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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에콰도르 키토. #213 정이 떨어진 키토를 떠나며.

by 지구별 여행가 2019. 5. 25.

에콰도르의 성모 마리아 상도 가까이서 보지 못했고 바실리카 성당도 보지 못하였으나 키토를 떠나기로 했다. 수크레 호스텔에서 만났던 3명의 친구들 역시 어젯밤 늦은 시간 키토를 떠났다. 키토에 더 머문다고하여 도난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아쉽게도 모두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경찰서에 들러 분실신고를 했지만 그들이 우리의 분실물을 찾아줄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기에 모두 미련은 없었다. 다행인건 나와 같이 분실신고를 했던 친구는 도난품에 대해서 약간의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듯 하였다. 그정도면 쓰라린 가슴을 달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나 역시 최악의 기분, 도난당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만족스럽지 않은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때문에, 멋진 키토를 온전한 기분으로 즐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키토에서 에콰도르-콜롬비아 국경을 통과한후, 칼리에서 다시 또 버스를 이용해 메데진까지 가는 장거리 이동이었다. 다행히도 메데진까지 같이 가는 일행이 있었다.

유난히 어두운 새벽이었지만 국경에는 두 나라 사이를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그 사람들을 위한 상인과 콜렉티보 기사들이 즐비했다. 그들에게 밤은 없었다.

듣던것 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에콰도르 국경을 통화한 후, 콜롬비아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니 입국심사는 제쳐두고 내 여권에 찍힌 도장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참을 구경하고는 다시 여권을 들이밀면서 어디에 도장을 찍어줄지 물어봤다. 이런... 친절한 입국심사원 같으니라고...

여권 페이지 앞쪽의 빈공간부터 채우고 싶은 마음에 한쪽면을 펼쳐서 보여주니 신중하게 도장을 찍어주었다.


당시는 돈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라 정수기에 꽂는 물통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둔 6리터짜리 물통을 숙소에 사두고 2리터짜리 페트병에 옮겨담아 사용하고는 했다.

에콰도르를 떠나며 버릴까 했지만, 사용하기에 상당히 유용했고 약 3~4리터나 남아있는 물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에콰도르 국경까지 들고 왔는데 막상 들고다니니 입국심사소에서 인기스타가 되었다.

심사를 기다리며 물이 떨어진 여행객들이 나에게 구걸을 온 것이다. 기껏해야 2리터 페트병보다 1~2리터 많은 것이었지만, 그들 눈에는 거대한 우물로 보였나보다. 

물통이 무겁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기도하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나름의 선의도 베풀면서 남은 물을 해결했다. 그들이 건내준 약간의 초콜렛, 사탕, 주전부리는 약간의 물값이라 생각했다.


콜롬비아 입국 도장까지 찍은후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의 애매한 국경 어딘가에서 콜렉티보를 다시 탔다. 외진곳에서 탑승하여 약간의 쓰레기 냄새가 비릿하게 올라왔다. 금방 떠날거라는 운전기사의 말과는 다르게 오랜시간동안 대기를 한 후에야 출발했다. 그마저도 우리가 출발하자고 보챈탓이겠지만.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국경을 지나는 많은 여행자들이 꼭 들리는 이피알에스라는 작은 마을은 들르지 못했다. 계곡의 절벽 사이에 있는 성당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했지만 새벽에 국경을 넘은 우리는 시간도 애매했고, 바로 칼리로 넘어가는 버스까지 한꺼번에 구매해둔 상태였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을 기약한채 콜롬비아 칼리로 출발했다.


2014.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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