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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북미

미국 로스엔젤레스. #224 자신의 일대기를 설명하는 슈퍼맨 아저씨.

by 지구별 여행가 2019. 6. 9.

LA공항은 입국심사가 까탈스럽기로 유명했지만 운이 좋았던 탓인지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웃 비행기 티켓도 굳이 출력해갔지만 아웃티켓 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LA와 같이 거대한 메가시티를 여행할 때에는 숙소를 알아보고 가야만 했다. 명확한 여행자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숙소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무모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리우드 거리쪽에 자리한 저가의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데 현금을 받지 않았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중국인 아저씨가 대신 카드로 긁어주고 나의 현금을 받아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한번 더 타야했다. 지하철의 좌석 배열이 기차와 같이 되어있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구조의 의자배치를 했다면 출근시간에 민원이 폭주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기대이하의 숙소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더러웠다. 괜히 이틀치 예약을 했다. 그나마 근처의 관광지들을 다니기에 편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숙소도 사람이 바글거렸는데 밖은 몇 배로 사람이 바글거렸다. 과거 아프리카와 남미와는 다른 느낌의 여행이었다. 

LA에서의 첫 여행은 헐리우드거리를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배우를 찾느라 땅만 보고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외국의 배우들을 잘 모르기때문에 몇몇의 세계적인 스타 이름만 겨우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할리우드거리에서 할리우드 표지판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울줄 알았지만 정말 멀리 있었다. '아 저기에 있구나' 정도만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멀었다. 사람들 모두가 그나마 뷰가 트인 곳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사진을 찍었다. 글자가 제대로 나오긴 할까 싶었다.


기대를 했지만 막상 볼게 없었다. 헐리우드 거리에는 헐리우드 핸드프린팅과 헐리우드 표지판외의 볼 게 없었다. 어마어마한 중국인만 있을 뿐이었다. 




숙소 앞에서 멍 때리고 있는데 슈퍼맨 복장을 한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올라가려는데 빛의 속도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주 기본적인 몇 가지 단어는 그나마 캐치를 했는데 대충 이해하기로는,

'자신은 예전에 배우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서 슈퍼맨 복장을 하고 사람들하고 사진을 찍고 즐기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정도였다.


나는 숙소로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이 아저씨는 내가 말을 잘 들어준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내가 모든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건지, 거의 한살때부터의 인생 이야기를 쏟아낼 기세로 오랫동안 혼자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롤링타바코, 일명 말아피우는 담배를 폈는데 아무리 봐도 마리화나같았다. 중간중간 나에게 권했지만, 아저씨에게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고, 말하면서 걷고 멈추고 걷고 멈추고를 반복해 조용한 뒷골목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음침했다.


배우출신이라 그런지, 아님 이 일을 오래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거나, 거의 울듯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는 감정표현이 폭발적이었다. 약간... 나사가 하나 풀려보였다.

한참 혼자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메일주소를 알려주면서 나중에 연락을 하라고 했다. 아주 진귀한 보물을 받은거마냥 잘 간직하겠다 이야기하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혹시나 정말 유명한 사람은 아닐까 하고 구글에 검색해보니 슈퍼맨 복장을 입고 찍힌 사진들이 몇 장 나왔다. 인상 깊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추억이라 잘 보관해두었는데 지금 사라져버렸다.


미국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밥이었다. 물가가 비싸니 숙소에서 음식을 해먹으려 했는데 근처에 마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여러가지 빵과 음료를 먹었다. 내일 인앤아웃 버거나 먹을 생각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밤이되면 복작복작한 사람들이 돌아와 맥주 파티를 할 줄 알았지만 낮보다 조용한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다들 나가서 술을 먹는 듯 했다.

근처 펍이나 바에 가서 맥주를 한 잘 할까했지만, 밤새 타고온 비행기에 피곤했는지 잠시 눕는다는게 잠이 들어버렸다.


2014.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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