사 트레일은 못하게 되었으니 아까 봤던 장춘사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가파른 언덕을 지나 폭포가 있는 장춘사 뒤쪽의 3층으로 이루어진 장춘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1층을 구경하고 잠시 쉬는데 2, 3층이 궁금했다. 올라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하여 2층을 가보니, 와불이 있었고, 3층은 1층보다 더 큰 3개의 불상이 있었다.

밖에는 흔들다리가 있었다. 걷지 못하도록 막혀있지 않았기에 다리위로 올라섰다. 뭐 설마 끊어지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생각외로 튼튼했다. 반대쪽까지 걸어가보니 자그마한 산길이 이어졌는데, 산 중턱에 존재하고 있던 제2 장춘사로 이어지는 길 같았다. 위까지 올라갔다와볼까 하였으나 시간이 애매하여 이번에는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그러나 너무 빨리 사카당 트레일 입구로 돌아와 1133A 버스를 타기까지 30여분을 넘게 기다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올라갔다와 볼 싶었다.




다음 트레일인 브루완에 도착했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모든 트레일 코스는 다 걸어볼 생각이기에 일단 내렸다. 그런데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리지를 않았다. 여기가 비둘기 집? 보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의아했는데, 버스에 내려 트레일 관리자에게 확인해보니 이 곳이 아니었다. 심지어 트레일 코스가 바위로 무너져 걸어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자그마한 트레일 하나를 걷고 돌아오니 10분도 안걸렸다.

브루완에서 거의 한시간을 쉬면서 체력을 재충전했다.

 



엔즈커우는 훨씬 사람이 많았다. 길이는 사카당 트레일보다 훨씬 짧았지만 풍경이 몇배 더 아름다웠다. 협곡의 웅장한 규모가 바로 느껴졌다. 어둑한 터널을 따라 걷는 길도 꽤나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본 정보에 따라 모든 트레일 코스가 이어지는 줄 알고 있었다. 엔즈커우 트레일 끝까지 가면 바로 다음 코스인 루이취동 트레일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엔즈커우 트레일 끝에 도착하니 카페가 하나 나왔고 그 길을 지나쳐 더 걸어갈 수 있어보였기에 한참을 걸어갔으나 길의 끝은 차도였다.




내가 지금까지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트레일 코스는 이어지지 않고 따로따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도 고민이 되었다. 차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 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한 쌍의 서양인 노부부도 내 옆에서 차길을 걸어 갈까 말까 고민 하는 듯 했다

구글지도를 켜서 검색을 해보니 아무리 봐도 걸어갈만한 길은 아니었고, 1133A 버스는 앞으로 한 번정도 탈 수 있는 시간만 남아있었다.

발걸음이 급해졌다. 다음 버스 시간이 약 15분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거의 뛰다싶이하여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루이취동 트레일 코스로 넘어가서 것는 것보다는 화롄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칠성단을 들렀다가 돌아가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애마한 위치에서 버스를 타니 결국은 칠성단까지 서서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피곤하고 다리가 아프니, 내일은 꼭 텐상에서 앉아서 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칠성단에서 내려 바닷가를 따라 걸을 생각이었지만, 귀찮고 힘들었다. 새하얀 모래사장의 바다를 기대했지만 자갈이 가득한 흑빛의 해변이었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파도에 맞아 자갈이 또르르 구를 때 들리는 소리는 정말 몇 년만에 들어본 소리였다.

자갈밭에 신발과 양말을 벗고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 몇의 사람들이 자갈을 들고 바다로 던졌다. 나도 모양이 동글동글하니 예쁜 자갈 두어개를 던지고 쉬었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는 약 한시간이 남았는데 따로 할 것은 없었다. 자그마한 야시장이 있었으나 그다지 사먹고 싶지는 않았고, 환전을 못하여 어제 폴한테 빌린 돈은 오늘 저녁 마실 맥주값을 빼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주변을 몇 번 배회하다가 버스를 타고 화렌역으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괜찮은 식당을 찾기 위해 조금 길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글자는 못 읽지만 저렴한 가격의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를 가도 글자는 못 읽으니 오래 돌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손짓 발짓으로 주문을 하는데 남자 사장님이 쿨하게 영문으로 적힌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볶음면 하나와 볶음밥을 하나 시키니 사장님이 손가락으로 둘을 보여줬다. 두개가 맞냐는 뜻인가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니 메뉴판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처참했다. 나는 분명 돼지고기 볶음밥을 시켰는데 돼지고기 한 10g들어갔나 싶을정도로 고기가 없었다. 아니 다진 고기를 넣어 밥을 볶은게 아니고 그냥 아주 조그마한 크기의 조각 고기 하나가 들어가있을 뿐이었다. 컴플레인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말도 안 통하고 뭐, 싼 가격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먹기로 했다. 먹으면서 아직 나오지 않은 볶음면은 얼마나 개판일까 싶었다.

역시나 볶음면도 개판이었다. 고기는 하나도 없고 널찍한 양배추 하나만 들어있었다. 맛도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 먹었다. 배는 고팠다.

꽤 괜찮은 식당이면 숙소에서 멀지 않기에 모든 식사를 이 곳에서 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이 곳은 아니었다. 내일은 야시장에 가서 저녁식사를 해야겠다 싶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조식으로 주는 샌드위치가 꽤 남아있었다. 물론 내꺼는 포함이 안되어있겠지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두개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보다가 편의점으로 나와 맥주 두 병과 과자 3개를 샀다. 지갑을 보니 정확히 2대만 위안이 남았다. 맥주 두 병을 마시며 한국에서 다운 받아간 넷플릭스 영호 한 편을 보고 잠이 들었다. 피곤해서 그러지 금세 알딸딸해졌다

 

201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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