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를 통과하는 나라야 많겠지만은, 적도박물관이 필수 여행지로 꼽히는 곳도 에콰도르만큼은 없는 듯 하다.
어제 함께 저녁식사를 한 사람들과 함께 같이 가기로 하였다.
오펠리아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또 한번의 버스를 타고 30~40분을 이동하면 적도박물관 앞에 도착하는데 총 두곳의 적도박물관이 있다. 하나는 Mitad del mundo, 다른 하나는 Museo intinan이라는 곳이다.
프랑스인 세웠다는 Mitad del mundo는 거대한 기념탑과 잘 조성된 거리 덕분에 여행객이 쉽게 방문하기 좋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도의 위치에서 약간의 오차가 있기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가짜 적도박물관이라고 불리웠다. 별 생각없이 가면 이 곳을 방문하게 되는데 나중에 여행자들한테 이야기하면,
'거기는 가짜 적도박물관이야~~'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입구만 본다면 가짜 적도박물관은 Museo intinan같았다. 적도와는 연관성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동상, 그림들이 즐비했다. 입구도 볼품없고 안쪽에도 빨간선 위에 올려져있는 0도 기념표지판 말고는 딱히 눈이 가는 곳도 없다.
그래도 이 곳이 정말 적도를 지나는 곳이라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만일 누군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가 진짜 적도 박물관 같냐고 한다면 주저없이 Mitad del mundo를 꼽았을 것이다. 역시나 사람이든 물건이든 외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재밌는 실험들을 했다. 가장 뇌리에 깊게 박힌 것은 싱크대에서 물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적도선을 기준으로 남반구쪽의 싱크대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물이 회전하며 빠져나가고, 북반구쪽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놀랍게도 적도는 회전없이 빠져나갔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겨우 1미터 이동했다고 이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니. 당시에는 아저씨가 어떤 기가막힌 꼼수를 써서 물의 회전을 조절한다고 생각했다.
계란 세우기는 열심히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성공하면 계란마스터라는 증서도 주는 듯 하였다. 진작에 포기하고 근처 그늘에 앉아있는게 훨씬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 투어를 마칠 때쯤 적도 박물관 기념 도장을 찍어주었다. 여권을 들고 가지 않아 중요치 않은 종이에 도장을 받았으나, 역시나 중요치 않은 종이는 기념도장과 함께 금세 사라져버렸다.
오후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마을 뒷편으로 보이는 성모마리아상에 갈까하였다. 야경이 아름다울듯 하였고 조명을 받으면 마리아상이 상당히 우아할 듯 하였다. 거리도 그다지 멀어보이지는 않았기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야경을 볼 겸, 산책을 할 겸 설렁설렁 걸어갔다 오는게 어떠냐고 물으니 총과 칼이 난무하는 엄청난 우범지대라며 꺼려했다.
고민을 하다가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바실리카에 다녀오기도 시간이 애매했다. 일행들은 모두 다녀왔기에 나 혼자만 다녀오면 되었다. 지금 가봤자 제대로 구경을 못 할듯 하여 모레쯤 가기로 했다.
함께 여행한 3명의 친구는 밑으로 내려가기에 일정이 맞지 않았지만, 한명의 형님은 나와 같이 위로 올라가는 루트였다. 그와 함께 콜롬비아를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내일은 과야사민 박물관을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2014. 07. 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